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16년 만의 여소야대, 20년 만의 3당 체제라는 결과를 낸 20대 총선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의미를 던졌다. 그런데 이번 총선을 돌이키면서 결코 빠트려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 ‘북풍’이다.

총선을 닷새 앞둔 지난 8일 오후 5시로 가보자. 통일부는 느닷없이 해외 북한식당 종업원 13명이 집단탈출해 국내에 들어왔다고 공개했다. 이들이 입국한 다음날이었다. 사진도 공개했다. 선거 사흘 전엔 통일부와 외교부가 브리핑을 자청해 “대북 제재에 영향을 받은 탈북”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지도 않은 시점이었다. 선거 이틀 전엔 지난해 발생한 ‘고위급 탈북자’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오자 즉각 시인했다.
탈북자 정보 공개에 관한 정부의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들이 연달아 벌어진 것이다. 박근혜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이었던 류길재 전 장관마저 언론 인터뷰에서 “탈북자는 신변안전 문제가 있어 비공개가 역대 정부의 일관된 원칙이었다”면서 “탈북자 공개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정부가 총선 이후 보이는 모습을 보면 기존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린 이유는 명백해진다. 총선이 끝남과 동시에 침묵 모드로 돌아간 것이다. 정부 당국의 ‘급변침’을 기획한 장본인이 누구인지는 차차 드러나겠지만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청와대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월16일 국회 연설에서 “우리 사회 일부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이라는 원인보다는 ‘북풍 의혹’ 같은 각종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정말 가슴 아픈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은 선거를 위해 내팽개친 탈북자들의 인권과 그들 가족들의 신변안전, 그리고 헌신짝이 돼버린 정부의 원칙을 가슴 아파하고 있다.
<김재중 | 정치부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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