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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사건, 시그널을 찾아라]⑧ '112'와 '성추행' 검색후 실종된 예비수의사

박용근 기자 입력 2016. 03. 27. 10:05 수정 2016. 03. 2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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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전북대 수의학과에 다니던 여대생 이윤희양이 2006년 실종됐다. 경찰은 올해 이 사건의 재수사에 착수했다./덕진경찰서 제공
“포기하지 않으면 미궁은 없다”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한 이른바 ‘태완이법’이 2015년 8월부터 시행되면서 경찰청은 미제사건 전담팀을 정식 발족했습니다. 전국 17개 경찰청에 소속된 미제사건팀에는 형사사건 경력이 많은 베테랑 경찰관들이 투입돼 전 국민을 경악과 분노에 빠트린 강력 미제사건 해결에 나서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제사건 수사를 주제로 한 드라마 <시그널>이 인기를 끌면서 오랜시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사건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경향신문은 미제사건의 국민적 관심을 확산시켜 해결의 단초를 찾아보고자 이들 사건을 다시 들여다 보기로 했습니다. 포기하기 않으면‘미궁’은 없다고 믿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제보를 기다리겠습니다.

전북대 수의학과에 다니던 여대생이 종강모임을 가진 뒤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 여대생은 회식이 끝나고 거주지인 원룸에 돌아와 컴퓨터를 켜고 포털 사이트에 ‘112’와 ‘성추행’이란 단어를 검색했다. 새벽 2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그런 후 여대생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대대적인 경찰수사에도 불구하고 생사가 어찌 됐는지도 모른 채 10년이 흘렀다. 그동안 여대생의 칠순 부모는 전국을 돌며 딸 찾기에 혼신을 불태웠다. 전단 수만장을 뿌렸고, 현상금 1억원을 내걸었다. 그래도 여대생은 답이 없었다. 지쳐버린 노부모는 현재 강원도 철원에서 농사를 지으며 칩거중이라고 했다. 경찰은 미제사건으로 분류된 ‘여대생 이윤희씨 실종사건’을 올해 재수사에 착수했다.

■예쁜 동물병원이 꿈

야무지기로 소문난 이윤희씨(당시 29세)는 전북대 수의학과 4학년에 재학중이었다. 졸업과 동시에 예쁜 동물병원을 꾸리는게 꿈이었다. 2006년 6월5일 저녁 전북대앞 대학로 한 식당에서 열린 종감모임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교수와 학과동료 40여명이 참석했다. 이씨는 모임이 끝나자 이날 새벽 2시30분 대학로에서 1.5㎞ 남짓 떨어진 자신의 원룸에 도착했다. 이때 동료 남학생이 이씨를 바래다 줬다. 이 상황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원룸에 도착한 이씨는 1시간여 포털사이트를 검색했다. 검색창에는 ‘112’와 ‘성추행’이라는 단어가 검색된 것으로 밝혀졌다. 정황상 범죄피해를 암시하는 행동임이 분명했다. 이씨가 실종 나흘전 학교 근처에서 휴대전화와 지갑 등이 들어있는 핸드백을 날치기 당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씨가 종강모임을 마치고 원룸에 돌아왔을 때도 휴대폰은 없었다. 컴퓨터를 켠 것도 휴대폰이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넷은 1시간정도 사용되다 꺼졌다. 이때부터가 이씨가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이었다.

이씨가 사라졌다는 것은 이틀이나 지나서 동료 학과생들에 의해 밝혀졌다. 8일 낮 이씨가 학교에 나타나지 않자 이를 이상히 여긴 친구들이 원룸을 찾아갔다. 원룸은 잠겨 있었다. 동료들은 119협조를 얻어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안에는 외출시 베란다에 묶어놓았던 강아지가 풀려져 있었다. 외출을 할 의도가 없었다는 얘기다. 이씨는 종강파티때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은 채 사라졌다.

■“윤희야 너무 보고 싶다”

이씨가 사라진 뒤 3일만에 실종신고가 접수되자 경찰은 전담 특별수사반을 편성해 수사에 나섰다. 이씨 학과 동료와 주변인물들의 행적에 대해 수차례 소환 탐문수사를 벌인 경찰은 뚜렷한 혐의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연인원 1만5000명을 동원해 가련산과 건지산, 황방산 등 우범지역을 샅샅히 수색했다. 16회에 걸친 수색에는 수색견까지 동원됐지만 역시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초기 수사가 답보상태에 이르자 이씨 사진을 담은 전단지 3만여장과 현수막을 제작해 시내 전역에 배포하고 제보를 기다렸다.

