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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생 김군이 서울대 앞에서 자취하는 까닭

박태진 입력 2016. 03. 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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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월세 70만원까지 치솟자학교서 멀어도 저렴한 지역 찾아서울대 소재한 봉천동 일대 원룸다양한 면적·가격대 고를 수 있어인근 숭실·중앙대생 등 이사 늘어LH 대학생 전세주택 턱없이 부족공급량 늘리고 입주자격 완화해야
[이데일리 박태진 김성훈 기자] 사례1. 지난13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원룸촌에서 만난 고려대생 이선우(21)씨.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그는 학교 근처인 안암동이 아닌 서울대 인근 봉천동 원룸(전용면적 16㎡)에서 등·하교를 하고 있다. 지하철로 학교까지 1시간이나 걸리지만 원룸 월세가 학교 앞보다 30만원이나 저렴해 어쩔 수 없이 이 곳을 선택한 것이다.

사례2. 같은날 2호선 합정역 인근에서 만난 명지대생 최영환(20)씨. 그는 “학교 앞은 매물이 거의 없어 빈 방을 찾아 마포구쪽을 알아보고 있다”며 “그런데 집주인들은 하나같이 보증금 조절은 가능해도 월세 조정은 안된다고 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새 학기를 맞은 서울 주요 대학가에 저렴한 원룸을 찾아 거처를 옮기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대학가 인근 상권이 커지면서 원룸 월셋값이 덩달아 올라 학생들이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학생들이 떠돌이 생활을 하는 유목인으로 전락한 모양새다.

◇원룸 임대료 5년 사이 최대 20만원 올라

서울 대학가 원룸 임대료는 최근 5년 사이 신축 원룸 중심으로 최대 20만원까지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부동산114와 대학교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시세에 따르면 대학가 전용면적 19~23㎡형(옛 6~7평) 기준 원룸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이었으나 최근에는 신축주택 중심으로 최대 70만원까지 치솟았다.

서울 대학가 중 월세가 비싼 곳은 건국대·세종대 인근과 고려대·경희대 앞, 홍익대·연세대, 성균관대·서울여대 부근 순으로 나타났다. 건국대와 세종대가 있는 광진구 구의동에서는 전용 24㎡형이 보증금 1000만원에 월 임대료 65만원으로 월세 수준이 가장 높다. 구의동은 강남 접근성이 좋아 직장이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상승했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말이다.

이어 고려대와 경희대, 한국외대가 있는 성북구 안암동과 동대문구 제기동에 있는 전용 26㎡형은 보증금 500만원에 임대료 65만원에, 홍익대·연세대·이화여대가 있는 마포구 서교동과 서대문구 창천동의 원룸 전용 22㎡는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6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성균관대·서울여대 등이 있는 종로구 명륜동의 전용 23㎡형은 보증금 1000만원에 임대료 60만원으로 파악됐다. 중앙대·숭실대가 있는 동작구 흑석동과 상도동의 비슷한 면적대 원룸(전용 22㎡)도 같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반면 서울대가 있는 관악구 봉천동의 전용 21㎡형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가 45만원으로 타 지역에 비해 15만원 정도 저렴했다.

연세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성민(31)씨는 학교 근처 신촌동과 홍대 근처 원룸을 알아보다 지난 12일 아예 발길을 서대문구와 마포구 일대 원룸촌으로 돌렸다. 연세대 부근보다 이쪽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학교와 거리가 있더라도 최대한 싼 매물을 찾고 있다”며 “그런데 이쪽도 신축 원룸은 월세가 많이 올라 마땅한 방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푸념했다.

고려대와 경희대가 있는 성북구 안암동도 최근 몇 년 사이 새 원룸들이 들어서면서 가격이 꽤 올랐다. 고려대 정경대 후문 쪽은 1년 전까진 평균 시세가 보증금 1000만원에 임대료 50만원이면 거의 모든 매물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월세 55만원에도 작은 방 아니면 구하기 힘들다. 고려대 3학년에 재학 중인 박모(22)군은 “저렴한 월세 물건을 찾던 친구들은 걸어서 15분 거리인 신설동이나 제기동 쪽에 방을 구했다”며 “이마저도 힘들면 보문동이나 지하철 6호선 역 근처인 태릉 입구 등에 있는 원룸을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안암동 미래부동산 여규숙 대표는 “학생들이 월세가 싼 지역으로 퍼져 나가면서 요즘에는 심지어 빈방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학가 주변 원룸 임대료가 오르면서 학교 주변에서 변두리로 내몰리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 인근 원룸촌 전경.[사진=김성훈 기자]
◇정부 대학생 주거난 대책 실효성 논란

싼 원룸을 찾아 나선 학생들은 아예 다른 대학교 근처로 옮기기도 한다. 특히 봉천동과 낙성대 일대 원룸들은 면적대와 가격대가 다양해 서울대생 뿐 아니라 다른 대학가 학생들까지 몰리고 있다. 평일 아침 2호선 낙성대역을 지나다보면 서로 다른 대학 점퍼를 입은 학생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고대생 이선우씨도 이 같은 장점 때문에 서울대 앞으로 이사했다. 이씨는 안암동에서는 같은 면적대에 월세 70만원을 냈지만 지금은 40만원(관리비 별도)을 내고 있다. 인근에 있는 숭실대와 중앙대생들도 서울대 앞쪽으로 몰리고 있다.

정부의 대학생 주거난 해결 대책이 실효성 있게 보완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LH 대학생 전세주택이 보급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며 “공급량도 늘리고 입주대상 자격도 확대해 다양한 학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태진 (tjpar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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