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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덕 셰프의 사계절 건강 밥상>잣국수, 살짝 볶아 갈아만 주면.. '고소한 여름'에 풍덩

기자 입력 2016. 06. 1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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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하면서 시원한 국물로 여름철 입맛을 돋워주는 잣국수는 콩국수보다 만들기 쉽고, 귀한 음식이라는 느낌도 줘 이맘때 손님맞이 상에 올리기에 적합하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여름이 ‘훅’ 뜨거운 볕과 함께 성큼 다가왔다. 매년 조금씩 일찍 시작해 늦게 끝나더니, 올해는 유독 빨리 온 것 같다. 이렇게 한낮 기온이 오르고 습도가 높아지면 우리 몸은 찬 음식을 찾는다. 삼계탕처럼 이열치열(以熱治熱)로 뜨거운 국물도 먹지만, 그 의미를 알려면 적어도 여름 한복판에 다다라야 한다. 갑자기 시작된 여름엔 시원한 밥상이 반갑다.

이맘때 가정에서는 오이나 미역 등으로 만든 냉국을 먹고, 외식할 땐 콩국수 등 한 그릇 면 요리를 찾는다.

냉국은 물(3컵), 소금(1큰술), 설탕(3큰술), 식초(5와 1/2큰술)의 비율만 지키면 손쉽게 만들 수 있지만 콩국수는 그리 간단치 않다. 우선 콩을 반나절 이상 불려야 해 시간이 제법 필요하며, 콩이 설익으면 비린내가 나고 푹 익으면 메주 냄새가 나는 등 구수한 맛을 제대로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중에서 구입한 콩국 없이 맛있는 콩국수를 만들 수 있다면 요리에 매우 능숙하고 열정이 대단한 분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근무하는 한식당도 곧 여름 메뉴를 선보인다. 매년 여름 대표 주자였던 콩국수 대신 올해는 잣국수를 개발했다. 우리 주방이야 콩국수 정도는 뚝딱 만들지만 흔하지 않고 고급스러운 메뉴를 준비하고 싶었다.

또한 잣국수는 콩국수와 달리 삶거나 다른 견과류 등 부가 재료(콩국을 더욱 고소하게 만들기 위해 견과류, 두유, 우유 등을 섞는 경우가 많다)를 섞지 않고 잣만 활용하기 때문에 신선한 재료 그대로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예로부터 기력이 쇠할 때 ‘잣죽’을 보양식(保養食)으로 먹었을 정도로 잣은 영양소가 풍부한 견과류다. 몸에 유익한 지방이 많아 두뇌발육과 뇌 기능 활성화에 좋고 철분도 많아 빈혈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잣을 하루에 20알 정도 꾸준히 먹으면 콜레스테롤, 노폐물 등을 제거해 각종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다.

잣은 한문명으로 송자(松子)·백자(栢子)·실백(實栢)이라고 부르며 약으로 사용하는 잣은 해송자(海松子)라 부른다. 중국 문헌에 잣나무를 ‘신라송(新羅松)’, 잣을 ‘신라송자(新羅松子)’라고 표기했을 정도로 삼국시대부터 중국에 수출하는 등 우리나라 잣은 고소하고 영양소가 풍부하기로 유명하다.

잣은 다른 곡류나 견과류와 마찬가지로 원산지를 잘 확인하고 구매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서 잣은 주로 경기, 강원 일대에서 재배하는데, 우리나라 잣 생산량의 40% 이상을 재배하는 경기 가평군이 대표 주산지로 알려져 있다. 국산 잣은 표면이 거칠고 씨눈이 없는 것이 많고 크기가 작으며 고른 편이다. 씨눈이 붙은 매끈하고 크기가 들쑥날쑥한 잣은 중국산일 확률이 높다.

잣을 보관할 때는 오래 둘 경우 냉동실, 한 달 이내 먹을 것은 냉장고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한번 먹을 만큼 소분해서 보관하는 것이 좋은데, 작은 통을 여러 개 사용하기 번거로울 때는 키친타월에 말아 통에 켜켜이 쌓아 두면 된다. 주의할 점은 잣이 냄새를 매우 쉽게 빨아들이기 때문에 반드시 밀봉해서 냉장고나 냉동실에 넣어야 한다.

고소하고 시원한 국물로 입맛을 돋워주는 잣국수는 가정에서도 매우 쉽게 만들 수 있다. 특히 면을 삶을 때만 불을 쓰기 때문에 만드는 사람도 고생을 덜 한다. 콩국수보다 귀한 음식이라는 느낌도 줘 손님상에 올리기도 무난하다. 여름의 시작을 잣국수와 함께 기운차게 출발해 보자.

한식당 다담 총괄·사찰음식 명인

어떻게 만드나

재료(2인분 기준)

잣 1과1/5컵(150g), 생수 4와1/4컵, 설탕 1/2큰술, 소금 2/3큰술, 생소면 250g, 오이 1/4개, 삶은 달걀 1개, 토마토 1/4개

만드는 법

1 잣은 흐르는 물에 살짝 씻어 물기를 제거한 다음 마른 팬에 가볍게 볶아 낸다.

2 1의 볶은 잣과 분량의 물을 믹서에 넣고 1분간 곱게 간 다음 설탕과 소금으로 간을 한다.

3 냄비에 물을 넉넉히 넣고 끓으면 생소면을 넣어 약 3~5분간 삶는다. 익으면 재빨리 건져 찬물에 여러 번 헹군 다음 채에 밭쳐 물기를 뺀다.

4 오이는 소금으로 비벼 씻은 다음 4~5㎝ 길이로 채 썰고 삶은 달걀과 토마토는 2등분 한다.

5 그릇에 삶은 소면을 담고 잣 국물을 넉넉히 부은 다음 오이, 달걀, 토마토를 올려 낸다.

조리 Tip

1 잣을 마른 팬에 살짝 볶으면 고소한 맛이 훨씬 좋아진다. 노릇한 색깔이 살짝 날 정도로만 볶는다.

2 면은 건면보다 생면이 쫄깃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되도록 생소면을 이용하고, 건면을 이용할 때는 소면보다 중면을 선택한다. 잣국수나 콩국수의 경우 국물의 점도가 높기 때문에 약간 굵은 면이 잘 어울린다.

3 면을 삶을 때 끓어오르는 중간에 찬물을 반 컵씩 2~3회 넣어 주면 물이 끓어 넘치는 것을 막고 면을 더 쫄깃하게 익힐 수 있다.

4 삶은 콩을 200g 정도 넣으면 국물이 좀 더 걸쭉해진다.

5 잣국물은 한 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장운동이 활발해져 설사를 할 수 있으므로 주의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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