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이 곧 돈이다"..색채 언어의 미다스 손 '팬톤'

입력 2016. 4. 1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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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戰 참전 이력 창업주 로렌스 허버트

들쭉날쭉 컬러, 세계 표준화 통해 대박
매년 ‘올해의 컬러’ 선정 문화영향력 막강
2007년 인수한 랠스회장 자산은 4조원

‘세상의 모든 색은 이 곳으로 통한다.’ 미국 색채전문기업 팬톤(Pantone)을 두고 하는 말이다.

색채전문기업이라는 표현 그대로 팬톤은 색으로 돈을 버는 회사다. 컬러 관련 일을 하는 사람에게 팬톤은 일종의 ‘바이블’이다. 팬톤이 개발한 컬러 식별 및 매칭, 컬러커뮤니케이션(색과 관련한 의사소통)을 위한 ‘팬톤 컬러매칭 시스템 (PMS:Pantone Matching System)’과 ‘팬톤 색 일람표(PANTONE Color Specifier)’ 등이 컬러의 만국 공용어가 됐다.

기업 로고 색상을 말할 때도 팬톤의 고유 색상 번호 하나면 어디서든 같은 색으로 인쇄할 수 있다. 스타벅스는 PANTONE 3425C, 맥도널드는 PANTONE 123C, 갭은 PANTONE 655C, 현대차는 PANTONE 288C 식이다.

이렇듯 팬톤은 전세계 디자이너와 미술가는 물론 시각예술, 디지털 예술, 건축, 인쇄, 광고, 섬유, 푸드, 패션, 화장품, 도료 등 산업 전반에서 표준 색채로 자리매김했다.

팬톤이 개발한 컬러 식별 및 매칭, 컬러커뮤니케이션(색과 관련한 의사소통)을 위한 ‘팬톤 컬러매칭 시스템 (PMS:Pantone Matching System®)’과 ‘팬톤 색 일람표(PANTONE Color Specifier)’ 등이 컬러의 만국 공용어가 됐다.

색채 언어 마술사, 허버트=현재의 팬톤을 있게 한 이는 창업주 로렌스 허버트다. 그가 팬톤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56년. 한국전쟁 참전(1951~1953년) 후 제대한 허버트는 아르바이트 삼아 팬톤에서 일을 시작했다. 대학시절 생물학과 화학을 전공했던 허버트는 미술이나 예술에는 문외한이었지만 팬톤에서 일하는 동안 색의 신비로움에 빠져들었다. 그는 당초 의과대학에 진학할 계획이었지만 마음을 바꿔 1962년 팬톤을 인수하기에 이른다.

팬톤이 세계 색채 언어가 된 것은 허버트가 1963년 ‘팬톤 매칭 시스템(PMS)’을 개발하면서다. 허버트는 당시 파란색 캐딜락 체리레드색 좌석에 앉아 컬러 ‘공통어(universal language)’에 몰두했다.

1960년대에는 회사들이 색상을 모두 저마다 다르게 정의하고 있는 것이 혼선을 가져오는 경우가 허다했다. 예를 들어 베이지톤의 색상을 말할 때 어떤 이는 ‘밀(Wheat)’이라고 하고, 다른 이는 ‘두더지(taupeㆍ갈색이 도는 회색)’나 ‘크림(Cream)’으로 말하기도 했다. 허버트는 “뉴욕에 있는 사람이 도쿄에 인쇄를 맡길 때 색상 식별 책 한권을 펼쳐 보이며 ‘팬톤 123(daffodil yellowㆍ수선화 노랑색)으로 해주세요’라고 주문하는 것을 상상했다”고 회고했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허버트는 화학 전공을 살려 최초 12개 기본 색소로 색의 배합을 만들어냈다. 이후 잉크색을 10개로 단순화해 각각의 색에 특정 기호와 번호를 부여, 인쇄 잉크 공식으로 정의했다.

팬톤은 처음 주요 21개 잉크 제조사에 라이센스를 부여하며 영업을 시작했다. PMS는 금세 업계에 파장을 일으키며 대박을 터뜨렸다. 잉크 제조사들로부터 로열티를 받는 데 2주가 채 걸리지 않았다. 팬톤이 세계 컬러 언어의 시초가 된 순간이었다. 이후 팬톤은 1000개 이상의 잉크 제조사와 그 지사들이 특정 기준에 따라 팬톤 베이직 컬러를 생산하는 허가를 받아냈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허버트는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며 “아무도 색을 소유할 수 없었지만, 팬톤은 그것을 규정하는 기준을 소유했다”고 평가했다.

휴렛 패커드의 선임 컬러 과학자 요한 래먼스도 “원칙적으로, 컬러를 정의하고 매칭하는데 팬톤 이외의 다른 것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휴렛 패커드 역시 디자인 산업계에 프린터를 판매할 때 팬톤 라이센스를 사용한다. 

2016년 올해의 컬러로 선정된 핑크빛의 로즈 쿼츠.

