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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안테나의 부활?..방송사 "살리자", 삼성·LG "싫어"

김유성 입력 2016. 06. 11. 10:27 수정 2016. 06. 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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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HD 시범 서비스 앞두고 지상파 직접 수신가구 높여야TV 내장형 안테나가 직접 수신가구 늘릴 빠른 대안으로 인식삼성·LG는 난색 "기술적으로 넘어야할 산 많아"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커다란 브라운관 뒤로 가느다란 토끼 귀처럼 붙었던 안테나. 20여년전 아날로그 TV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모습이다.

TV가 안 나오거나 화질이 나빠지면 애꿎은 안테나만 화풀이의 대상이 됐다. 지상파(공중파) 방송 전파 신호를 받는 안테나의 길이와 위치는 그래서 중요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안테나는 TV의 주요 부속품이었다.

돈을 내고 TV를 보는 시대가 되면서 안테나는 용도를 잃었다. 케이블만 연결되면 지상파 전파를 직접 수신하지 않아도 깨끗한 화질의 TV 프로그램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지상파 전파를 직접 수신하는 가구는 5%대로 떨어졌다.

그러던 안테나가 지상파 초고화질(UHD) 시범 서비스를 앞두고 재조명 받고 있다. 뒤늦게 직접 수신율을 높이기 위해 지상파 방송사들이 나선 것. 지상파 방송사들은 직접 수신 가구를 늘리기 위한 방편중 하나로 TV 속 안테나를 생각했다. 안테나만 있으면 케이블이나 IPTV에 따로 가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유료방송에 빼앗겼던 방송 플랫폼 주도권을 되찾아 오고 싶다는 복안인 셈이다.

TV 시청 행태 (방송통신위원회, 2015년)
더욱이 지상파 방송사들은 UHD 방송을 목적으로 700MHz 대 주파수를 할당 받았다. 주파수 낭비라는 비판을 줄이려면 직접 수신 가구 확보가 중요하다. 지상파 UHD 시범 방송이 8개월이 채 안 남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는 다급한 사안이다.

10일 방송회관에서 열린 ‘시청자 중심의 지상파 UHD 방송 수신환경 조성’ 세미나에서는 이런 지상파 방송사들의 다급함이 반영됐다. 지상파 3사는 삼성전자와 LG전자 관계자에 TV속 안테나 내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에 동조하는 시민 단체와 학계 인사들도 같은 목소리로 삼성전자·LG전자를 압박했다.

가전사들은 안테나 내장에 난색을 보였다. 안테나를 TV에 단다고 해서 직접 수신 가구가 늘어날 보장이 없는데다 내장 안테나의 수신 품질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극복해야 할 부분이 많아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10일 방송회관에서 열린 ‘시청자 중심의 지상파 UHD 방송 수신환경 조성’ 세미나 전경
◇지상파 “직수율 제고, TV 내장 안테나 효과 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희경 한림대학교 ICT 정책연구센터 연구교수는 지상파 방송 난시청 해소가 간단치 않다는 점을 전제했다. 김 교수는 “(큰 건물 등에 가려져 생기는) 인위적 난시청이 문제이지만 여전히 이 문제가 방치돼 있다”면서 “중계기를 추가 설치하고 공시청 시설을 개보수해야하지만 막대한 투자비용 소요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그는 “UHD TV에 수신 안테나를 장착하는 게 직수율을 높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안”이라며 “수신 안테나가 내장된 TV를 통해 선명한 화질 뿐만 아니라 양방향 서비스까지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게 방송 업계 주장”이라며 이라고 강조했다.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들도 같은 논리였다.

