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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이 움직일 때까지 사람 돕는 연주 할래요"

임선영.권혁재 입력 2016. 05. 11. 01:08 수정 2016. 05. 11.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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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도상국에 백신 기부하기 위해12년째 자선음악회 여는 이상희씨올 8월 누적 기부액 1억 달성 목표"생명 살리는 백신의 소중함 알릴 것"
앙상블 ‘이상희와 프랜즈’가 ‘IVI와 함께하는 이상희 바이올린 독주회’ 무대에서 한 자리에서 모였다. [사진 이상희와 프랜즈]

바이올리니스트 이상희(40·사진)씨에게 바이올린 연주는 ‘생명을 살리는 주사’다. 그는 12년째 매년 자비를 들여 음악회를 열고, 수익금 전액을 국제백신연구소(IVI)에 기부하고 있다.

IVI는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을 예방하는 백신을 개발해 개발도상국에 보급하는 비영리 국제기구다. 1만원이면 개도국 어린이 3명이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다. 이씨가 2005년부터 펼친 ‘IVI와 함께하는 이상희 바이올린 독주회’의 누적 기부액은 지금까지 약 8800만원. 올 8월 열릴 공연을 통해 1억원 돌파가 목표다. 달성하면 3만 명의 어린이에게 백신을 기부하는 셈이 된다.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한 방울의 백신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관객에게 알리고, 한 푼이라도 더 모아서 개도국 아이들에게 보내고 싶어요.” 6일 서울에서 만난 이씨의 얘기다. 그는 “2004년 IVI 후원 행사에 연주자로 참여했다가 전염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자선 음악회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선화예중·고를 거쳐 프랑스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을 수석 졸업한 그는 현재 중앙대 대학원, 상명대, 선화예중·고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2006년 결혼해 3살 난 딸을 두고 있다.

처음엔 자선 음악회에 혼자 섰으나 2007년부터는 제자들과 앙상블 ‘이상희와 프랜즈’를 결성해 함께 연주한다. 프랑스 유학시절엔 유학생들과 앙상블 ‘유니송’을 만들어 7년 동안 한국입양인단체를 돕는 음악회도 열었다.

요즘엔 병원·고아원·교도소·미혼모 시설 등에서도 자선 음악회를 갖고 있다. 그의 재능기부엔 나눔을 실천해온 부모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제가 어렸을 때, 인형 사업을 하셨던 아버지는 성탄절이면 저를 데리고 고아원에 가서는 아이들에게 인형을 나눠주고, 함께 놀았죠. 아버지는 제게 ‘네 재능을 세상을 위해 쓰라’고 말씀하셨어요.”

5명으로 시작한 ‘이상희와 프랜즈’의 단원은 현재 30명이 넘는다. “제자의 가족, 제자의 친구, 그 친구의 친구까지 동참했어요. 나이나 실력에 제한을 두지 않아요. 우리가 무대에서 전하고자 하는 건 마음이니까요.”

피아노를 치는 10살 난 단원부터 일흔을 바라보는 바이올린 연주자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악기 종류도 첼로·플루트·비올라·클라리넷·기타 등으로 늘어났다. “몇 달치 용돈을 모은 ‘돼지 저금통’을 후원금이라며 건넨 중학생 단원, 이 음악회 활동을 통해 ‘IVI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고 의대에 진학한 단원 등 모두가 제게 힘을 줬어요.”

초창기엔 600석이나 되는 유료 티켓 판매가 쉽지 않았지만, 정통 클래식과 함께 ‘마법의 성’ ‘작은 별’과 같은 대중적인 곡도 연주하면서 관객의 폭을 넓혔다. “제 손가락이 지금처럼 잘 움직이는 한 계속 사람을 돕는 연주를 하고 싶어요.”

‘IVI와 함께하는 이상희 바이올린 독주회’는 8월 27일 토요일 오후 2시 서울 영산아트홀에서 열린다. 입장료는 1~3만원.

글=임선영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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