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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부 집회 뒤에 '재벌-보수 커넥션'..국정원 개입했나

입력 2016. 04. 20. 19:16 수정 2016. 04. 2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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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전경련, 어버이연합 지원 의혹

탈북난민인권연합, 나라사랑실천운동, 남침용땅굴을찾는사람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014년 8월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이행을 촉구하는 각계 대표 170인 기자회견’ 앞에서 맞불 반대집회를 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의 대표적인 단체로 꼽혀온 대한민국어버이연합(어버이연합)은 그동안 “회원 200여명이 내는 회비 350만원과 폐지, 빈병 등을 모아 번 돈 100만원 등이 (단체) 월수입의 전부”라고 수차례 밝혔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 제정 반대 집회 등에 1인당 2만원씩 주고 탈북자들을 동원한 정황이 드러나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억대의 돈을 받은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이제 어버이연합의 뒤를 받치는 ‘배후 세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기업들의 이익단체인 전경련은 그동안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 수시로 휩싸였고, 어버이연합은 탈북자·보수단체들과 함께 정부와 새누리당을 옹호하는 관제 집회 등을 통해 여론전을 꾸준히 벌여왔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보면, 전경련과 어버이연합, 탈북자들은 세월호 특별법 반대, 민생법안 처리 촉구, 종북세력 규탄 등과 관련된 집회를 매개로 연결되어 있다. 어버이연합은 관련 집회에 탈북자들을 집중적으로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어버이연합이 탈북자들을 본격적으로 동원한 시기는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다. <시사저널>이 어버이연합 회계장부라고 공개한 집회내역 자료를 보면, 어버이연합은 2014년 4월부터 11월까지 모두 39차례 세월호 반대 집회를 한 것으로 나타난다. 교통비 조로 지급된 일당 2만원을 받고 동원된 탈북자는 1259명으로, 모두 2518만원이 지급됐다. 집회에 참여했던 한 탈북자단체 관계자는 “사정이 좋지 않은 탈북자들은 이전부터 돈을 준다고 하면 집회에 갔다. 어버이연합이 당시 부르니 간 것뿐”이라고 <한겨레>에 말했다.

어버이연합-탈북단체 연계
세월호법 반대·경제법안 촉구 등
정부여당의 대변인 노릇
전경련·재향경우회는 자금줄

자발적으로 보기엔 의구심 커
‘배후세력 있다’ 소문 나돌아

보수단체 집회에 탈북자 동원 흐름도

당시 어버이연합이 주도한 집회는 ‘세월호 선동세력 규탄’, ‘유민 아빠 김영오씨 단식 규탄, 치킨 먹기 퍼포먼스’ 등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고립시키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이때는 세월호 참사와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대통령 책임론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거세고, ‘반으로 갈라진 광화문광장’이 보수언론의 단골메뉴로 등장하던 시기다. 어버이연합이 주최한 집회에는 탈북난민인권연합·탈북어버이연합 등 탈북자단체와 한겨레청년단·엄마부대 등 대부분 극우·보수단체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관제 집회에 탈북자들을 동원하는 데 필요한 자금 중 일부는 전경련이 지급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전경련-어버이연합-탈북자단체를 연결하는 고리에는 과거 자유네티즌구국연합과 ‘박정희 대통령 바로 알기’ 등의 활동을 한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자리잡고 있다. 전경련은 추씨 명의로 추정되는 계좌를 통해 2014년 9월·11월·12월 세 차례 모두 1억2000만원을 지급했다. 추씨는 20일 현재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고 있다. 이종문 어버이연합 부회장은 이날 전경련 자금이 탈북민의 집회 동원에 쓰였다는 사실을 부인했으나, 이 계좌에서 어버이연합이 주최한 세월호 반대 집회에 탈북민들을 동원한 것으로 지목되는 탈북단체에 7차례에 걸쳐 2900만원의 자금이체가 이뤄진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한 탈북자단체 간부는 “집회할 때마다 몇백명씩 부르고, 버스를 대절하는 경우도 많다. 1억원도 빙산의 일각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2014년은 어버이연합을 비롯해 극우·보수단체들이 세를 결집하던 때다. 어버이연합은 그해 12월 북한민주화위원회·탈북난민인권연합·탈북어버이연합·한겨레청년단 등 보수단체와 탈북자단체를 묶어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 종북세력 척결 등을 내세운 ‘남북보수연합’이란 단체를 출범시켰다. 12월26일 열린 행사에는 김문수 전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이 축사를 했고, 구재태 재향경우회 회장이 내빈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탈북자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어버이연합 뒤에 국가정보원이나 청와대가 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돌고 있다. 앞서 2013년 5월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전경련, 어버이연합, 학부모 단체 등의 민간단체를 활용해 비난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는 국정원의 보고서로 추정되는 문건이 <한겨레>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당시 어버이연합은 국정원과의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이후 6·4 지방선거를 앞둔 5월28일 서울시청 앞에서 ‘농약검출 급식 의혹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그 뒤에도 박 시장의 아들 병역 면제 의혹과 관련된 집회를 꾸준히 이어왔다.

이승준 고한솔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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