실종된 이윤희씨 부친 이동세씨가 전국에 배포하고 다닌 유인물/덕진경찰서 제공
이윤희씨가 실종된 2006년 종강모임을 마치고 원룸으로 돌아오기까지의 동선요약도.

실종 나흘째인 9일 저녁, 서울에서 이씨 계정으로 음악사이트에 접속하려는 사실이 포착됐다. 경찰이 출동해 수사를 벌였으나 오접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2007년 초에는 한 통의 전화가 이씨 언니에게 걸려왔다. 전화를 건 김모씨(당시 27세)는 “(윤희가)전화할 형편이 안 돼 대신 전화해 달라고 해서 연락했다”면서 “윤희는 힘들어 하지만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발신지 추적을 통해 전화를 건 곳이 광주시내 공중전화 부스임을 확인하고 수사대를 급파했다. 인근 CC(폐쇄회로)TV를 분석해 김씨를 찾아냈으나 그는 교통사고로 뇌를 다친 정신분열증 환자였다. 심령술사도 나타났다. 경찰서를 찾아온 40대의 심령술사는 이씨가 지하 상하수도 시설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제보했다. 경찰은 그와 함께 원룸 근처 상하수도를 샅샅이 뒤져봤지만 허사였다.

경찰은 이씨 실종사건 수사가 답보상태였던 이유를 이씨 동선을 찾아 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수사에 참여했던 김모 경위는 “주변 인물들 한 사람당 6~7회 소환해 조사했다. 반복해 조사하면 허점이 나오는데 이씨 주변인물들에게선 단서를 찾아낼 수 없었다”면서 “특히 원룸위치가 후미진 곳에 있어 영상자료를 확보할 수 없었던데다 실종시간이 새벽이어서 목격자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 가족들은 용의자로 학과 동료인 한 남학생을 특정했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서도 “할 수 있는 모든 수사기법을 동원해 범죄를 입증하려 했지만 증빙할 수 없었다”면서 “증거가 없는데 용의자로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 부모 “의심가는 사람있다”

이씨의 아버지 이동세씨(78)와 어머니 송화자씨(74)의 가슴은 지난 10년간 숯덩이가 돼 버렸다. 부부는 이씨 실종직후 경기도 안산에서 전주에 내려와 딸을 찾아 헤맸다. 시내 곳곳에 포스터를 붙이고 지인들을 찾아 딸의 행방을 탐문했다. 사건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가산을 모두 모아 현상금 1억원도 내걸었다. 하지만 노부부에게 딸을 돌아오지 않았다. 생사마저 알 길이 없었다.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던 이윤희씨 실종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는 전주덕진경찰서./박용근기자

어머니 송씨는 23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남양주에서 살다가 작년 8월 강원도 평창으로 들어왔다. 신앙생활과 농사를 지으며 마음을 잡고 있다. 하지만 우리 딸은 어디엔가 살아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갖고 있다”면서 “몸이 많이 쇠약해 져 농사라도 지어야 살 수 있을 것 같아 노동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아버지 이씨는 “경찰이 사실상 수사에서 손을 놓은 뒤에는 전주에 내려가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윤희 실종과 관련해 의심 가는 사람이 분명 있다고 믿고 있다”면서 “항상 윤희 곁을 스토커처럼 따라 다니며 남자친구 행세를 했고, 다른 남자를 가까이 하는 꼴도 못 봤다는데 경찰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풀어줬다. 반드시 재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덕진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 최광재팀장은 “10년이 지난 사건이기에 당시에는 휘말리기 싫어 소극적이던 제보자들이 어느 순간 단서를 제공할 수 도 있다”면서 “지금부터 이동경로를 재확인하고 동문, 선후배들에 대한 탐문수사를 다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보는 전주덕진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063-713-0238)으로 하면 된다.

미제사건 다음 순서는 ‘달성공원 요구르트 독극물 살인사건’입니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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