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票 낚아라" 여당도 야당도 '일자리 空約'

신훈 기자 입력 2016. 3. 21.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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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 與野 '일자리 공약' 살펴보니

“안 하면 왠지 꺼림칙해서 하긴 할 건데, 해도 썩 개운치는 않을 것 같다.”

다음 달 총선을 두고 취업준비생 공모(25·여)씨는 심드렁하다. 4년 전 소중한 한 표를 던졌지만 지난한 현실은 여전해서다. 공씨는 지난해 한 중견기업에 입사했다 얼마 못 가서 그만뒀다. 박봉에 야근까지는 참았는데 성희롱은 견디기 힘들었다고 한다. 결국 다시 이력서를 쓰고 있다. 그는 졸업했는데도 학교 앞 원룸을 떠나지도 못하고 있다.

‘그래봤자 바뀌는 건 없다’는 체념이 공씨의 것만은 아니다. 41.5%. 지난 19대 총선에서 20대가 남긴 투표율이 이런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낮은 투표율을 나름 ‘블루오션’으로 여긴 걸까. 총선을 앞두고 청년층을 겨냥한 정치권의 속삭임이 요란하다. 앞 다퉈 발표한 주요 공약을 보면 대부분 ‘일자리를 늘리겠다’에 초점을 맞췄다. 기뻐할 일인데도 뜬구름 잡는 건 아닌지, 늘어나는 게 좋은 일자리인지 고민이 깊어진다.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12.5%로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자리 ○○만개’라는 뜬구름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은 일자리 창출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새누리당은 ‘일자리 더하기’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유턴 경제특구 설치와 관광산업 활성화가 골자다. 해외진출 기업 가운데 10%가 국내로 돌아오면 매년 일자리 50만개가 늘어나고, 2020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2300만명을 유치하면 150만명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장밋빛 전망은 과연 이뤄질까. 지난 15일 ‘제20대 총선 일자리 공약 비교’ 보고서를 펴낸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해외진출 기업 취업자가 191만명(현지인 188만명)으로 이 가운데 10%가 유턴해 고용이 발생한다고 쳐도 19만명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013년 1217만명에서 2020년 2300만명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1.9배 늘어난다고 일자리가 41만개에서 153만개로 3.7배 증가한다는 전망은 설득력 없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은 청년희망아카데미를 전국 16개 시·도로 확대한다는 공약도 제시한다. 하지만 청년실업 해소에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서울에 설립된 청년희망아카데미의 ‘일자리 매칭’ 사업으로 취직에 성공한 청년은 이달까지 80명에 불과하다. 청년실업자는 56만명을 넘어섰다.

야당에서도 일자리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지만 설득력 없기는 매한가지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년일자리 70만개를 공약했다. 경찰·소방·복지·교육 등 공공부문 일자리 34만8000개를 만들고 청년고용 의무할당제로 25만2000개, 노동시간을 줄여 11만8000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재원 마련을 비롯해 구체적 실행 계획 등 각론이 없다는 것이다.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좋은 일’ 고민은 실종

무작정 일자리를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 ‘좋은 일’을 향한 청년들의 갈망은 크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대표는 “일자리의 양도 중요하지만 일자리의 질에 대한 고민이 먼저”라면서 “청년들이 원하는 게 꼭 정규직, 고임금 일자리인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수평적인 조직문화, 합리적인 노동시간, 일과 학습의 병행 등 좋은 일자리에 대한 요구를 정치권이 귀담아 듣고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이 내건 대선 공약은 ‘일자리 늘지오’였다. 일자리를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자리를 ‘지’키고 질을 ‘올’리겠다고 했다.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고 정규직 일자리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내놓은 총선 공약에서 ‘일자리의 질’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다. 일자리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할 뿐이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가 좋은 일을 고민하고 정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행동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권은 좋은 일에 대한 청년들의 요구를 수렴하고 조직하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립 서비스’조차 하지 않는다”면서 “시민사회가 스스로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일과 여가를 분리하기 위해 퇴근 후에는 업무 용도로 휴대전화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사용하지 않는 등 간단한 행동부터 실천하자고 제안했다.신훈 기자 zorb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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