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영신 기자,박승희 기자,석대성 기자 = 새누리당이 20대 총선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박근혜 마케팅'을 앞세운 읍소 전략을 다시 꺼내들었다.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 박근혜정부가 식물정부가 된다"고 외치며 보수층 집토끼 결집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다분히 보수 표 결집만을 노리는 '엄살'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읍소전략이 이번 총선에서 얼마나 통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박 대통령을 앞세운 읍소 전략은 새누리당의 고정 레퍼토리였다. 가까운 예로는 2014년 6·4 지방선거가 있다.
당시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최악의 경우 완패할 것이라는 관측이 컸다.
지방선거를 닷새 앞두고 새누리당 지도부와 주요 당직자들은 읍소전략으로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당시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서청원·김무성 공동선대위원장 등이 전국 곳곳에서 "도와주십시오" "바꾸겠습니다" 등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릴레이 1인 유세를 벌였다. 지방선거 전패 위기에까지 몰렸던 새누리당은 최악을 면하고 선전했다.
지방선거 이후 당내에서 본격적으로 박 대통령을 앞세운 '읍소전략'의 수명이 다했다는 지적이 터져나왔다. 당이 공약과 정책, 중도·진보층을 향한 외연확장 전략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개인과 관련한 보수층의 동정심에만 매달린 무기력한 전략으로 선거를 치렀다는 것이다.
지방선거 직후 초선의원 모임인 초정회가 '박근혜 마케팅' 자성 촉구 성명을 냈다.
최근 박 대통령을 살려달라고 말하는 김무성 대표는 당시 7·14 전당대회 레이스에서는 "박근혜 마케팅은 당이 이기기 위한 절규로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자생력을 가진 활기찬 당이라면 그렇게까지 안했을텐데 대통령에게 겨우 매달리는 모습은 무기력하다"고 했었다.
이런 이유로 김 대표 당선 후 치러진 7·30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은 읍소전략을 펴지 않았다. 지역 주민이 직접 후보를 뽑는다는 상향식 공천, 지역 일꾼론으로 국회의원 재보선 4곳 중 광주를 제외한 3곳을 모두 석권했다.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에서 다시금 읍소전략을 꺼내든 핵심 이유는 전통 텃밭지역인 영남지역에서 비상이 걸려서다. 유승민 의원의 탈당 등 공천 파동으로 인해 당 심장부, 특히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가 심상치 않다.
'낙동강 벨트'로 불리는 부산 서부와 경남 김해에서도 새누리당 후보들이 야당과 초접전이거나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결국 당초 수도권 지원에 집중할 계획이었던 김무성 대표가 방향을 틀어 영남권에 내려갔다 올라와 주재한 지난 4일 심야 긴급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대로 가면 과반 의석을 못 얻고, 그러면 박근혜 정부가 식물 정부가 된다"는 읍소전략을 공식화 했다. 이후 김 대표는 전국 유세에서 이 프레임을 연일 설파하고 있다.
영남권 선대위원장인 최경환 의원 역시 "박 대통령을 제대로 못 모셔 죄송하다. 사죄드린다. 회초리를 때려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최 의원 등 대구·경북 후보들은 급기야 6일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와 대구에서 "공천 파동에 대해 사죄드린다"며 무릎을 꿇고 큰절을 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뉴스1과 전화통화에서 "수도권은 어느 선거에서나 늘 우리 당에게 우호적이지 않았기에 결국 '51대49'싸움"이라며 "그러나 텃밭 영남이 흔들리는 것은 심각하다. 전통 지지층에서 당에 실망을 드러내고 투표를 포기하는 추세가 나타나 읍소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에게 박 대통령을 내세운 읍소전략은 기존 지지층을 겨냥한 전략이라, 당이 또다시 대통령에게 종속돼 선거를 치른다는 비판은 면할 길이 없다.
이런 맥락에서 수도권 등 여당 약세 지역에서는 읍소전략의 수위가 덜하거나 아예 찾아볼 수 없다.
과거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은 박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대형 현수막으로 인쇄해 건물 전면에 내걸곤 했다. 반면 이번 총선 새누리당의 서울 후보 47명 선거 공보물을 보면, 박 대통령 사진이나 "박근혜"라는 문구를 전면에 배치한 사례가 없다.
19대 총선에서 낙선했던 한 수도권 후보는 "새누리당 공천 파동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는 유권자들이 너무도 많다"며 "가뜩이나 우리당이 열세고 대선에서도 야당이 이긴 곳인데 어떻게 박 대통령을 살려달라는 읍소를 하겠느냐. 수도권은 개인기와 공약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에서도 결국 꺼내든 읍소전략이 일면 효과를 거두겠지만, 그 정도가 이전만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새누리당 지지율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은 맞지만 과반 의석이 안된다는 주장은 엄살"이라며 "그냥 전통 지지층을 자극해 보수 표 결집을 하려는 전략이기 때문에 기존 지지층으로부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명 한림대 교수 역시 "지지층에게 위기감을 조성하려는 전략"이라며 "그러나 결국 투표율이 관건이기 때문에 읍소전략의 효과는 두고봐야 한다"고 했다.
eriwhat@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코리아 www.news1.kr 무단복제 및 전재 –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