문화 주무르는 ‘올해의 컬러’=팬톤이 PMS로만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의 컬러’, 팬톤 컬러 칩, 팬톤 컬러 인스티튜트, 팬톤 호텔, 팬톤 카페, 팬톤 머그, 팬톤 아이폰 키보드, 팬톤 립스틱에서 영화산업까지 활발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2002년부터 매년 12월 선정되는 ‘올해의 컬러(color of the year)’는 패션 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화장품, 인쇄, 출판, 영상, 디지털, 소비재 산업 등 전반에 걸쳐 새로운 컬러 트렌드를 창조하고 있다.

팬톤의 ‘올해의 컬러’는 할리우드 스타들에게도 인기다. 각종 공식행사에 올해의 색상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화제가 된다.

일례로 2016년 올해의 컬러로 선정된 핑크빛의 로즈 쿼츠(Rose Quartz 13-1520)와 블루톤의 세레너티(Serenity 15-3919)는 이미 세계적인 스타들의 패션을 장식하고 있다.

할리우드 여배우 귀네스 팰트로는 에밀리아 윅스테드 2016 가을ㆍ겨울 콜렉션에 로즈 쿼츠 색상의 점프수트를 입고 나와 화제를 모았다. 팰트로의 스타일리스트 엘리자베스 솔츠맨은 “이 색상은 팰트로가 좋아하는 색”이라며 “이런 색상의 의상을 여러번 준비한 적 있다. 팰트로는 2015년 오스카상 시상식에도 팔프 앤 루소 쿠뛰드 의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팬톤이 선정하는 올해의 색은 머그컵이나 접시, 가정용 가전기기, 컴퓨터 용품 등 디지털 기술과 건축, 패션, 화장품 등 문화산업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로렌스 허버트 팬톤 창업주(오른쪽)

X-라이트에 넘어간 팬톤=그러나 허버트는 팬톤을 세계적인 색상 전문 기업으로 키운 후 경영일선에 물러났다. 2007년 팬톤은 색상계측장비회사인 X-라이트에 인수됐다. 인수대금은 1억8000만달러(약2080억원)로, 이전 해인 2006년 팬톤의 매출 4200만달러(485억원)보다 5배가량 많았다.

로렌스 허버트는 당시 “팬톤과 X-라이트는 지난 2년동안 디지털 이미지 시장에서 색상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유지해왔다”며 “우리 회사는 컬러소통과 영감에 전념하고, 성장사업을 X-라이트와 통합하는데 열정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자본과 자원이 우리의 작업에 투입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색상계측분야 하드웨어 리더인 X-라이트와 소프트웨어 강자인 팬톤의 의기투합이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확신했다.

X-라이트의 톰 배치아노 CEO 역시 “로렌스 허버트와 그의 팀은 매우 성공적인 사업으로 팬톤을 이끌어왔다”면서 “이 아이콘 브랜드는 X-라이트의 사업에도 완벽한 요소가 될 것이다. 팬톤의 전문성과 컬러 커뮤니케이션 및 표준이 보여주는 시장에서의 지위는 우리의 컬러 솔루션 제품에 함께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팬톤은 X-라이트의 새로운 사업영역이 될 것”이며 “현재 팬톤의 경영진은 현 조직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버트는 이후 은퇴했지만 지금도 색깔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다. “나는 컬러 차트를 와인이나 빈혈 채혈 샘플, 월넛, 딸기, 금붕어와 같은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들과 매치해본다”며 “신은 세상을 일주일로 창조했지만, 여덟번째 날에 신은 색깔을 세상에 불어넣기 위해 팬톤을 불렀다”고 말했다. 

스티븐 랠스 다나허회장

‘억만장자’ 스티븐 랠스=팬톤을 인수한 X-라이트의 모기업은 미 전자장비 제조업체 다나허(Danaher)다. 다나허는 2000년 초부터 50여차례의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총매출은 200억달러(23조2000억원)에 이른다.

스티브 랠스(65) 다나허 회장은 1980년대 동생 미첼과 함께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탁월한 경영수완으로 정크본드를 이용해 다양한 업종의 기업체를 사들이며 사세를 확장했다. 비닐 외장용 자재 업체 매스터실드(Mastershield)에서 모호크(Mohawk) 고무회사, 디버서파이드 모기지 그룹까지 업종간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이들 형제는 사명(社名)도 1978년 디버서파이드 모기지 인베스터스(Diversified Mortgage Investors)에서 1984년 다나허로 바꿨다. 랠스 형제는 지난 30년간 제조업에서 첨단 의료기기까지 산업 각분야에서 ‘다나허 제국’을 건설했다. 올해 이들은 사업군을 양대축으로 분리할 계획이다. 과학 및 기술분야와 전통 제조업 분야가 그것이다.

스티븐 랠스는 사업성공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면서 영화제작에도 투자하고 있다. 인디안 페인트브러시(Indian Paintbrush)라는 영화제작사를 설립하고 ‘문 라이즈 킹덤(Moonrise Kingdomㆍ2012)’이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ㆍ2014)’ 등 복수의 영화를 제작했다. 스티븐의 순자산은 38억달러(4조4061억원)로 미국 부호 순위 154위에 올랐다. 

천예선ㆍ윤현종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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