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甲' 일자리는 로봇에 뺏기지 않는다

이지용,원호섭 입력 2016. 3. 30. 17:18 수정 2016. 3. 3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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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J&J 마취로봇 출시 1년만에 판매중단의료비 90% 절감 불구 의사들 집단 반발의약품 등 영업타격 우려 J&J 사업 접어
미국에서 지난해 시판을 시작한 마취용 의료로봇이 의료비를 이전보다 10분의 1로 '뚝' 떨어뜨리는 혁신을 일으키고도 결국 퇴출당했다. 해당 로봇으로 인해 일자리를 빼앗길 것을 염려한 의사들의 집단 반발에 밀린 결과다.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세계 최대 바이오·제약 기업인 존슨앤드존슨(J&J)이 지난해 출시한 수면 유도 마취로봇인 '세더시스(Sedasys)' 판매를 중단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세더시스는 결장경·내시경 검사 때 프로포폴을 주사해 환자 수면을 유도하는 마취용 의료로봇이다. 이 기기를 사용하는 환자는 한 손에 공 하나를 쥐고 헤드폰을 낀 채 음성 지시에 따라 반복적으로 공을 움켜쥐는 행동을 하고 시스템은 혈중 산소 함량, 심장박동 수 등 환자 신체 징후에 따라 투약량을 조절한다. 인공지능(AI)과 유사한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정상보다 혈중 산소 함유량이 낮아지거나 심장박동 수가 이상 수준으로 떨어지면 바로 투약을 멈춘다.

전신 마취는 예전까지 마취과 의사나 전문의료인에게만 허용됐던 의료행위인데 201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세더시스 사용을 승인하면서 미국을 비롯해 호주 캐나다 등 병원에 지난해부터 보급되기 시작했다.

세더시스의 가장 큰 장점은 '살인적 수준'인 미국 의료비를 획기적으로 낮췄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결장경·내시경 검사 등을 받을 때 수면내시경 의료비는 통상 2000달러에 달한다. 마취 전문인력이 부족해 인건비가 상당히 비싸기 때문이다. 반면 이 로봇을 도입하면 해당 비용이 10분의 1 수준인 150~200달러 안팎으로 크게 감소한다.

문제는 로봇의 일자리 침투 공포가 확산되면서 의료진의 반발이 커졌다는 것. 미국에서 마취 전문의들은 평균 연봉이 28만6000달러에 이르러 평균 수입이 가장 많은 의료전문직에 속한다. 서민·중산층으로선 환영할 만했지만 마취전문의협회 등은 대대적인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정치권에 규제 로비를 전개했다. 표면적 반대 이유로는 "세더시스가 의도한 수면 상태보다 더 깊은 수면 상태를 유도하고 돌발 사태 발생 시 환자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며 안전 문제를 내세웠다.

반면 WP WSJ 등 언론은 지난해 직접 병원에서 운용되는 세더시스를 목격한 뒤 "기계가 실제 마취 전문의가 마취할 때보다 더 엄격한 기준 아래 작동된다"고 보도했다. 판매가 중단되자 의료계에선 "결국 안전 문제 때문에 세더시스가 하차했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J&J 측은 "판매를 중단한 건 절대 안전 문제가 아니다"며 "미래 성장을 고려한 경영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의료기업인 J&J는 병원이 가장 큰 고객 중 하나다. 의료계가 꺼리는 제품을 억지로 밀어붙여봤자 다른 영업까지 타격을 받을 게 뻔하다.

WSJ는 "세더시스는 인간 일자리를 자동화로 대체하려는 기업이 직면할 수 있는 '후퇴'의 상징"이라며 "큰 수입원이 줄어들 위기에 처한 마취전문의들과 싸움에서 패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J&J의 세더시스 퇴출 사건은 AI와 로봇 등 제4차 혁명으로 대두되는 패러다임 변화 과정에서 인간이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갈등을 보여준다. AI와 기계 발달로 인해 이미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의료 분야에서는 기계가 1970년대부터 적용되기 시작됐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많은 사회적인 논의 결과 현재 의료 분야에서 기계 활용은 인간을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로 집중되고 있다"며 "인공지능과 기계의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최종 결정은 인간이 내리는 시스템으로 완성되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춘성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기조실장은 "우리 사회는 아직 인공지능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며 "소프트웨어 발달은 다른 분야보다 빠른 만큼 새롭게 다가올 사회를 대비한 제도 개선, 법적 검토 등이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이지용 기자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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