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늘어나는 '노 키즈 존' 업소.. 뿔난 엄마들 불매운동

이민석 기자 입력 2016. 6. 1. 03:08 수정 2016. 6. 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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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동반한 손님 받지 않자 SNS에 비방글 올리기도] - 13세 이하 출입금지.. 왜? 소리질러 다른 손님들 항의, 기저귀 테이블에 버리기도 - 일괄적 조치는 명백한 차별 "아이 두고 외출하란 말이냐.. 여성에게 저출산 조장하는 꼴"

경북 칠곡에서 야외 카페를 운영하는 김민우(가명)씨는 가게를 연 지 두 달 만인 지난해 6월 카페 입구에 '13세 이하 어린이의 출입을 금합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였다. 아이들이 카페 내부에서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는 것에 대해 다른 손님들의 항의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아기 기저귀를 간 뒤 테이블 위에 그냥 버리고 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며칠 뒤 인터넷의 한 육아 커뮤니티에 카페 내부 사진과 함께 "손님을 내쫓는 곳이 생겼다"는 글이 올라왔다. "엄마 손님 귀한 줄 모른다" "이런 곳은 망해야 된다"는 댓글 30여 개가 달렸다. SNS에서는 "엄마들이 힘을 모아 본때를 보여주자"며 불매 운동을 벌이자는 글까지 돌았다. 김씨는 "일부 아이가 애써 가꾼 정원의 꽃을 꺾거나 벽에 낙서를 하는 등 피해가 끊이지 않자 어렵게 내린 결정이었다"며 "1년이 지난 지금도 '장사 접게 하겠다'는 협박성 전화가 걸려오고 인터넷에 카페 직원들의 외모를 비하하는 악성 댓글이 달린다"고 말했다.

최근 어린이를 동반한 손님을 받지 않는 일명 '노 키즈 존(No Kids Zone)' 업소가 늘면서, 아이를 둔 주부 손님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노 키즈 존'에 반발하는 손님들은 인터넷이나 SNS에 업소를 비방하는 글을 올리고, 조직적인 불매 운동을 전개한다.

서울 서초구의 한 중식당 주인 이모(43)씨는 지난해 5월 노 키즈 존을 시행했다가 "오래된 식자재를 사용한다" "반찬을 재활용한다" 같은 악성 루머에 시달렸다. 한 여성 손님은 바쁜 저녁 시간에 10인분 코스 요리를 예약했다가 "아이를 데려와 쫓겨난 사람인데, 어차피 애 때문에 못 들어갈 테니 예약을 취소하겠다"고 골탕을 먹였다고 한다. 이씨는 "일부 손님의 불매 운동 때문에 예약 인원에 맞춰 준비한 음식을 그냥 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매상을 포기하면서까지 어린이를 받을 수 없는 식당의 고민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본지가 노 키즈 존을 시행하고 있는 전국 식당·카페 10곳을 조사했더니 7곳이 '노 키즈 존 시행 이후 손님들의 과도한 항의로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하지만 10곳 모두 "노 키즈 존 정책을 고수할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 도봉구의 한 카페 주인 정모(31)씨는 "어린이 입장을 허용하면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다"면서 "어차피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면 주문은 별로 안 하고 자리만 오래 차지하는 아이 동반 손님을 포기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노 키즈 식당·카페에 대해 항의하는 주부 손님들은 "나이가 어리다고 일괄적으로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주장한다. 두 살 아들을 둔 주부 허모(35)씨는 "육아를 전담하다 보니 젖먹이 아이를 혼자 두고 외출할 수 없는데, 모임이나 약속이 있어도 집에만 있으란 말이냐"고 했다. 주부 한모(31)씨는 "안 그래도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데 여성들에게 아이를 낳지 말라고 조장하는 꼴"이라며 "얼마나 억울했으면 불매 운동까지 할 생각을 했겠느냐"고 했다.

노 키즈 존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엇갈려 있다. 지난 2월 경기연구원이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노 키즈 존이 업주의 영업상 자유에 해당한다'는 응답이 44.4%로, 그렇지 않다(22.8%)의 2배였다. 반면 '노 키즈 존이 (업주의) 과잉 조치'라는 응답도 46.6%로 그렇지 않다(23.4%)의 2배에 달했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일반인들은 노 키즈 존을 시행하는 업주들의 고통을 이해하면서 동시에 아이 때문에 차별받는 엄마들의 분노에도 공감하는 것"이라며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에만 한시적으로 어린이 입장을 제한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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