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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땅 위 보행권, 땅 아래 생존권..횡단보도 설치 갈등

고석승 입력 2016. 03. 15. 21:37 수정 2016. 03. 15.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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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횡단보도 하나를 두고 땅 위에선 보행권이 땅 아래선 생존권이 맞부딪혔습니다. 지하상가 상인들과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실제로 횡단보도 설치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곳이 한 둘이 아닙니다.

밀착카메라 고석승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평소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종로 5가입니다. 사람도 많고 차도 많은데요. 이 거리에 없는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횡단보도입니다. 500m 가까이 되는 구간 안에 횡단보도가 하나도 없는 상황이어서 사람들이 길을 건너가려면 제 뒤로 보이는 지하상가 통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이 지역은 노인들이 자주 오가는 곳입니다.

지하상가 계단을 오르내리는 발걸음이 무거워 보입니다.

[박홍규/서울 연희동 : 횡단보도는 바로 이렇게 건너잖아요. 그런데 계단을 타고 가면 양쪽으로 두 군데서 (계단을 타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힘들죠.]

실제로 서울시는 여러 차례 횡단보도 설치를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지하상가 상인들의 반발이 커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상인들은 횡단보도가 설치되면 지하상가 상권이 무너질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김동직/지하상가 상인 : 이거 해가지고 먹고 살아야 해요. 지하상가 상인들은 (횡단보도가) 생존권하고 관계가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는 입장이죠.]

상인들은 오히려 승강기 설치 등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배승호/지하상가 대표 : (지하로) 횡단할 수 있는 시설을 24시간 개방하고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서 지하철을 관리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상가 출입구에는 이렇게 장애인용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는데요.

장애인과 노인들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서 상인들이 직접 돈을 걷어서 설치해 놓은 겁니다.

서울 남대문 시장 인근, 이곳은 상점의 위치에 따라 상인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지하상가 상인들은 횡단보도 설치 시 매출 하락을 우려합니다.

[박선식/지하상가 상인 : 우리 남대문로 지하상가의 경우에는 전철도 멀고 단독적으로 여기에 사람이 유입돼야 하는데 (횡단보도가 생기면) 유입이 될 수 없습니다.]

반면 지상에 자리 잡은 상점의 상인들은 횡단보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지상 점포 상인 : 확실히 횡단보도가 생기길 원해요. 횡단보도가 딱 생겨봐요. (상점에) 한 명 들어올 손님이 두 명 들어올 거 아니에요. ]

횡단보도 설치 논의가 제자리를 맴돌면서 시민들의 불편만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진성/충북 청주시 오송읍 : 유모차를 끌고 가야 하다 보니 횡단보도만 있으면 쉽게 건널 수 있는 걸 돌아서 가는 느낌이라 상당히 힘들어요.]

횡단보도가 설치되지 않아 무단횡단이 많아져 위험한 곳도 많습니다.

경기도 안양의 번화가.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눈에 띕니다.

무단횡단이 많다보니 경찰도 손을 쓰기 힘들 정도입니다.

[경찰 관계자 : 계도를 할 수밖에 없어요. 하도 많으니까 단속을 한번 시작하면
'왜 저 사람은 단속 안 하느냐' 그런 식으로 항의가 많이 들어와서요.]

서울 동대문 인근입니다. 방금 보신 것처럼 이 곳 역시 사람들의 무단횡단이 잦은 곳인데요.

사실 제 뒤편으로 횡단보도 설치가 여러 차례 검토됐었지만, 여러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매번 무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방금 왜 무단횡단하셨어요?) 시간이 되게 촉박하거든요. 여기는 바쁜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잖아요. 횡단보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방자치단체들은 횡단보도 설치를 놓고 고민이 깊습니다.

[강진동 과장/서울시청 교통운영과 : 도시 전체의 활성화나 생활 같은 것을 볼 때 보행에 대한 우선권, 보행권을 확보해주는 게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지하상가 상인들과) 직접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협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상인들의 절박함도 또 시민들의 불편함도 모두 귀 귀울여야 할 목소리입니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횡단보도 설치를 두고 평행선만 달리는 것 역시 바람직한 모습은 아닐 겁니다.

이 작은 횡단보도를 넘어서서 더 큰 틀에서의 고민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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