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교육청, 누리과정에 예산 우선편성해야"

김성훈,강봉진 입력 2016. 5. 24. 17:48 수정 2016. 5. 25.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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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충분..누리과정 쓰고도 3000억 남아"어린이집聯·교육부 환영..시도교육감·야당은 반발
감사원은 24일 정부와 시·도교육청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어린이집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편성에 대해 "교육청이 예산을 우선 편성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 시·도교육청이 계획적으로 예산을 조정할 경우 대부분의 교육청에서 누리과정에 배정할 재원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 편을 들어줬다.

감사원은 이날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등 전국 17곳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실시한 '누리과정 예산 편성 실태' 감사 보고서를 통해 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적으로 부담하도록 규정한 영유아보육법과 지방행정법 시행령이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단정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과정에서 국내 법무법인 3곳과 정부 법무공단, 한국공법학회에서 추전받은 교수 3명 등 내·외부 전문가 7곳에 법률 자문을 의뢰했다. 그 결과 7곳 중 5곳에서 현 시행령이 '위헌이 아니다'는 의견을 냈다. 또 7곳 가운데 6곳은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이 관련 시행령을 위헌·위법이라고 결정하지 않은 현 단계에서 이 시행령은 유효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감사원은 누리과정 예산을 일부 혹은 전액 편성하지 않은 시·도교육청 11곳에 대한 조사 결과 9곳은 예산을 효율적으로 조정할 경우 부족분 전액을 충당할 수 있다고도 이날 밝혔다. 이들 11개 교육청이 예산을 효과적으로 조정하면 예산 부족분을 채우고도 3000억원 이상 남는다는 것이다.

해당 교육청들이 재원을 효율적으로 조정해 누리과정 예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은 1조973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이번 감사 결과 집계됐다. 이는 누리과정 전체 부족분인 1조6605억원보다 3132억원 많은 액수다. 공익감사를 청구한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측은 감사원 감사 결과를 환영했다.

정광진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회장은 "시·도 교육감들이 무상급식 등에 예산을 주로 쓰며 정작 사회적 합의를 거친 누리과정에 예산을 쓰지 못한 것"이라며 "예산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 인천·광주교육청에 대해서는 정부가 예산을 집행해 아이들을 위한 정책을 펴기 바란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피감기관이 감사 결과에 대해 논평하는 게 적절하지는 않지만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 교육감이 이끌고 있는 시·도교육청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도교육감협의회 관계자는 "감사원이 정부 입장을 반영해 아전인수격 감사 결과를 내놨다"며 "추후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야당들도 오는 20대 국회에서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내놓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용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감사원 감사 결과는 대통령의 공약이 이행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도외시한 채 청와대와 교육부의 입장만 반영한 '청와대 코드 감사' '청와대 심기 감사'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헌법·법률 해석 기관이 아닌 감사원이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에 대한 유·무효를 판단한 것을 두고 업무 범위를 벗어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신민철 감사원 제2사무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시행령이 위헌이냐 위법이냐 판단할 기관은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으로 감사원이 아니다"면서도 "보육대란이 계속되는 와중에 (관련 시행령을)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적절한지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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