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법안 처리 무기지연..20대 국회도 '식물' 우려

우제윤,이현정,부장원 2016. 5. 26. 17:4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헌재, 국회선진화법 권한쟁의 각하 파장"의원 표결권 침해 없다"..헌재, 청구이유 부족 판단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26일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진행된 국회선진화법 권한쟁의 심판 청구에서 "의원 권한 침해를 인정할 수 있는 사정이 없다"며 각하 결정을 밝혔다. [김호영 기자]
26일 헌법재판소가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이 위헌이라며 새누리당 의원들이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린 까닭은 "해당 법조항이 국회의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해당 의원들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은 만큼 이를 이유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이유가 없다는 게 다수 재판관의 의견이었다.

일반적으로 권한쟁의심판은 국가 기관 사이에 권한을 두고 다툼이 일어났을 때, 권한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측이 청구를 하고 헌법재판소가 이를 심판한다. 재판관 3분의 2 이상이 위헌 결정을 내려야 하는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소원 사건과 달리 다수결로 결정된다.

그러나 소수지만 일부 재판관은 국회선진화법이 의원들의 표결·심의권을 침해할 가능성을 인정했다.

특히 일부 인용 의견을 낸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국회법 제85조 1항에 대해 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국회의원은 헌법에 의해 국회 본회의에서 법률안에 대한 심의·표결권을 부여받았으므로, 권한쟁의심판 청구는 각하할 것이 아니라 판단 후 인용 또는 기각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에 "85조 1항은 국회의 입법 재량 및 의사자율권의 한계를 넘어 헌법에 위반되므로 국회의장이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요구한 직권상정을 거부한 것은 청구인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기각 의견을 낸 이진성·김창종 재판관은 청구 사건에 대해서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거부한 것은 국회법 85조 1항을 준수한 것이고, 해당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청구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관련 조항의 문제점을 일부 인정했다. 두 재판관은 "법률안이 직권상정을 거쳐 본회의에 부의되기만 하면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이 될 수 있는 경우라면,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할 수 있는 사유를 여야 합의가 있을 때 등으로 제한한 국회법은 의원들의 심의·표결권 행사를 침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각하 결정으로 국회선진화법 개정 문제는 다시 국회로 공이 넘어오게 됐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바뀌면서 개정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선진화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180석 이상 의석을 확보해야 하는데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양당이 합의하지 않는 한 이 숫자를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애초에 헌재로 넘긴 것 자체가 국회에서 해결이 안 되기 때문에 헌재의 도움을 구하려던 것"이라며 "헌재가 각하한 이상 다시 똑같이 청구할 수도 없지 않으냐. 국회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더욱이 새누리당이 4·13 총선에서 참패해 원내 2당으로 전락하면서 상황이 약간 바뀐 점도 개정에 악영향을 줄 전망이다. 그동안 줄기차게 개정을 주장해온 새누리당 입장에선 선진화법이란 방패를 없애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애매해졌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은 1당이 되긴 했으나 재적 과반수를 차지하진 못했고 그동안 선진화법 개정을 반대해오다가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갑자기 개정에 찬성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20대 국회에서도 쟁점 법안 통과는 쉽지 않아 장기간 한 건의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하는 '식물국회' 문제가 빈발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또 국회선진화법의 대표적 폐해인 법안 연계도 여전히 횡행할 전망이다. 특히 최근 상시 청문회를 규정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에 따라 "'협치'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목소리가 야당에서 힘을 얻고 있다.

[우제윤 기자 / 이현정 기자 / 부장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