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녀가 면접서 말문 막히면.. 대신 답해줘요"

오창/정경화 기자 2016. 4. 29.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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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동행면접' 서비스 보니..] 취업상담사가 면접장에 함께 가 지원자의 역량·장점 설명해줘 연간 1만5000명 혜택 받고 기업 만족도 88%에 달해

지난 20일 오후 2시 충북 오창산업단지의 한 전기자동차 부품 생산업체 채용 면접장. "전에 다니던 회사는 왜 그만뒀습니까?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또 회사를 그만둘 것 아닌가요?" 쏟아지는 질문에 지원자인 윤희진(가명·30)씨가 얼어붙자, 옆에 서 있던 충북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 지윤수 과장이 나섰다.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지원자의 역량에 맞는 업무를 주지 못했고, 지원자는 앞으로도 오래 다닐 수 있는 회사를 찾고 있습니다." 면접관이 고개를 끄덕이자, 윤씨도 안정된 듯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 "네. 저는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커리어(경력)를 꾸준히 쌓아나가고 싶습니다." 40여분간의 면접 끝에 윤씨는 '합격' 통보를 받았다.

◇'경단녀' 동행면접 연간 1만5000명

이날 면접에서는 여성가족부 산하 여성새로일하기센터의 '동행면접'이 이뤄졌다. 동행면접이란 새일센터에서 2~3개월 이상 직업훈련을 받은 여성 구직자가 면접을 볼 때, 지원자의 장단점과 사정을 잘 아는 취업상담사가 면접장에 함께 가주는 서비스다. 여가부는 경력 단절 여성 및 청년 여성의 직업 훈련과 취업 지원을 위해 전국 147곳에 새일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작년에만 여성 14만명이 새일센터를 통해 취업에 성공했는데, 1만5223명은 동행면접 서비스를 받았다. 동행한 취업상담사는 뒤에서 면접 과정을 지켜보다가, 말문이 막힌 지원자를 대신해 지원자의 역량이나 장점을 면접관에게 설명한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구직 경험이나 경력이 부족해 심리적으로 위축된 경단녀와 청년 여성들이 면접장에서 자기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얼어버리는 일이 많다"며 "복잡한 산업단지에 갔다가 심지어 회사를 못 찾아 지각하고 면접을 망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09년 동행면접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2013년 이용자가 1만명을 넘어섰고, 2014년부터는 한 해 1만5000여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인문대를 졸업해 취업에 어려움을 겪던 윤씨도 충북 새일센터에서 180시간짜리 '국제통상 전문가 과정'을 이수했고, 이날 새일센터 직원이 동행한 가운데 입사 면접을 본 것이다.

◇불편한 질문도 대신, 기업도 만족

동행면접 서비스를 경험한 여성들은 "심리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9년 전 아이를 낳고 대기업을 그만둔 박수연(가명·37)씨는 지난해 경기 고양새일센터를 통해 중소기업에 재취업했다. 박씨는 급여는 많지 않더라도 업무 강도가 일정하고 사정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기를 바랐는데, 구직자 입장에서는 원하는 조건을 먼저 말하는 것이 껄끄러웠다. 이 같은 박씨의 고민을 알고 있던 새일센터 취업상담사가 면접에 동행해 근무 여건을 대신 물어봤다. 박씨는 "옆에서 지켜봐 주는 것만으로도 든든한데, 쉽게 물어보기 힘든 것까지 대신 얘기해줘 감사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동행면접이 윤활유 역할을 해준다"고 말한다. 윤씨를 채용하기로 결정한 김홍기(57) 와이엠텍 대표는 "우리 회사는 지난 4년간 새일센터를 통해 경력 단절 여성 20명을 채용했다"며 "오늘처럼 새일센터에서 면접에 동행해 주면 지원자의 역량뿐 아니라 인성까지 '보증'해주는 것 같아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충북새일센터 오경희 부장은 "초창기에는 새일센터에서 동행한 것을 보고 지원자가 너무 의존적인 것 아닌가 우려하는 기업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실제 1~2명 채용을 해보니 업무 능력이 뛰어나 면접에서 말만 잘하는 지원자들보다 훨씬 낫다고 판단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새일센터를 통해 경력단절여성을 고용한 기업들의 만족도는 88%(2015년)에 달한다. 문의)1544-1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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