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56>한국의 디즈니 꿈꾸는 ' 뽀로로' 아빠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

이현덕 입력 2016. 5. 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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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일 대표는 “창의력은 기발한 상상력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학습하고 고민한 결과물”이라면서 “아이들 눈높이에 맞도록 이야기를 차별화한 것이 뽀로로의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

`뽀로로` 아빠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를 지난달 28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로에 있는 회사 대표실에서 만났다. 아이코닉스는 한국을 대표하는 어린이 콘텐츠 분야의 독보 기업이다. 뽀로로는 어린이들한테 `뽀통령(뽀로로 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다. 세계 140여개국에 수출됐다. 월간 뷰는 2억건이 넘는다. 캐릭터 상품만 2500여종에 이른다.

검은 티셔츠에 청바지, 운동화 차림인 최 대표의 얼굴 표정은 어린이처럼 티 없이 맑았다. `순진무구(純眞無垢)한 동심(童心)을 가슴에 안고 생활해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 한 면은 40여개의 상장과 표창장, 감사패, 그리고 다양한 뽀로로 캐릭터와 유아용 도서들로 가득했다. 한국의 디즈니를 꿈꾸는 그의 포부를 한 시간여 들어 봤다.

-뽀로로의 성공 요인은 무엇인가.

▲콘텐츠 차별화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에 담은 것이 성공 요인이다. 뽀로로는 2001년부터 기획했고, 2003년부터 애니메이션으로 방송했다. 2005년부터 인기가 폭발했다. 나는 딸과 아들이 노는 것을 보면서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큰애가 지금 대학생이고, 아들은 고등학생이다.

-뽀로로 이전에는 어떤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나.

▲공상과학(SF)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주로 로봇과 전투하는 내용이다. 당시 한국에는 유아용 콘텐츠가 없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주류였다. 처음 시작할 때는 자신만만했다. 1997년에 `녹색전차 해모수`를 만들었다.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완성도가 낮아서 만족하지 못했다. 그후 완성도는 높였지만 사업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유를 곰곰이 분석해 보니 일본 애니메이션을 따라 한 게 원인이었다. 고민하다 일본을 이길 수 있는 차별화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자고 다짐했다. 콘텐츠 차별화를 위해 유아용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동물, 그 가운데 펭귄을 주인공으로 했다. 펭귄을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없었다. 내용도 기존과 다르게 했다. 기존의 애니메이션은 권선징악(勸善懲惡)이나 영웅 이야기가 다수였다. 아이들 관점에서, 아이들이 일상에서 놀면서 겪는 소소한 에피소드 위주로 구성했다.

-현재 세계 몇 개국에 수출하나.

▲수출은 140여개국에 이른다. 요즘은 이게 별 의미가 없다. 뽀로로를 유튜브로 세계에 서비스하기 때문이다. 뽀로로 월간 뷰가 2억건이 넘는다. 올해 말이면 4억건을 돌파할 것이다. 현재 세계 1위 애니메이션 월간 뷰는 7억건이다.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다. 내년 말까지 우리가 1위 탈환에 도전할 계획이다.

-글로벌 전략이 궁금하다.

▲해외 매출이 생각만큼 많지 않다. 원인을 분석해 보니 사업 거점이 필요했다. 아직은 그런 거점을 다 마련하지 못했다. 3년 전 중국에 법인을 설립했다. 3년 안에 미국과 인도에도 법인을 설립할 방침이다. 중국에 뽀로로 파크를 4개 개설했다. 올해 말까지 5개를 추가, 9개로 늘릴 계획이다. 싱가포르와 방콕에도 한 개씩 뽀로로 파크를 개설했다. 한국에는 뽀로로 파크 7개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와 일산 킨텍스, 파주, 동탄, 청주, 광주 등지다. 올해 미국, 러시아, 인도네시아에 뽀로로 파크를 개설하고 방콕에 한 개를 추가한다. 뽀로로 파크에서는 공연과 애니메이션 체험을 할 수 있다. 한류 열풍이 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뽀로로의 브랜드 가치가 엄청나다.

▲브랜드 가치는 별다른 의미 부여를 안 한다. 뽀로로가 사랑받는 걸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각오다.

-어린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어린이가 아니라 부모님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다. 우리 교육은 획일화돼 있고 주입식이다. 나도 두 아이를 키우지만 재능과 개성이 둘 다 다르다. 모든 아이가 공부를 잘할 수는 없다. 사물을 보는 관점도 다르다. 어른들이 자기 기준에서 생각하지 말고 아이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 언제가 큰아이와 의견이 다를 때 “아빠는 왜 제 이야기를 듣지 않고 아빠가 답을 말하고 가르치려고만 하세요”라고 말해 크게 반성한 적이 있다. 내 생각을 아이에게 일방으로 강요한 것이었다.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뽀로로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있다.

