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모 STX조선 사장 "과욕이 禍불러" 뼈아픈 참회
◆ STX조선 법정관리 후폭풍 ◆
이병모 STX조선해양 사장이 매일경제신문에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인터뷰를 수차례 주저했지만 우리나라 조선업 발전을 위해 남기고 싶은 말은 분명히 했다.
34년간 조선업에 종사해온 이 사장은 25일 채권단의 STX조선해양 법정관리행 결정을 참담한 심정으로 받아들였다. 이 사장은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나와 1982년 대우조선에 입사했으며 대우조선 부사장, 대한조선 사장 등을 거쳐 지난해 5월 STX조선 사장으로 부임했다. 이 사장은 지난 1년간 구원투수 역할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대세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상황을 솔직하게 토로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조선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뼈아픈 조언을 남겼다.
이 사장은 "예전에는 최우수등급 사람들이 조선사에서 근무했지만 급속하게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전문성이 부족한 인력들이 투입되기 시작했다"며 "생산량을 줄이고 제대로 관리를 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STX조선해양 법정관리와 무관하게) 이제는 대형 조선사들이 스스로 생산능력을 줄이겠다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시장에 이런 메시지를 던져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며 "이런 측면에서 모두 다 죄인이라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해양 분야의 심해저 기술 등은 한 회사가 모든 것을 개발하기가 어려운 분야"라며 "국내 조선사들이 이제 역할 분담을 해서 서로 협력해 살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주들이 조선사들의 치킨게임을 즐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수주에 집착해서는 안 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 사장은 "선주들은 조금만 기다리면 선박 가격이 더 떨어진다며 발주를 미루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생산능력을 줄이고 1~2년은 건조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STX조선해양이 경쟁력을 상실했다면 국가적인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겠지만 중형 조선소도 전략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국내 조선소들이 지역적으로도 분산돼 있을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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