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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페이스북과 '블루일베'

최민영 ㅣ 미래기획팀 차장 입력 2016. 05. 26.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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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내 가입자 1100만명이 넘는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페이스북은 ‘블루일베’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반인권·반민주적 성향의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와 사실상 다를 바 없는 콘텐츠들이 페이스북의 푸른색 로고로 유통된다는 점에 대해 불만을 가진 일부 사용자들이 붙였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별별 콘텐츠를 만들다보면 이런저런 논란은 불가피하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최근까지 누적된 사례들은 페이스북코리아가 이른바 ‘커뮤니티 약관’을 임의적으로 적용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한 예로 다큐멘터리 제작자 도유진씨는 ‘도시괴담’으로 치부했던 페이스북의 포스팅 삭제를 직접 겪고는 황당했다고 말한다. 지난 24일 자신의 블로그를 페이스북에 공유한 지 몇 초도 되지 않아 삭제됐는데, 주소를 바꿔 다시 올려도 순식간에 삭제되는 것을 목격했다. 도씨는 “페이스북에서 제공하는 공유 디버깅 툴로 확인했더니 커뮤니티 약관을 위배해서 공유가 금지됐다는 메시지가 나왔다”면서 “이제껏 동성애·성별·인종차별 등에 관한 혐오발언이 이루어지는 페이지나 포스팅을 신고해도 블라인드(게시물 감춤) 처리가 이뤄지는 건 단 한 건도 보지 못했기에 어리둥절함은 배로 더한다”고 말했다. 차단된 블로그는 ‘여성혐오와 한국 사회, 도망칠 것인가 변화시킬 것인가’라는 담담한 에세이였다.

한국 페이스북에서는 유독 이처럼 특정 이슈와 관련된 내용이 ‘제한’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온건한 여성주의 콘텐츠를 전하는 페이지 ‘바람계곡의 페미니즘’은 지난 25일 “운영진 중 한 명의 계정을 페이스북코리아가 영구 정지시켰다”면서 “나머지 운영자들도, 이 페이지조차 안전하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페이지를 삭제 조치한 사례가 있다. ‘메갈리아’는 삼전사기다. 1년여 사이에 페이지가 두 차례나 일주일 만에 사라졌다. 운영진은 현재 페이스북코리아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들은 “이유도 알 수 없이 페이지는 돌연 삭제되었고, 후에 여러 남초 사이트에서 발견한 인증샷을 통해 ‘편파적 발언’이 삭제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우리가) 법적 대응 의사를 밝히자 놀랍게도 ‘메갈리아 4’는 단 한 번도 삭제를 당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만약 ‘편파성’이 문제라고 한다면 같은 기준이 다른 페이지나 이용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폭력적 영상과 인신공격성 콘텐츠로 논란을 빚은 ‘김치녀’ 페이지는 문닫은 적 없고, ‘김치녀 시즌2’ 역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한 언론인은 지난해에는 여혐발언을 쏟아내던 한 페북 사용자가 1주일 계정 정지를 당한 적이 있는데, 올해는 남혐발언을 몇 개 올리지도 않아서 한 달 계정 정지를 당한 사례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고 말했다. 모호한 커뮤니티 약관이 누군가에 의해 주관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혐의가 제기되는 것이다.

기술은 그 자체만으로 객관성을 담보하지 않는다. 만약 특정한 ‘알고리즘’에 의해 위의 일이 벌어졌다고 하더라도 그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페이스북은 최근 뉴스피드에 ‘사람’이 개입해 가치를 부여한다는 혐의가 제기되면서 미국에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그래서 위의 문제제기는 단순히 ‘여성혐오냐, 남성혐오냐’라는 질문을 넘어선다. 누가 페이스북에서 이슈를 조절하고, 천부인권인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며, 객관성을 상실한 채 특정한 집단의 목소리에 더 기울어져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1인 미디어’ 시대에 페이스북은 사실상 ‘편집권’을 가진 거대한 언론 플랫폼이 되고 있지 않은가. 이런 의문에 대해 페이스북코리아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한 딸의 아버지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는 한국지사의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과연 무엇이라고 말할지 궁금하다.

<최민영 ㅣ 미래기획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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