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찾아 무릎 꿇은 문재인 "분 풀릴 때까지 꾸짖어달라"

2016. 4. 8.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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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돌풍' 차단 위해 승부수

20대 총선을 닷새 앞둔 8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광주를 찾아 ‘녹색돌풍’ 차단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문 전 대표는 야권 심장부인 광주 충장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분이 풀릴 때까지 제 얼굴 맞대고 호되게 꾸짖어달라”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면서 “(호남이 이번 총선에서)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저는 미련없이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겠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정치생명을 호남의 선택에 걸겠다고 도박에 가까운 약속을 내놓은 것이다.

◆문재인 배수진 친 배경

문 전 대표의 승부수는 심각한 위기감의 반영이다. 호남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이 50%를 넘어섰을 뿐 아니라 수도권의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도 국민의당에 추월당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불과 보름 전만 해도 ‘미풍’으로 여겨졌던 녹색바람이 돌풍으로 변해 수도권으로 빠르게 북상 중인 셈이다. 특히 호남의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국민의당의 이 같은 상승세를 만들어냈다는 분석까지 나오며 문 전 대표로서는 심적 압박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불씨’를 제공한 만큼 불이 난 진원지에 들어가 불을 끄든지 장렬히 산화하든지 선택해야 할 처지였다.

문 전 대표는 이날 회견의 상당 부분을 국민의당 공격에 할애했다. 그는 “호남을 볼모로 자신의 기득권에만 안주했던 구시대적 정치”, “호남 민심을 왜곡해서 호남을 변방에 가두어두려는 분열적 정치인”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이날 저녁 광산구 월곡동에서 진행된 ‘광주 4050 쓴소리 토크’ 자리에선 “어쨌든 국민의당은 대안이 안된다”며 “안철수 대표 말고는 (수도권에서) 당선될만한 사람이 없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사실상 ‘문재인이냐 안철수냐’ 양자택일해 달라고 호남에 읍소한 셈이다.

◆142일 만의 호남방문

문 전 대표의 광주 방문은 지난해 11월18일 조선대 특강 이후 142일 만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첫 일정으로 국립 5·18 민주묘역에 도착하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과 함께 무릎을 꿇었다. 이어 1시간30분 동안 묘비마다 일일이 무릎을 꿇고 어루만졌다. 지도부 참배가 그간 20분 정도였던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문 전 대표가 이날 회견에서 총선 결과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선언하자, 충장로에 모여든 지지자들 사이에선 “안 됩니다”, “우리는 어쩌라고”라는 탄식이 터져나왔다. 일부 여성 지지자들은 눈물을 보였다. 문 전 대표도 회견 말미 “광주시민 여러분,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며 눈시울을 붉혔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오른쪽)가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과 함께 8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광주=이재문 기자
◆호남 민심 움직일까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이날 문 전 대표의 회견에 대해 “광주시민들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 호소가 호남 민심을 되돌릴지는 미지수다. 전문가 분석은 엇갈린다. 김만흠 가톨릭대 교수는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무언가가 없었다”며 “용서를 구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대선 불출마와 백의종군 선언밖엔 없는데. 그건 할 수 없는 거니까 (피해갔다)”고 꼬집었다. 반면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호남 홀대론은 인정할수 없다고 한 부분을 호남민심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비장함은 담겨있다”며 “더민주에 표가 몰리기는 힘들겠지만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더 이상 득세하는 것은 막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광주 시민들의 반응도 양분됐다. 광주 신묘역에서 마주친 50대 남성은 “그래도 지금이라도 와서 다행”이라며 “광주에서 환영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충장로의 60대 남성은 “진즉 왔어야지. 너무 늦었다”며 “김종인을 내세우면서부터 벌써 틀렸다”고 목청을 높였다.

김동진, 광주=박영준 기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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