▲규모가 크다 보니 조율할 게 많아 다소 일정이 늦어졌다. 당초 2018년 12월에 완공할 계획이었지만 2019년 12월 완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기관에서 적극 도와주고 있다. 뽀로로 테마파크는 5만㎡(약 1만5000평) 규모로 조성된다. `뽀로로`와 `타요`를 비롯해 개발하고 있는 캐릭터를 테마별로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애니메이션 세계 시장 규모는.

▲약 20조원이다. 캐릭터 시장까지 포함하면 200조원이 될 것이다.

-뽀로로 캐릭터 동화책은 몇 권이고 캐릭터 상품은 몇 종인가.

▲캐릭터 동화책은 200권 정도다. 캐릭터 상품은 2500여 종이다. 문방구, 유아용품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실패도 했다. 어떻게 극복했는가.

▲지난 일을 돌이켜보면 문제점이 보인다. 처음 시작할 때 실력은 부족했지만 자신감에 넘쳐 도전했다. 당연히 실패했다. 무슨 일이든지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채워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재수가 없어서, 운이 나빠서 사업에 실패했다고 생각하면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 세상에 실력 없이 이룰 일은 하나도 없다. 실력을 길러야 한다. 나는 실패를 통해 많은 걸 배웠다.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일종의 과정이다. 노력 안 하고는 성공할 수 없다.

-기업가 정신이란.

▲어떤 일을 하건 사회 구성원의 일부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가치 있는 것을 만들고 수익을 내는 것이 기업가 정신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들에게 밝고 건전한 가치관과 꿈을 심어 주는 것이 내 역할이다.

-창의력이 경쟁력이다. 창의력은 어떻게 기르나.

▲끊임없는 학습의 결과물이 창의력이다. 창의력은 기발한 상상력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이 세상에 없는 기발한 생각은 없다. 애니메이션 한 편에 170에서 180여 컷이 들어간다. 한 컷에 3초 정도다. 그 한 컷마다 어린이들이 공감하는 표정을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컷 하나 하나에 대해 고민하고 학습해야 한다. 그래야 어린이들이 재미있다고 반응한다. 창의력은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하다가 밀도 측정법을 발견해 “유레카(알아냈다)”라고 외친 말처럼 갑자기 떠오르는 게 아니다. 더 많이 고민하고 끊임없이 학습하는 것이 창의력을 기르는 방법이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후속 애니메이션은.

▲서울시와 공동으로 제작한 게 `타요`다. `플라워링 하트`는 지난 3월부터 EBS에서 방송을 시작했다. 올해 말부터 웹애니메이션을 인터넷으로 서비스할 생각이다. 새로운 작품은 내년에 선보일 계획이다.

-이 분야의 창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국에서 애니메이션 분야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은 토양이 척박하다. 이는 역설적으로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비록 불편한 게 많지만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는 분야다. 성공은 쉽게 쟁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숱한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어도 좌절하지 않고 원인을 분석해 다시 도전해야 성공한다. 당장 성과가 안 나온다고 포기하지 말고 장기 안목으로 도전하길 바란다.

-정부에 바라는 점은.

▲정부의 문화콘텐츠산업 육성 의지는 강력하다. 다만 성과를 빨리 내기 위해 조급해 하면 안 된다. 문화콘텐츠산업은 문화라는 속성상 시간이 걸린다.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정책을 변경하거나 포기하면 안 된다. 정부의 역할은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어항에 물고기들이 잘살 수 있도록 수질 관리만 해 주면 된다. 그러면 경쟁력 있는 물고기들은 잘 자랄 것이다.

최 대표실 바로 옆이 소나무와 향나무를 심어 만든 직원 옥상쉼터였다. 블라인드를 하지 않아서 고개만 돌리면 대표가 뭘 하는지 훤히 보였다.

- 대표실이 다 보이는데 직원들이 쉼터에 오나.

▲마음대로 와서 쉬었다 간다. 직원들이 유리창 너머로 `대표가 일을 제대로 하나` 하고 늘 감시하고 있다.(웃음).

-좌우명과 취미는.

▲나는 일을 할 때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본다. 과정이 부실하면 진정한 성공이 아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는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강조한다. 과정이 어렵다고 해서 현실과 타협하지 말라고 말한다. 취미는 여행이다. 시간이 나면 여행도 가고 산행도 한다. 낯선 세상을 보는 걸 즐긴다.

최 대표는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방송영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금강기획을 거쳐 방송통신위원회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심의위원, 한국애니메이션 제작자협회장,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보호전문위원으로 일했다. 현재는 서강대 초빙교수로서 후학을 지도하고 있다. 대통령상만 다섯 번 수상했다. 저서로는 `집요한 상상`이 있다.

이현덕기자 hd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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