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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전엔 "국회 심판" 목청..'국정 심판' 선거 결과엔 침묵

이용욱·박순봉 기자 입력 2016. 04. 18. 18:53 수정 2016. 04. 19.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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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청와대 수석회의…‘민의’ 언급하면서 실제론 ‘마이웨이’ 천명
ㆍ표심을 ‘경제 매진하라’ 자의적 해석…인적쇄신도 언급 안 해
ㆍ평균 15분 모두발언, 이번엔 6분…그나마 선거 얘긴 43초뿐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참패로 끝난 4·13 총선 결과를 두고 “국민 민의를 겸허히 받들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통해 총선 후 첫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 책임론 통감’ ‘권위적 국정 스타일 전환’ 등 총선 표심이 기대하는 수준의 반성은 없었다. 지난해 6월 “배신의 정치에 대한 심판”을 언급한 이후 선거 전날까지 틈만 나면 ‘야당 심판’을 외쳤던 박 대통령이 정작 선거를 통해 드러난 ‘국정 심판’ 민심에는 사실상 침묵한 것이다. 표현은 “민의 수용”이었지만, 내용은 ‘총선 민심 거스르기’인 셈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 민의가 무엇이었는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민의를 겸허히 받들어서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민생에 두고 사명감으로 대한민국의 경제발전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마무리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정부도 새롭게 출범하는 국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이럴 때일수록 경제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개혁들이 중단되지 않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이뤄져 나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여론을 의식해 민의를 언급했지만 실제론 구조개혁·경제활성화 등 국정과제의 중단 없는 추진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박 대통령은 총선 민의를 ‘정부에 대한 심판’이 아닌 ‘경제에 매진하라는 뜻’이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회와 협력하겠다”고 했지만 협치(協治)를 위한 구체적 제안은 없었다.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여야와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모두가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특유의 지시성 당부도 했다.

결국 발언 내용을 따져보면 박 대통령의 상황인식이 선거 전과 다를 바 없음이 드러난다. 선거 패배 탓을 여당에 돌리는 청와대 인식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왔다.

발언 분량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선거 전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에서의 모두발언은 15분 안팎이었지만 이날은 6분여에 그쳤으며, 선거 관련 발언은 43초였다.

총선 전날인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13분간 모두발언을 하며 내내 ‘국회 심판’ 내용으로 채웠던 것과는 다르다.

개각, 청와대 비서진 개편 등 인사쇄신도 언급하지 않았다. 외려 내각과 비서진에게 “새 각오로 국정에 전력을 다해달라”고 심기일전을 당부했다.

그러다보니 박 대통령이 현 국면에 대한 ‘정면 돌파’를 택했으며, 그런 만큼 ‘권위적’ ‘독단적’ 국정운영 스타일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장 야권이 “청와대가 민심 이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반성하지 않는다”고 반발하면서 정국 경색과 국정 혼선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성난 민심에 호되게 당한 여당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왔다. 한 비주류 중진 의원은 “정말 너무한다. 당이 최소한 쪽박은 차게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청와대는 “민의를 수용하고, 야당과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절제되고 정제된 표현으로 언급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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