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대 분식회계에도 과징금만 '찔끔'

조은국 2016. 6. 1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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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해임 권고·감사인 지정 수준 검찰 고발 사례는 단 2건에 불과 미국은 최고경영자 수십년 징역형 과징금 규모도 국내의 7배 웃돌아

■ 도마 위 오른 회계투명성

(하) 회계부정 유발하는 솜방망이 처벌

우리나라의 회계 투명성이 세계 꼴찌 수준으로 추락한 것은 무엇보다 대규모 회계부정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분식회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처벌 수준보다 훨씬 크다 보니 기업들이 분식회계 유혹에 쉽게 빠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13일 본지가 최근 우리나라 경제계를 뒤흔든 대규모 분식회계 사건에 대한 금융당국의 처벌 사례를 조사한 결과 대체로 처벌 수준이 과징금 부과와 감사인 지정, 대표이사 해임권고에 머물렀다.

2조3000억원의 분식회계를 한 STX조선해양에 대한 제재는 증권발행제한 1년과 감사인 지정 3년에 불과했다. 각각 5000억원, 3800억원, 2700억원의 분식회계를 일으킨 효성그룹, 대우건설, 계룡건설에 대한 제재도 과징금과 감사인 지지정 2~3년, 담당임원 해임권고에 그쳤다. 모두 경영진에 대한 사법적 처벌은 없었다. 경영진에 대한 검찰 고발이 이뤄진 사례는 대한전선 분식회계와 1만4000여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동양그룹 사태 뿐이었다. 최근 장기간의 회계오류를 일으킨 한신공영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은 경징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신공영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개 사업연도에 대해 정정 공시했다. 2012년을 제외한 모든 사업연도가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이 때문에 정정공시 직후 주가가 30% 이상 하락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안겼다.

이들 기업을 회계감사한 회계법인에 대한 제재도 솜방망이 수준에 그쳤다. 징계 유형도 비슷했다. 삼일회계법인과 삼정회계법인, 안진회계법인, 한영회계법인 등 빅4 회계법인 모두 이들 기업의 분식회계를 걸러내지 못해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았는데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 적립과 해당 기업에 대한 감사 제한에 그쳤다.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은 곳은 대우건설 분식회계를 적발하지 못한 삼일회계법인뿐이었다.

회계부정에 대한 이 같은 금융당국의 솜방망이 처벌은 미국이 엘론, 월드컴 등 분식회계를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에 수십년의 징역형을 부과한 것과 대비된다. 한국과 미국은 분식회계로 인해 당국이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 규모도 큰 격차를 보인다. 우리나라 과징금 한도는 20억원에 불과하지만 미국은 최대 15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에 회계업계에서는 낮은 수준의 처벌로는 만연한 기업 비리와 부실감사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총희 청년회계사회 회계사는 "금융당국이 봐주기식 처벌로 일관해 기업들이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기업의 의사 결정권자인 CEO와 CFO에 대해서도 처벌을 해야 기업들도 회계부정 유혹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과 유착해 회계부정에 공조하거나 방조하는 등 부실감사가 발생하면 회계법인과 회계법인 대표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이 최근 재추진하기로 한 부실감사 발생 시 회계법인 대표이사 처벌 방안도 회계업계에서는 재무제표 작성 주체인 기업 경영진에 대한 책임 강화는 빼놓은 채 회계법인에 대한 책임만 키웠다며 반발하고 있다.

청년회계사회는 12일 논평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분식회계는 잘못된 구조의 문제인데 금융당국은 기업의 눈치만 보고 있다"며 "재무제표 작성의 책임자이자 회계투명성 핵심주체는 기업이기 때문에 기업의 대표이사나 임원에 대한 징계 강화가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조은국기자 ceg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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