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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뒤끝뉴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정의당의 설움

전혼잎 입력 2016.06.14. 18:19 수정 2016.06.14.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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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회에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왼쪽에서 세 번째)가 비례대표 전문성에 맞는 상임위 배정을 요청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정의당이 국회 상임위원회 배분 과정에서 때아닌 ‘핑퐁신세’가 됐습니다. 언론 전문가로 국회에 비례대표 의원으로 입성한 추혜선 의원이 경력과도 관계 없고 원하지도 않았던 외교통일위원회로 배정받은 겁니다. 정의당은 즉각 “교섭단체를 구성한 거대정당들의 횡포”라며 14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항의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추 의원은 이날 항의농성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제가 20대 국회에 진출하게 된 것은 언론개혁, 방송정상화 노력 등에 대한 국민적 요구 때문”이라며 “지금 제 심정은 축구선수가 농구장에 놓여있는 황당한 심정으로 오늘부터 국민이 명령한 제 자리를 찾기 위해 농성에 들어간다”고 말했습니다. 추 의원은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등 20여년 간 언론관련 활동을 해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의당에서 언론개혁기획단장으로 활약했고 4ㆍ13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3번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됐습니다. 때문에 추 의원의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배정은 당연시되어 왔죠. 심지어 미방위를 지원한 비교섭단체 의원이 추 의원 혼자라 경쟁자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추 의원은 외통위로 배정을 받은 걸까요. 여기엔 또 다른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 구성 문제가 연계되어 있습니다. 총 정원이 16명으로 비교섭단체 몫은 1명으로 묶여 있는 환노위에 노동운동가 출신의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현대자동차 현장노동자 출신의 윤종오 무소속 의원 2명이 지원을 하며 상황이 복잡해진 겁니다. 두 의원 중 이정미 의원이 환노위에 들어가며 윤종오 의원이 2지망이었던 미방위로 배정됐고, 이에 미방위를 희망한 추 의원이 외통위로 밀려나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미방위로 배정된 윤종오 의원 역시 “노동법 개악과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노동자 국회의원이 환노위에서 배제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정의당은 현역의원이 20명 이하인 비교섭단체나 무소속 의원들의 경우 국회의장이 상임위 배정을 결정하도록 돼있는 국회법을 문제로 꼽고 있습니다. 원내에서 교통정리가 이뤄지는 교섭단체와 달리 정의당은 상임위 배분 협상에 끼지 못한 채 국회의장의 결정에 따라 배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라 피해를 봤다는 주장입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 국민의당이 상임위 배분 협상 중 인기 있는 상임위의 인원을 늘리고 비인기 상임위의 인원은 줄이는 과정에서 정의당과 무소속 의원들이 이리 밀리고 저리 치이는 ‘탁구공’ 신세로 전락했다는 겁니다. 이는 국회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마련된 비례대표 의원제의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입니다.

20대 국회에서 비교섭단체의 설움을 톡톡히 겪게 된 정의당은 재배정이 이뤄질 때까지 국회 로텐더홀에서 항의농성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입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개원식 이후 정의당의 첫 활동이 국회의 폭력적이고 비민주적인 원구성에 대한 항의농성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유감스럽다”면서도 “상임위원 정수를 고쳐서라도 이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상임위 정수를 조정하느라 생긴 문제이니 상임위 정수조정으로 풀 수 있다는 겁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19대 국회에서 희망하던 환노위에 배정받지 못하다가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환노위 정수를 1석 늘리면서 환노위에 재배정 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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