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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하는 여혐 범죄, 왜? ②] 온라인은 여혐·남혐 천국..처벌 가능할까?

입력 2016. 05. 2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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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ㆍ메갈리아 중심으로 통제없는 남녀 대결 구도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 혐오발언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 추세
-국내 정치권, 혐오죄 등 법안 도입 추진했지만 번번히 무산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한남충, 김치녀, 씹치남, 삼일한, 한남또, 성괴….’

최근 몇년 새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부쩍 늘어난 남혐(남성 혐오), 여혐(여성 혐오) 관련 국적불명의 신조어들이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자신과 생각이 다른 집단에 무조건적인 적대감을 드러내는 문화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남녀 간 성대결이 별다른 통제없이 극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온라인상 혐오발언에 대한 형사처벌 등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이성 혐오 커뮤니티로는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와 ‘메갈리아’(메르스+이갈리아 딸들)가 꼽힌다. 지난 2010년 무렵 형성된 일베는 여성 혐오 표현들을 노골적으로 표출해 논란이 일었다. 이러한 움직임에 반발해 작년 만들어진 메갈리아는 ‘미러링’(반대로 따라하기) 전략을 내세우며 맞불을 놓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여혐과 남혐 관련 글들이 도배되면서 그에 따른 제재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들.

신조어 언급 횟수만 비교해 보면 ‘여혐’ 관련 글이 압도적으로 많다.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다음소프트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블로그ㆍ트위터 등에서 여성 혐오가 언급된 횟수는 월평균 8만회에 달했다. 하지만 메갈리아의 활동이 본격화한 이후 남혐 관련 신조어 언급 횟수도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5월 2건에 불과했던 남성 혐오 글은 6월에 7596건으로 급증하기도 했다.

특히 스마트폰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보급 등으로 불특정 다수를 비하하는 혐오발언이 여과없이 노출되면서 오프라인 문제로까지 번지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온라인상의 차별ㆍ비하 정보에 대한 시정요구를 집계한 결과 2012년 149건에서 2015년 891건으로 3년 동안 5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퍼지는 혐오 발언을 근절할 수 있는 뚜렷한 대안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특정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사적인 혐오발언은 형법에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로 얼마든지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특정인을 지목하지 않고 특정 집단이나 불특정 다수에 대해 이뤄지는 혐오발언은 처벌이 쉽지 않다. 피해자를 특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는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온라인상에서 여혐과 남혐 관련 글들이 도배되면서 그에 따른 제재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들.

반면 한국과 달리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혐오발언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추세다.

독일의 경우 형법에 ‘특정 인구 집단을 모욕하거나 악의적으로 비방해 타인의 인간적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 등에 대해 최대 징역 3년에 처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영국 역시 피부색과 인종ㆍ국적ㆍ출신국에 대한 혐오발언을 한 사람에게 2년 이하의 징역을 부과한다. 미국의 ‘혐오범죄방지법’, 스웨덴의 ‘증오언론금지법’ 등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국회를 중심으로 성별이나 종교, 특정지역 등을 비하하는 모욕적ㆍ위협적 발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 추진이 이뤄졌지만 번번이 무산돼 왔다. 19대 국회에서도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안효대 새누리당 의원이 혐오범죄 가중처벌과 혐오죄 신설 등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오는 30일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될 운명에 놓였다.

박기령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혐오발언을 광범위하고 직접적으로 처벌하는 유럽국가들의 사례를 검토할 때 (혐오발언 제재안이) 불필요하거나 과잉규제라고 볼 수는 없다”며 “다만 우리나라의 정치지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개연성이 내포돼 있기 때문에 규제에 대한 접근은 간접적이고 최소한 방식에서 시작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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