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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사태 선포·쿠데타 임박설..위기의 베네수엘라

입력 2016. 05. 15. 19:26 수정 2016. 05. 15.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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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최악 경제난에 정국 최악 치달아
가동 멈추는 공장 잇따르자
대통령 “해당 기업인 체포” 초강경
야당은 마두로 대통령 축출 추진

올 성장률-8%·인플레 700% 전망
“베네수엘라 언제든 터질수있는 폭탄”

남미 산유국 베네수엘라가 극심한 경제난에 더해 쿠데타 임박설까지 나오면서, 일촉즉발의 정치 위기로 치닫고 있다. 베네수엘라 좌파 정권을 이끌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6개월의 시한부 국가비상사태를 13일 선포한데 이어, 14일에는 공장 가동을 멈춘 기업의 몰수, 해당 기업주의 체포, 외세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군사훈련 등 잇따른 초강경 카드를 내놨다고 <아에프페>(AFP) 등 외신들이 전했다.

2013년 3월 암으로 사망한 남미 좌파의 선봉장 우고 차베스의 뒤를 이은 마두로 대통령은 집권 3년만에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14일 수도 카라카스에서 한 연설에서 “부르주아들이 마비시킨 생산시설을 복구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라”며 “생산 중단으로 사보타주를 일삼는 기업인들은 수갑을 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달 베네수엘라의 최대 식음료 업체인 엠프레사스 폴라르는 원료를 수입할 외환이 없어 맥주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마두로 대통령은 폴라르를 비롯해 반정부 성향의 기업들이 식료품에서부터 의약품, 화장지까지 생활필수품 부족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야권 지도자인 엔리케 카프렐리스는 14일 반정부 시위에서 마두로 정권이 ‘위험한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베네수엘라는 언제든 터질 수 있는 폭탄”이라며 “(마두로가) 민주주의를 막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베네수엘라는 미주 대륙 전체에서 유일한 석유생산국기구(OPEC·오펙) 회원국으로, 외환 수입의 95%를 석유 수출에 의존한다. 최근 몇년새 지속된 저유가 행진은 베네수엘라의 외환 보유고와 재정 수입에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해 베네수엘라의 석유수출 수입은 전년보다 3분의 2나 급감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5.7%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8%로 더 악화하고, 인플레이션율은 무려 700%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공식 환율은 1달러당 10볼리바르이지만 암시장에서 통용되는 환율은 그 100배가 넘는다. 볼리바르 가치가 폭락하면서, 대부분 생필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서민경제도 망가졌다. 일반 가정과 상가의 전기는 지난달부터 배급제로 공급되고 있다. 주로 석유 등 원자재에 의존하는 경제구조의 치명적인 덫이다.

마두로 정부는 현 경제 위기가 국제유가 폭락, 수력 발전에 타격을 준 가뭄, 우파 성향의 재계와 정치인들이 일으킨 ‘경제 전쟁’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야당은 마두로 대통령과 전임자 우고 차베스의 국가주의 경제정책이 경제 위기를 불러왔다며, 국민소환 투표를 밀어붙이며 대통령을 쫓아내려 하고 있다. 이달 초 베네수엘라의 중도 보수 야권연합인 민주연합회의(MUD)는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국민소환 투표를 위한 청원 서명을 법적 최소 요건(유권자의 1% 이상)보다 9배나 많은 185만명한테서 받아내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13일 정보당국 관리들을 인용해, 베네수엘라가 좌파 정권에 대한 쿠데타를 포함해 폭력 사태로 끝장날 수도 있을 만큼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관리들은 “(미 정보당국에서는) 마두로 대통령이 측근들의 친위 쿠데타 또는 군부의 쿠데타로 제거될 수 있다는 믿음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집권 통합사회주의당은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1999년 우고 차베스가 집권한 이래 처음으로 야당에 참패했다. 현재 마두로 정부의 지지율은 20%를 밑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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