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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 OOO입니다(29)] "부모되는 설렘도 잠시.. 보육비 생각하면 잠도 못자요"

정지우 입력 2016. 03. 14. 17:20 수정 2016. 03. 14.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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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엄마·아빠, 산후조리원부터 경쟁 시작.. 유기농 분유 1통 10만원대육아물가 만족도는 낙제점.. 부모 행복해야 출산율 쑥쑥

예비 엄마·아빠, 산후조리원부터 경쟁 시작.. 유기농 분유 1통 10만원대
육아물가 만족도는 낙제점.. 부모 행복해야 출산율 쑥쑥

서울 영등포에서 조그만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박재형씨(32·이상 가명)는 지난해 9월 초 아내로부터 사진 한 장을 메신저로 받았다. 붉은 색으로 두 줄이 그어져 있는 플라스틱 막대기였다. 예상대로 산부인과 초음파 검사 결과 임신이었다. 8주라고 했다. 둔한 것인지, 아기가 얌전한 것인지 이제야 임신을 알았다는 것에 자책감마저 들었다. 하지만 아기는 건강했다. 처음 들어보는 내 아기의 심장소리였다. 아직 뚜렷이 구분될 정도의 형태를 갖추지 못했지만 '쿵쾅쿵쾅' 심장소리만은 활발했다.


'이제 부모가 되는구나' 생각에 설렜다. 아내와 함께 배냇저고리와 이불, 모빌 등을 구입하면서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동네 산책길에서 만나는 유모차 안의 아기들이 예전처럼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아빠 미소가 절로 나왔다. 이제 3월이니 벌써 임신 7개월 차다. 그러나 재형씨는 이전처럼 마냥 즐겁고 기대되지만은 않는다. 아기가 이 땅에서 태어나 겪게 될 '여전히 진행 중인' 사회적 문제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서다.

당장 아기의 첫 보금자리인 산후조리원을 알아보는 것부터 어렵다. 산모와 아기를 생각하면 시설 좋고, 교통 편리한 곳을 잡고 싶지만 주머니 사정은 희망을 따라가지 못한다. 월 수익을 고려할 경우 그 만큼 욕심을 버려야 한다. 하지만 이미 둘러본 고가의 산후조리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나마 서둘지 않으면 예약할 기회도 잃어버릴 수 있다.

재형씨는 "인터넷에서 유명한 산후조리원을 찾아갔더니 일반실인데도 20일에 300만원 이상을 내야 한다고 했다"면서 "오히려 '나가자'고 손목을 잡아끄는 아내를 보니 마음이 더 아팠다"고 말했다.

아기 얼굴도 보지 못한 상태이긴 해도 향후 교육 역시 걱정이다. 산후조리원부터 시작된 경쟁과 자본의 논리가 보육원, 유치원, 어린이집,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취업 등으로 한 평생 이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연일 신문과 방송에선 희망 없는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선거철 정치권에서 호언장담한 누리과정도 현재는 보육대란으로 엄마, 아빠의 뒤통수를 쳤다.

재형씨는 "성장해가는 과정이라고 하지만 내가 느낀 것처럼 '살아가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질 수 없는 현실'을 아기도 똑같이 경험할 것을 생각하니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요즘 헬조선,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이 자꾸 눈에 들어오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팍팍한 현실' 대물림 될까 우려

임신 8개월차의 직장인 김은영씨(33.여)의 걱정은 좀 더 현실적이고 복잡하다. 제대혈을 보관해야 하는지, 모유와 분유 중 어떤 것을 얼마동안 먹여야 하는지, 수중분만 등 가족분만을 해야 하는지, 산후조리원을 잡아야 하는지, 산후조리원을 이용한다면 어느 정도 선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지, 육아도우미는 써야하는지 등 선택해야 할 것이 하나 둘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생각보다 답은 간단했다. 주위에서 좋다고 하는 것과 추천하는 곳에서 모두 하면 된다.

하지만 문제는 '돈'이었다. 맞벌이를 하고 있다지만 그리 넉넉한 살림이 아니다.

최근에는 분유와 신생아 옷에 대한 얘기도 들었다. 유기농 분유가 신생아 몸에 좋다는데 1통에 10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일반분유가 2만~3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기농 한 통으로 3~4통은 구입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신생아 옷 또한 이른바 '잘 나가는 고급 브랜드'는 어른 옷보다 비싼 것이 많았다.

은영씨는 "유기농 분유가 좋은 것은 알지만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모유수유도 직장복귀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라고 전했다.

예비아빠 박종훈씨(30)는 지난 주 자신의 무식함에 한숨이 쏟아졌다. 서울 모처에서 열린 베이비 페어에 갔다가 육아용품의 놀라운 가격표를 본 이후였다.

유모차는 대부분 100만원이 훌쩍 넘었고 아기 띠도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제품이 즐비했다. 카시트도 눈에 가는 제품은 숫자 뒤에 동그라미가 기본적으로 6개는 붙어 있었다. 어린이 책, 장난감도 얕잡아 볼 가격이 아니었다. 박씨는 "주말 한 시간 반을 운전해 베이비 페어까지 간 것이 아까워 인형이라도 하나 구입하려고 했는데, 그것마저도 괜찮은 제품은 10만원 이상 했다"며 "박람회라 저렴하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내가 세상물정을 몰랐던 것"이라고 씁쓸하게 웃었다.

■육아물가 소비자물가의 6.6배

국무총리실 산하 육아정책연구소(KICCE)가 지난달 펴낸 '육아물가지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영유아 대상 상품.서비스의 가격 상승률이 소비자 물가의 6.6배에 달했다.

보육, 학습교재 등 교육 관련 비용이나 장난감 가격의 상승 폭이 가장 큰 반면 돌 앨범과 산후조리원에 대한 만족도는 제일 낮았다. 품목별 가격 상승률을 보면 유치원 납입금 8.06%, 장난감 6.40%, 어린이집 이용료 5.63%, 유아학습교재 4.56%, 이유식 3.64%, 종이기저귀 3.26%, 자전거.보행기 등 어린이 승용물 3.21% 순이었다. 영유아 부모에게 품질.성능 대비 가격 수준(육아물가 체감지수)을 물어봤더니 소비재(155.0), 내구재(141.9), 서비스재(133.9) 등에서 모두 기준치 100을 훌쩍 넘겼다. 100보다 클수록 '제 값을 못한다'는 의견이 많다는 것이다.

품목별로는 돌 앨범이 174.9로 가장 지수가 높았으며 다음으로 산후조리원 173.8, 완구류 161.5, 유모차 158.4, 교재 교구.책 157.2, 매트 152.8, 카시트 149.7, 학원 148.2, 분유147.0, 자전거 146.5 등으로 집계됐다.

KICCE는 보고서에서 "육아지원 및 정책의 상위 목적이 출산율 향상이 아닌, 부모와 사회 전반의 행복한 육아와 영유아의 건강한 성장.발달로 구체화되도록 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즉 출산을 많이 하게 하려는 양적 접근보다, 영유아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질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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