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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더 낳으라더니".. 전업주부에 육아 전가하는 맞춤형 보육

김기덕 입력 2016. 05. 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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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종일반 이용 유아동 자녀수, 2명→ 3명 제한지난해 출산율 1.24명 "저출산 해소 역행" 전업맘 반발정원 못 채운 농어촌 어린이집, 운영비 줄어 도산 위기복지부 "하원시간 감안하면 무리없어"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1.24명.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다. 한 여성의 생애주기를 볼 때 가임 기간인 15~49세 사이에 아이를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다. 전년도에 비해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꼴찌 수준이다.

‘육아 수요가 있고 더 필요한’ 맞벌이 부부 등 실수요자와 전업주부의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달리하는 맞춤형 보육 제도가 7월부터 시작된다.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책을 펼치는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 종일반(07:00~19:00)을 보낼 수 있는 가구당 자녀 수를 3명으로 제한했다. 기존 시범사업 당시 가구당 자녀 수 기준은 2명이었다. 합계출산율 1.24명인 초저출산 국가에서 다자녀 기준을 3명으로 설정한 것이다.

오는 7월 맞춤형 보육제도 시행을 앞두고 만 0~2세 유아동을 둔 학부모들과 어린이집 관계자들이 정부의 오락가락 행정에 혼란을 겪고 있다. 외벌이 가구의 어린이집 종일반 이용기준이 두 자녀에서 세 자녀로 제한되면서 일부 어린이집은 보육료 지원이 줄어들어 고사할 위기에 처했다고 반발한다. 일부 전업주부들은 “정부가 애를 낳으라고 독려하면서 정작 2명의 아이를 둔 가정에 육아를 전가하는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두 자녀 가구도 이용시간 제한키로

26일 복지부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 만 0~2세 유아동을 둔 맞벌이와 전업주부 가정의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달리하는 맞춤형 보육이 시작된다. 맞벌이 부부나 자영업자, 농·어업인, 구직자, 다문화 가정 등은 기존과 같이 어린이집을 12시간을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전업주부의 아동의 경우 어린이집 이용시간이 7시간으로 제한된다.

맞춤형 보육 시범사업 때 와는 다르게 어린이집 이용시간이 7시간으로 제한되는 요건이 하나 더 추가됐다. 두 자녀를 둔 전업주부 가정이다. 지난해 7~9월 복지부가 맞춤형 보육 시범사업 당시 두 자녀 가정도 종일반 보육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설정했다. 하지만 실제 본 사업 시행을 앞두고는 기준이 변경됐다.

이에 대해 전업주부들의 반발이 거세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한 전업주부는 “워킹맘과 다문화 가정에는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면서 두 자녀를 키우는 가정에는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애 둘을 키우는 것도 맞벌이랑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정신·신체적으로 힘는 부분이 있다. (두 자녀를 둔 가정도) 종일반 이용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보육사업과 관계자는 “시범사업 당시 두 자녀를 둔 가정을 대상으로 종일반을 이용하게 하자 종일반 이용률이 90%가 넘어 맞춤형 보육 정책의 실효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종일반 이용을 못하더라도 유아동 어린이집 하원시간이 대부분 3~4시경이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종일반 이용에 차별이 없도록 둘째 아이를 임신했거나 태어난지 1년 이내인 두 자녀 가정은 종일반 이용이 가능하도록 조치했다”고 덧붙였다.

어린이집 종일반 이용대상 기준
◇“어린이집 도산” vs “보육료 수입 늘어”

맞춤반 다자녀 기준을 놓고 어린이집 역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어린이집 맞춤반 보육료가 종일반의 80%로 책정된 만큼, 종일반을 이용하는 유아동이 줄어들수록 전체 보육료 지원은 줄 수 밖에 없다.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일부 농·어촌 지역 어린이집은 도산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 노원구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원장 A씨는 “정부가 맞춤형 보육 시범사업 결과 종일반과 맞춤반의 비율을 8대 2로 추산했지만, 두 자녀 가구 맞춤반 이용 등으로 맞춤반 이용아동이 예상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면서, “현재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한 어린이집은 7월 이후 운영에 차질을 빚어 보육서비스 질 저하 불 보듯 뻔하다”고 꼬집었다.

복지부가 추정한 올해 0~2세 맞춤형 보육 대상 영유아수는 약 76만명이다. 이 중 두 자녀 가구에 대한 정확한 통계치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다만 복지부는 기혼여성평균자녀수가 2.38명임을 감안해 종일반에 보낼 수 있는 다자녀 기준을 3명으로 확정했다.

복지부 보육정책과 관계자는 “그동안은 0~2세 아동은 모두 어린이집 종일반 이용이 가능해 가구별 특성이나 소득, 아동 수 등을 따로 조사할 필요성이 없었다. (맞춤형 보육 사업 시작 전) 전수조사를 통해 6월 경 관련 통계가 나올 예정”이라며 “시범사업과 달리 종일반 이용률이 80%가 되지 않더라도 평균적으로 전체 보육료가 1.8~4.2%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광진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장은 “한 자녀 또는 두 자녀 가정에 대한 종일형 보육 이용기회를 제한하는 것은 저출산 해소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김기덕 (kidu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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