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정원, 기자·세월호 가족·대학생 무더기 통신자료 조회

입력 2016. 3. 29. 01:06 수정 2016. 3. 2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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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같은 날 연관성 없는 32명 마구 뒤져…‘1월7일 미스터리’
문서 하나로 한겨레 기자·야당 의원·민주노총 실무자 등 엮어
“보안법 내사” 해명 설득력 없어…광범위한 ‘통신사찰’ 의혹

국가정보원이 지난 1월7일 <한겨레> 기자와 국회의원, 야당 당직자부터 노동단체 실무진과 대학생, 세월호 유가족 등 일반 시민들까지 통신자료를 집중적으로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신자료 조회에 대해 국정원은 지금까지 “국가보안법 위반 행위자에 대한 내사(수사) 과정에서 피내사자와 연락한 번호가 나와 가입자가 누구인지 확인한 것”이라고 해명해왔다. 하지만 이날 국정원에 자료가 제공된 이들은 특정 피내사자와 연관될 만한 뚜렷한 친분관계나 접점을 찾기 어려워 ‘사찰’ 등 별도 목적을 위해 무작위로 통신자료를 조회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한겨레>가 국정원과 검찰·경찰 등 정보·수사기관에 통신자료 제공 내역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한겨레 기자들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실무자,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당직자 등 161명의 내역을 취합해보니, 국정원은 지난 1월7일에만 6건의 같거나 연이은 ‘문서(공문)번호’(대지-35, 대지-40~45)로 29명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이 161명에 대해 지난 1년 동안 요청한 118건 가운데 약 25%에 해당한다. 또 세월호 생존 학생의 아버지 장아무개(47)씨와 박세훈 고려대 총학생회장,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통신자료도 같은 날 국정원이 조회한 사실이 별도로 확인됐다.

정보·수사기관에선 “(번호별로) 각각 통신자료 요청 공문을 보내는 대신 사건과 관련된 여러 번호를 하나의 공문으로 요청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적어도 이 32명은 특정 사건 또는 사건 관계자를 매개로 서로 연관성이 있다는 뜻이다. 1월7일은 북한의 4차 핵실험 다음날이지만, 이들은 “북한 이슈를 담당하지 않는데다 특정 사건으로 서로가 관련될 만한 연결고리를 짐작도 못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조회당한 이들을 보면, 경찰·대학 등을 취재하는 사회부문 24시팀 기자들과 식음료·패션 등을 담당하는 경제부문 기자, 청년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담당하는 야당 당직자, 민중총궐기 집회를 하고 있던 민주노총 실무진 등으로 서로 업무 영역이 겹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미향 24시팀 기자는 “2013년 입사 뒤 정당 취재를 해본 적이 없어 야당 당직자를 접할 기회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 기간 민중총궐기 집회 취재를 하지 않아 민주노총과도 접촉할 일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정보인권단체 등에선 국정원이 국가안보란 이름으로 불법적인 ‘통신사찰’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서로 통화할 일조차 없는 이들이 같은 날 무더기로 조회당한 것을 보니 정부에 비판적인 집단에 대해 사찰이 이뤄진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긴다”며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국정원이 자료를 왜, 어떻게 활용했는지 지금이라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까지 한겨레 기자 34명(76건), 민주노총 실무자 97명(752건), 더민주·정의당 당직자 각각 25명(35건), 5명(20건) 등 161명의 통신자료 883건이 국정원과 검찰, 경찰 등에 제공된 것으로 취합됐다. 이동통신회사의 결과를 통지받지 못한 이들도 많아 건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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