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뉴시스

제2의 보육대란? '맞춤형 복지' 갈등 심화..복지부 진화나섰지만..

박준호 입력 2016. 06. 15. 17:36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가 13일 오후 20대 국회 개원식이 열린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맞춤형 보육 시행 반대' 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2016.06.13. scchoo@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이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룸에서 기존 12시간 일괄 제공하던 보육서비스를 홑벌이 가정 등에는 7시간 지원을 골자로 하는 맞춤형 보육제도 개편에 대해 설명하며 물을 마시고 있다. 2016.06.15 ppkjm@newsis.com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정부가 다음달 1일부터 추진키로 한 맞춤형 보육정책의 시행을 놓고 보육업계의 반발과 정치권의 공방이 더해지면서 '제2의 보육대란'이 일어나는게 아니냐는 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맞춤형보육은 0~2세 아이를 둔 외벌이 가구가 어린이집에 자녀를 맡길 수 있는 시간을 하루 6시간(맞춤반)으로 제한하고 정부의 기본보육료 예산을 현재의 80% 수준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3년전부터 실시한 0~5세 대상 무상보육이 어린이집 '품귀' 현상을 낳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정부가 외벌이 가구의 만 2세 이하 자녀에 대한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제한한 것이다.

정부는 전업주부(외벌이 가구)의 어린이집 무상이용 시간을 단축함으로써 어린이집이 부족한 맞벌이 부부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도 지난해 11월 보육료 6% 인상을 전제로 올해 7월1일부터 맞춤형 보육을 전면 시행한다는 방침에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종일반 이용시간이 줄어든 전업주부들과 보육료 지원액이 삭감된 어린이집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보육업계의 반발이 점차 거세지자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 일각에서도 정책 보완과 시행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 맞춤형보육은 도저히 가정어린이집이 존립할 수 없는 잘못된 제도"라며 "그대로 강행되면 더민주가 부모들, 아이들, 어린이집원장, 교사들을 위해 전면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 의장은 같은날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맞춤형보육이 아니라 오로지 정부의 입맛대로 하고자 하는 정부의 보육정책에 불과하다"며 "맞춤형 보육의 전면실시는 연기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날 새누리당도 당정간담회를 열고 어린이집에 대한 기본보육료 삼감에 난색을 표하며 복지부에 정책 수정을 요구했다.

이 처럼 정치권의 동시 압박에도 복지부는 맞춤형 보육 정책을 철회하거나 시행 시점을 연기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은 15일 긴급브리핑을 열고 "맞춤형보육 시행을 예정대로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며 "맞춤형보육이 보육예산을 삭감하려 추진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맞춤형보육을 위해 보육료 예산을 작년보다 증액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는 복지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맞춤형보육이 시행되면 올해안에 수천개의 민간 어린이집이 폐원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맞춤형보육으로 보육료 지원이 20% 삭감될 경우 어린이집은 심각한 재정난에 내몰릴 것이라는게 이유다.

더 나아가 보육업계는 이번달 23~24일 이틀간 집단으로 휴원한후 상황에 따라서는 전국의 어린이집 1만개 이상이 3개월 이상 집단 휴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와 보육업계간 맞춤형 보육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아이를 둔 부모들의 혼란은 심화되고 있다.

어린이집이 실제로 집단으로 휴업 사태에 돌입하면 당장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맞벌이 부부 입장에선 생계활동에 차질을 빚는 등 불편을 감수해야 할 수 밖에 없다.

일부 부모들은 '맞춤형 보육'이 전업맘과 직장맘에 대한 차별정책이라고 볼멘소리다. 외벌이 가구의 자녀는 맞벌이 가구의 자녀에 비해 어린이집 이용시간이 절반 수준으로 줄기 때문에 제도의 혜택에서 차별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그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전업주부에게 돌아간다는 것.

일용직이나 노점상 등 비정규직은 맞춤반 대신 종일반을 신청하려면 자기기술서를 작성해 근무상황을 입증해야 하는데 정규직에 비해 현실적으로 근무 실태를 입증하는게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에서 맞춤반에 대한 예산지원을 삭감할 경우 보육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정부에서 맞춤반에 대해서는 종일반의 80% 수준으로 보육료를 지원할 방침이어서 보육교사의 임금, 처우 등이 불안정해지고 어린이집의 재정난이 심화되면 결과적으로 보육의 질도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부모들은 걱정하고 있다.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 관계자는 "맞춤형 보육정책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업주부와 워킹맘의 차별"이라며 "전업주부의 경우 시간이용에 제한을 받게 돼 있고 추가로 시간을 더 이용할 경우에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보육료를 80%만 지급하도록 돼있어 보육의 질이 저하되고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간다"며 "정부가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학부모들로부터 의견수렴을 제대로 한게 있었나. 학부모를 배제시켜 놓고 정책을 만들었다. 어린이집은 운영비가 삭감되면 폐원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대해 방 차관은 "최근 일부 어린이집이 맞춤형 보육이 시행되면 경영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보육교사, 학부모님들에까지 보육현장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며 "어린이집 운영 어려움은 맞춤형 보육과 별개로 해결할 상황이다. 추진과정에서 더 협의가 필요한 부분은 탄력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pjh@newsis.com

ⓒ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