조삼모 SBS 차장은 “UHD 실내 수신율이 70%가 나왔다”며 실내에서도 UHD TV 직접 수신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는 TV에 기본 내장된 스피커처럼 안테나도 기본 내장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송기훈 MBC 차장은 가전사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안테나가 내장된 TV의 방송 수신 품질이 나빠도 가전사로 소비자 불만이 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송 차장은 “핸드폰이 제대로 안터졌을 때 이동통신사에 책임을 돌리듯 TV 수신에 대한 책임도 가전사보다는 방송사에 향한다”고 말했다. 이어 “TV 수신 개선을 하려고 해도 (직접수신) 디지털TV가 깔려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우리들이 개선의 노력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중곤 KBS 팀장은 지상파 방송 수신이 잘되는 지역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같은 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가전사는 물론 정부도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가전사 “안테나 넣는다고 직접수신 가구 늘까?”

삼성전자와 LG전자 관계자들은 안테나 내장 TV 불가론을 고수했다.

이동훈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선행개발팀 수석은 “가전사는 차별화 관점에서 고민을 한다”면서 “하지만 (삼성전자가) 연 5000만대의 TV를 팔지만 내장 안테나를 넣은 것이 아직 없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를 위해 내장형 안테나를 장착한 디지털TV 사례가 전세계적으로 없다는 얘기다.

이 수석은 디지털TV로 넘어오면서 안테나가 사라진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전파 수신이 안되도 화면이 그런대로 나오는 아날로그TV와 달리 디지털TV는 수신율이 낮아지면 아예 안나온다”며 “이같은 디지털TV의 특성 때문에 안테나가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TV에 안테나가 내장되도 전파 수신이 잘 안되면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다.

이어 기술적인 어려움도 토로했다. 이 수석은 “우리나라는 콘크리트 건물이 많은데 콘크리트 건물의 특성 상 신호의 세기가 적게는 10분의 1, 많게는 100분의 1로 낮아진다”며 “임계값 밑으로 내려가면 TV를 아예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안테나 내장은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지금 TV가 갈수록 얇아지고 있고 벽걸이로까지 장착을 한다”고 했다. TV가 벽에 붙으면 전파 수신이 더 여럽다고 덧붙였다.

이 수석은 “방송사와 가전사가 광범위한 실측 데이터를 갖고 실내 수신 환경 데이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 당장 내장 안테나 TV를 확산시켜나간다면 반대”라고 말했다.

홍성룡 LG전자 차세대표준연구소 연구위원은 같은 맥락에서 안테나 내장형 TV에 반대했다.

홍 연구위원은 “제품을 많이 팔아야 하는 제조사 입장에서 내장형 안테나를 개발했지만 아직까지는 기술적으로 극복해야할 부분이 많다”며 “(내장형 안테나가) 최소한 실내 안테나 정도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방송 주파수가 굉장히 와이드하다”며 “충분한 소비자들을 만족시킬만한 안테나를 개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도 유보적인 입장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요구대로 당장 TV에 내장형 안테나를 넣을 수 없다는 얘기다.

고낙준 방송통신위원회 지상파방송정책과장은 “(내장형 안테나에 대해) 많은 얘기가 나왔지만 정부 입장에서 딱히 ‘해야된다 안해야된다’ 레퍼런스가 부족하다”며 “가능성 여부에 대해 판단이 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섭섭한’ 지상파DMB “우리는?”

수신율을 높이기 위해 안테나를 제품에 내장시키자는 요구는 DMB 업계에서도 개진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제조사들이 제품 디자인과 단가를 이유로 지상파DMB 안테나를 빼면서 DMB는 업계적으로 위기다.

더욱이 DMB 외에 모바일IPTV, OTT(인터넷 TV)의 보급되면서 지상파DMB의 입지는 좁아졌다. 케이블TV나 IPTV 등 대체 플랫폼의 보급으로 직접 수신율이 낮아진 지상파 방송사들과 비슷한 맥락이다.

지상파 DMB 관계자는 “지상파DMB가 재난매체로 지정됐지만 수신 환경 정비 고사하고 제조사의 무관심으로 고사 위기”라며 “안테나 내장은 우리부터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성 (kys4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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