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살이 억수로 팍팍하데이"..대구경제의 눈물

이태규 기자 2016. 4. 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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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총생산 22년째 꼴찌, 울산 6,110만원의 30% 그쳐, 집값 상승률 11%로 전국 1위, 서민 주거부담 갈수록 가중, 물가는 서울 다음으로 높아, 총선 무소속 돌풍 이면엔, "고질적 경제난 탓" 분석도

대구는 부자 도시의 이미지가 강하다. 글로벌 대기업인 삼성이 대구에서 창업했고 4명의 대통령(박정희·전두환·노태우·박근혜)을 배출했다. 대구 수성구는 서울 강남구보다 수입차가 더 많이 팔리고 서울 강북권보다 집값이 높다.

하지만 실제 경제성적표는 초라하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22년째 전국 꼴찌인 반면 물가는 서울 다음으로 높고 청년실업률은 전국 3위였다.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텃밭(19대 총선 12개 지역구 싹쓸이)으로 여겨지던 대구에서 ‘무소속 돌풍’이 부는 이유로 여당의 ‘막장 공천’이 꼽힌다. 하지만 성난 민심의 기저에는 고질적인 ‘경제난’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현재 대구의 1인당 GRDP는 1,894만원으로 전국 16개 시도 중 꼴찌였다. 전국 1위인 울산(6,110만원)의 3분의1에도 못 미쳤고 평균(2,944만원)의 64%에 불과했다. 대구의 1인당 GRDP는 1992년 이후 꼴찌를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 경제가 죽다 보니 일자리도 줄었다. 청년실업률(15~29세)은 지난해 10%로 강원도(12.8%), 인천(11.9%)에 이어 전국 3위였다.

반면 물가는 고공 행진하고 있다. 지난해 대구 물가는 2010년에 비해 10.84% 상승(2015년 물가지수 110.84, 2010년 100 기준)해 서울(10.93%)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집값 상승률도 가팔라 서민들의 주거부담도 가중되는 실정이다. 정부의 부동산대출규제 완화로 지난해 아파트값 상승률은 11.24%(KB국민은행 기준)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5.06%)을 훨씬 웃돈 1위다. 가계부채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대구 가계부채(예금취급기관 기준) 잔액은 36조4,000억원으로 17개 시도(세종시 포함) 중 6위였지만 증감률은 17.7%로 전국 평균(8.9%)의 2배에 달했다. 절대부채잔액 자체가 낮은 제주(31.3%), 세종(23.5%)을 제외하면 경북(17.8%)에 이어 2위였다. 팍팍한 살림살이에 대구를 떠나는 인구도 늘어 지난해 인구는 249만명으로 250만명선이 붕괴됐다.

대구는 1970~1980년대 섬유산업의 메카로 국가 경제를 견인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국의 등장으로 경쟁력을 잃었다. 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은 “고차원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산업 섬유가 아닌 일반의류 옷감 등 범용 섬유 중심지였던 대구는 값싼 노동력으로 무장한 중국에 쉽게 밀려났고 섬유산업과 연계된 지역 산업 전반이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김보근 대구상공회의소 경제조사팀장은 “1990년대 산업변환기에 대체산업을 찾아야 했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국가산업단지 건립이 무산되며 신성장동력을 찾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대구는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 ‘위천국가산단’ 유치를 정부에 건의했지만 낙동강 수질 오염 문제로 부산이 반대해 실패했다. 최근 산단이 조성되고 있긴 하나 수십년간 전국에서 산단이 없는 유일한 지역이라는 오명을 써야 했다.

1996년에는 삼성상용차가 대구에 공장을 세웠지만 2000년 파산했다. 1999년부터 ‘대구 섬유산업르네상스’를 기치로 총 6,800억원의 혈세가 투입된 ‘밀라노 프로젝트’는 뚜렷한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내륙에 위치해 부산·서해안과 같이 항만의 이점도 기대할 수 없고 지역 내 공군기지 등 군사 지역이 많아 산업용지도 부족하다. 2000년대 후반에는 행정중심 복합도시로 충청이 뜨면서 더욱 소외됐다.

이 같은 고질적인 경제난은 4·13 총선 ‘무소속 돌풍’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 내 익명의 금융권 관계자는 “박정희 대통령 이후 대구인들은 지역 경제는 나빠도 대한민국 경제발전을 이끈 핵심지역 시민이라는 자부심이 강해 전통적인 여당 텃밭이 됐다”면서도 “지역 경제가 갈수록 활력을 잃으면서 여당에 대한 믿음이 낮아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김보근 팀장은 “인근 구미·경산 공단에서 일하는 고소득자가 많아 대구의 개인소득 수준은 낮지 않다. 최근 지역 경제 성장세도 빨라 경제난에 여당이 외면받는다는 주장은 공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4년 현재 대구의 1인당 개인소득은 1,597만원으로 전국 16개 시도 중 6위를 차지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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