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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韓·中·日 각축전..승부는 사물인터넷서 갈린다

나현준,박대의 입력 2016. 05. 24. 18:00 수정 2016. 05. 24.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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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 산업혁명 스마트공장 ② ◆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축인 '스마트공장'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경쟁에서 미국과 독일이 기계 간 통신표준에 합의하는 등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일본, 중국 등은 그 뒤를 바짝 뒤쫓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한·중·일 3국이 처한 현실과 셈법은 각각 다르다. 일본은 로봇과 제어 공정 등에서 원천기술력을 이미 갖추고 스마트공장 부문에서 독자적인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로봇기술과 공정 제어기술 모두 뒤지지만 지난해 '제조업 2025' 전략을 발표하는 등 매년 수십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입해 전방위적인 공정 혁신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경우 로봇기술은 일본에 뒤지지만 로봇과 공정 전체를 연결하는 PLC(단말기) 기술은 일본과 엇비슷한 수준으로 따라잡았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스마트공장 기술 선점을 놓고 일본을 추격하면서 중국을 따돌려야 하는 한국의 현재 상황이 마치 신넛크래커를 연상케 한다"고 설명했다.

韓, IT기술 강점 살려 스마트공장 SW 개발 박차

한국은 로봇기술 자체는 일본에 뒤지지만 ICT 등 응용기술을 통해 공정 전반을 통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통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부터 민관 합동 스마트공장추진단이 출범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스마트공장을 보급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총 1240개 중소기업에 스마트공장이 구축됐다. 이들 기업의 평균 생산성 향상률은 25%에 달한다. ICT로 공장 곳곳을 연결하면서 쓸데없이 낭비되는 공정을 줄인 덕분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불량률이 감소하고 시제품 제작기간이 단축되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부품용 주물소재를 생산하는 대광주철의 경우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통해 시제품 제작을 단축하면서도 불량률을 79%나 감소시킬 수 있었다.

단기간에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스마트공장 참조모델을 전 세계 최초로 2014년에 만들어낸 덕분이다. 스마트공장 참조모델이란 업종별로 공정이 서로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ICT와 공정을 접목시키는 모델을 유형별로 따로 정리한 것을 의미한다. 스마트공장추진단 관계자는 "오랜 노력과 시행착오를 거쳐 우리만의 참조모델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며 "ICT가 접목된 스마트공장 분야에서 우리가 뒤지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가 우리와 같이 스마트공장 사업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ICT 도용을 우려해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또 전자부품연구원 등은 2~3년 전부터 이번에 기계 간 통신의 표준이 된 OPC UA 동향을 살피는 등 최신 기술 트렌드 파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원천기술이 부족한 것은 여전히 흠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ICT를 통해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ICT만을 이용하면 임시변통은 되지만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지속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中, 해마다 수십조원씩 투자…산업용 로봇만 19만대

중국은 원천기술·응용기술이 모두 부족한 상태에서 스마트공장을 압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독일을 전방위적으로 벤치마킹하고 있다.

중국이 2015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제조업2025 전략'은 독일의 '인더스트리4.0' 개념을 그대로 차용해서 공장을 우선 자동화한 후 더 나아가 ICT를 접목시켜 지능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산업용 로봇부터 대거 수입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2008년부터 외국산 산업용 로봇에 대한 무관세 정책을 도입해 ABB(스위스) 화낙(일본) 쿠카(독일) 등 세계적인 로봇업체들이 대거 중국으로 진입했다. 2014년 말 기준 산업용 로봇 대수가 18만9000대로 전 세계 1위다.

로봇 등 자동화기기가 보급되면서 중국 국내업체들도 최근 들어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1만5000대의 공업용 로봇, 로봇청소기 등을 생산하는 신송, 의료용 로봇을 생산하는 보스 등 급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이폰 하도급업체로 유명한 폭스콘도 2010년부터 중국 내 각 공장에 자사에서 만든 로봇제품을 보급하고 있다. 다만 아직 중국 업체의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까지는 오르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중국 정부는 로봇산업 관련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장사시와 충칭시는 중국 정부의 제조업2025 전략에 맞춰 1000억위안 이상 규모의 로봇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로봇 도입을 통한 공정 자동화가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면서 중국 정부는 지난 1월부터 '중국제조+인터넷' 전략을 새로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로봇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 로봇에 ICT 및 통신 기능을 탑재해 스마트공장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제조2025는 2049년까지 제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격상하겠다는 것을 기반으로 한 장기 플랜 중 1단계"라며 "중국 2025 전략이 우리의 제조업 3.0 전략과 거의 발전 방향이 비슷해 한·중 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日, 앞선 기술력…화낙, 시스코와 손잡고 IoT 선도

일본 로봇 제조기업인 화낙은 미국 통신업체 시스코와 제휴해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하여 로봇의 고장을 사전에 예측함으로써 공장을 멈추지 않고 가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스코 본사에서 직원들이 기자들 앞에서 화낙의 IoT 로봇을 시연하고 있다. [매경DB]
로봇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일본은 미국과 독일이 이미 선점한 스마트공장 관련 국제 통신 표준(OPC UA)을 받아들이면서도 원천기술이 강한 자신의 장점을 활용해 독자적인 시장 영역을 개척하겠다는 전략을 쓰고 있다. 로봇을 통제하는 컨트롤러 기술로 유명한 화낙은 지난 4월 미국의 시스코, 록웰 등과 함께 공장 자동화 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물인터넷(IoT) 기반 오픈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나바 요시하루 화낙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시스템을 모든 기업에 개방한 상태로 유지할 것"이라며 "경쟁 업체가 접속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입장을 확고히 했다.

개별 로봇과 공정을 연결하는 PLC 제조사인 미쓰비시 역시 미국과 독일이 정해놓은 OPC UA 표준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내로라하는 대표 기업들이 너도나도 국제기업들과 손잡고 표준화 대열에 동참한 것이다.

스마트공장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국과 독일이 이미 IoT 통신 표준을 정한 것에 대해 마냥 무시할 수는 없으니 이를 따라가겠다는 게 일본 전략"이라며 "일본이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자기들만의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원천기술을 활용해 표준과는 다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서 시장지배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은 정보통신기술(ICT)이 다소 약하지만 공정 등을 활용하는 원천기술은 앞서 있다"며 "이러한 흐름을 비추어볼 때 4차 산업혁명이 일본에도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이 같은 개별 기업 움직임에 맞춰 적극적으로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9일 개최한 산업경쟁력회의에서 사업자 입장에 서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업을 압박해온 세세한 규제나 행정절차를 줄이기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결과도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나현준 기자 /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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