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판례氏] '지하철역 몰카'.."촬영만으로도 처벌"

송민경 (변호사) 기자 입력 2016. 6. 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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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대법 "저장 안했어도 이미 주기억장치 입력..범행 완료됐다고 봐 처벌 가능"

[머니투데이 송민경 (변호사) 기자] [[the L] 대법 "저장 안했어도 이미 주기억장치 입력…범행 완료됐다고 봐 처벌 가능"]

관세청 직원이 2015년 9월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서울세관에서 몰래카메라 부정수입 기획단속으로 압수된 몰카를 공개하고 있다./사진=뉴스1

휴대폰으로 피해자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다 적발돼 저장하지 않고 촬영을 종료했더라도 처벌돼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있다.

A씨는 서울지하철 1호선의 환승에스컬레이터 내에서 검은색 짧은 치마를 입고 있는 피해자 뒤에 섰다. 그 후 가지고 있던 카메라가 내장된 휴대폰으로 치마 속 신체부위를 동영상으로 몰래 촬영하던 중 경찰관에게 적발됐다.

A씨는 찍고 있던 카메라의 저장버튼을 누르지 않고 촬영을 종료시켰다. 휴대폰 카메라로 몰래카메라(몰카)를 시도해 실제로 촬영은 이뤄졌지만, 경찰에 들키는 바람에 저장 버튼을 누르지는 못한 것이다. 그 후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자신은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A씨가 동영상 촬영 중 저장 버튼을 누르지 않고 촬영을 종료시켰다는 이유만으로 촬영 범행이 기수에 이르지 않았다고 단정한 것은 위법하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2010도10677 판결)

범행이 기수에 이르렀다는 것은 범죄 행위가 완료됐다는 의미다. 기수의 반대말은 미수로 어떤 범죄를 시도했지만 범행을 완료하지 못하고 실패한 경우를 말한다. 저장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범행이 기수에 이를 수 있다고 본 것은 곧 몰카를 저장하지 않아도 처벌될 수 있다는 뜻이다.

판결의 이유로 대법원은 "촬영이 시작되면 곧바로 그 촬영된 피사체의 영상정보가 기계장치 내의 주기억장치에 입력돼 임시저장 됐다가 이후 저장명령이 내려지면 보조기억장치 등에 저장되는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며 "촬영된 영상정보가 전자파일 등의 형태로 영구 저장 되지 않은 채 사용자에 의해 강제 종료 됐다는 이유만으로 미수에 그쳤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저장을 해서 파일 형태로 남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카메라 내부의 주기억장치에는 이미 입력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범죄가 완료됐다고 봐야 한단 얘기다. 따라서 몰카를 찍다 저장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몰카와 관련한 IT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자파일로 저장되지 않았다고 해서 처벌할 수 없다고 한다면 몰카 관련 범죄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될 가능성이 있다. 저장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하면서 관련 조항을 악용할 수도 있다. 이에 대법원은 몰카를 파일로 저장하지 않아도 범죄가 이미 행해진 것으로 봐 처벌될 수 있다고 판결해 몰카 범죄에 대한 처벌 의지를 나타냈다.

다만 몰카가 실제로 처벌되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하다. 이 경우는 경찰관에게 이미 적발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부분이 문제되지 않았다. 몰카가 촬영됐고 촬영한 사람이 이를 저장하지 않은 상태라면 목격자의 증언이나 다른 증거 없이는 범죄 입증이 힘들 수도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 판결팁= 휴대폰으로 피해자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다 적발돼 저장하지 않고 촬영을 종료했더라도 범죄는 이미 종료된 것이기 때문에 처벌될 수 있다.

◇ 관련 조항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①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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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경 (변호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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