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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 관장 "작년 말부터 청와대에 혼 많이 났다" 털어놔

입력 2016. 03. 25.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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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교문수석실 수차례 불려가
전시 추진 담당 단장은
‘정윤회 딸 논란’ 조사한
전 문체부 국장
청, 애초 불순한 의도 의심했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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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2016년 전시 일정을 짜느라 골몰하던 김영나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로부터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급히 청와대에 들어간 그에게 김상률 교육문화수석이 꺼낸 안건은 프랑스 장식미술 역사를 소개하는 기획전을 박물관에서 개최하자는 제안이었다. 한국-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맞아 프랑스 장식미술관과 프랑스 명품업체들의 연합체인 콜베르재단이 주도해 르네상스시대부터 현대까지 프랑스 장식미술의 역사를 역대 명품 중심으로 한국에 소개하는 전시였다. 국내 전시 관련 비용은 스폰서가 된 콜베르재단의 명품업체들이 부담한다는 조건도 제시됐다. 복수의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들은 논의 과정에서 교문수석실이 이 전시가 대통령의 관심사항이란 것을 김 관장에게 누누이 주지시켰다고 증언했다. 반면 교문수석실은 전시 무산 뒤 대통령이 관심을 갖게 됐다고 주장했다. 한 관계자의 전언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교육문화수석실이 올해 한-프랑스 수교 기념 행사들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프랑스장식미술전에 시간을 내서 가보고 싶다고 각별한 관심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후 교육문화수석실은 비상이 걸렸다. 이 전시 준비에 집중해 반드시 성사시키는 것을 목표로 문체부와 국립중앙박물관의 김영나 관장, 교육문화교류단 관계자들을 직접 불러 독려했다. 그러나 김영나 관장이 뜻밖에도 반대하면서 전시 준비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프랑스 장식 명품들의 역사성을 보여준다는 전시 얼개는 큰 하자가 없었다. 하지만 당시 김 관장은 단호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전시 후반부에 카르티에, 루이뷔통, 에르메스 등의 명품업체들이 현재 세계시장에 팔고 있는 고가의 액세서리, 보석류 등의 명품들이 별도 쇼룸에 진열된다는 부분이 걸렸기 때문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공공전시기관에서 상업성 농후한 명품 홍보 전시가 열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2008년에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프랑스 카르티에 명품 컬렉션전을 벌였다가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은 적이 있고, 세계 유수의 박물관, 미술관들도 패션 명품 전시로 구설에 오른 사례들이 적지 않아 김 관장의 반대는 설득력이 있었다. 문체부와 중앙박물관 쪽 관계자들은 김 관장이 ‘우리 관에서 전시를 못 한다’고 반대 의사를 거듭 밝히자 청와대 쪽으로부터 견디기 힘든 압박이 계속됐다고 증언했다. 청와대에 계속 불려가 전시 여부를 놓고 교육문화수석실과 신경전을 거듭해야 했다. “전시를 왜 못 하느냐. 대통령 참석하는 전시를 무산시키면 절대 안 된다”는 강한 압박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직속 상급자인 문체부 박민권 1차관도 가세해 박 대통령의 의향을 내세워 전시 개최를 채근하면서 김 관장은 다른 업무를 못 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박물관 관계자들은 증언했다. 김 관장도 “작년 연말부터 (청와대에) 혼이 많이 났다. 대통령이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이나 전시를 꼭 해야 하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털어놓았다.

결국 김 관장의 반대로 2월 중순 프랑스 업체들이 지원 의사를 접고 전시가 무산되자 곧바로 김 관장과 박민권 1차관에 대한 경질 인사가 단행됐다. 대통령이 중시하는 전시를 감히 무산시킨 데 대한 괘씸죄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문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주목되는 것은 김 관장의 경질 인사 언저리에 전시 무산 외에도 다른 복선이 깔린 정황이 포착된다는 점이다. 문체부와 박물관 관계자들은 청와대가 전시 무산 사태를 김 전 관장만의 의지가 아니라 반정부적 공무원들의 조직적 저항으로 본다는 게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박물관 담당 직원들의 추가 징계를 준비중이라는 전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이 전시를 추진했던 중앙박물관 내 부서인 교육문화교류단 단장은 공교롭게도 2013년 박 대통령 측근 정윤회씨의 딸 승마 국가대표 선정 논란 당시 승마협회 감사를 진행했다가 박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나쁜 사람’이라고 지목받아 좌천된 노아무개 국장이다. 그래서 청와대가 더욱 ‘불순한 의도’를 의심하고 눈총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관장과 차관의 경질 배경에 대해 전혀 다른 말을 했다. 김 장관은 지난주 기자간담회에서 김 관장의 경질 배경을 “박물관 내 고고학, 미술사 전공 간의 갈등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미술사가 아닌 고고학 쪽의 전문가(후임 이영훈 관장)를 교체한 것”이라고 했고, 박 전 차관의 교체도 “대국민 소통기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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