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서럽다 ②] 속상한 교사들 "스승의 날? 거부할게요"

2016. 5. 13. 10: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촌지ㆍ선물 받는다”…주변 따가운 시선에 행사들 자발적 취소

-전문가 “좋은 취지 변질…방학때로 스승의날 옮기는 방안도”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1.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A초등학교는 최근 수년간 스승의 날이면 전교생이 참석하는 기념식을 생략한 채 일상적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비단 A초등학교 뿐만 아니라 주변 다른 학교들도 마찬가지다. 김모(56ㆍ여) 교사는 “촌지나 고가의 선물 등이 사라진 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교사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낄 수 있다”며 “학부모들까지도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 가운데 괜한 오해를 부를 행사 조차 아예 하지 말자는 것이 교사들 사이의 중론”이라고 최근 학교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2. 서울 마포구 중학교에 근무 중인 박모(44) 교사는 올해 스승의 날이 학교 수업이 없는 일요일인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다. 그는 “해마다 스승의 날이면 전날 학생들을 통해 부모님께서 주시는 선물 등을 일절 가져오지 말라 강조할 때마다 민망했었다”며 “올해 스승의 날은 일요일이라 신경쓸 일도 없고 마음도 너무 편하다”고 했다.

그동안 교사들이 학생 교육을 위해 활동한 노고를 치하하고 학생들은 교사들의 은혜에 감사하고 존경하기 위해 제정된 스승의 날이 언제부턴가 선생님들에겐 눈치를 봐야하는 마음 불편한 날이 돼버렸다.

뜻깊고 존경을 표해야 하는 스승의 날이 어느샌가 선생님들이 거부하는 날이 돼 버렸다. 왜곡된 시각에 부담을 느껴 스승의 날 행사를 거부하는 선생님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스승의 날 이미지.

13일 서울 시내 일선 초ㆍ중ㆍ고교에 따르면 최근 몇년간 전교생들이 참가하는 스승의 날 기념식을 건너뛰는 학교가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승의 날을 맞아 축하를 받아야 할 선생님들이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오히려 평소보다 더 신경을 곤두세우고 몸을 사리는 것.

특히 일부 학교에서는 혹시나 나올 수 있는 고액 선물이나 촌지, 불법 찬조금 등 불미스러운 일을 사전에 막기 위해 교사들이 스스로 나서 스승의 날과 관련된 행사를 하지 말자고 주장해 행사가 열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서울 도봉구 초등학교에 근무 중인 한모(53ㆍ여) 교사는 “스승의 날을 전후로 갑자기 상담을 요청하는 학부모들은 교사들 사이에선 주의 대상으로 꼽힌다. 상담 시 촌지나 고가의 선물을 두고 가는 바람에 곤란을 겪진 않을까 걱정하기 때문”이라며 “오해를 피하기 위해 상담 신청이 들어온 학부모들에게 면담 연기 요청 문자를 보내다보면 고액 선물이나 촌지를 받을 생각이 전혀 없는데도 내가 마치 촌지를 받는 나쁜 교사가 된 듯한 느낌이 들어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육 당국에서도 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교사들의 사기를 높이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스승의 날이 교사들의 공로를 치하하고 사기를 진작시키는 날인만큼 별도로 불법 찬조금 및 촌지를 주의하라는 공문을 각 학교엔 보내지 않고 있다”며 “지난 3월 관내 모든 학교에 일괄 배포한 불법찬조금 및 촌지근절 대책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며, 교사 사기를 진작할 수 있도록 교육감 명의의 감사 서한을 배포하는 것과 동시에 부당한 교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일부 교사들의 비행이 너무 강조되다보니 교사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스승의 날을 학기 중 교육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재 5월 중순 대신 2월 등 학기가 끝난 시점으로 옮기는 것도 교사와 학부모ㆍ학생간의 상호 오해를 없앨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며, 현재 시점으로 유지한다면 금전적인 부담 없이 교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할 수 있는 공식 통로를 교육 당국이 마련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우리아이 영어글쓰기, 어떻게 교육하나요]
옥시 신현우 전 대표, 눈물사과 후 변호사에...“내 연기 어땠냐”
GS건설이 분양하는 “마포자이3차”... 입주 때는 “분양가가 전세가
"10대 여동생 4년간 강간한 20대 오빠엔 징역 7년이 적절"
시간당 1만원 "남자 빌려드립니다"...여성들 신청 폭주
‘한가인’ 닮은 얼짱, 이제는 ‘섹시 BJ’
‘안중근이 긴또깡’ 설현-지민...걸그룹의 문제? 교육의 문제?
[이슈앤토픽]너무 야한 경찰 제복 셀카, 결국 해고까지…
썰전 김광진, “이준석, 선거운동 제대로 안해 살찐 것”
여고생, 모텔 인증샷 …‘관종’ 행태에 ‘시끌’
GS건설이 분양하는 “마포자이3차”... 입주 때는 “분양가가 전세가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