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회장님과 감독님, 여자를 많이 좋아하십니다. 그리고 피해당한 여자들도 많습니다. 한번은 저도 싫다고 내색한 적이 있었는데 ‘너는 얌전히 있어야 된다’고 그렇게 얘기하시네요. 언제까지 이렇게 당하고 협박받고 살아야 하나요? ”
서울 동대문구의 한 방송사에서 일했던 여성 A씨는 지난 11일 구인구직사이트 알바몬 ‘이런알바조심’ 게시판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더 이상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글은 급기야 “지금 계속 구인구직 광고가 올라와있는데... 피해자분들도 ‘똥밟았다. 그냥 딴 곳 더 알아보자’ 이런 심정으로 아무도 얘기 안하시는 거 같은데 더 이상 이런 피해가 없길 바란다”로 이어졌다.
그는 이 게시글에서 상급자의 성희롱을 비롯해 임금체불, 지나치게 많은 야근 문제 등을 토로했다.
문제는 A씨의 사례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17일 국내 대표 아르바이트 채용사이트인 알바몬과 알바천국의 최근 커뮤니티 게시물(지난 4월∼6월 17일)을 분석한 결과, 갖은 부당한 대우와 차별에 시달리는 ‘알바의 눈물’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 두 달 남짓 동안 알바생들이 겪은 부당행위에 대한 게시물은 519건에 달했다.
유형별로 구분해 보니 알바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당한 경우가 166건으로 가장 많았다. 임금 체불·미지급·삭감 등 ‘부당임금’이 133건, ‘막말 및 갑질’이 71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대포통장, 개인정보유출, 선입금 요구 등 ‘사기’(65건), 직무·근무조건 등이 ‘실제와 다른 공고 내용’(39건), ‘부당해고’(38건), ‘잦은 구인공고’(7건) 등의 사례도 드러났다.
◆업주는 알바생 사정 악용…관리감독·관련법은 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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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정지혜 기자 |
최기원 알바노조 대변인은 “알바노동자들이 임금 관련 인식이 부족하고, 생활비가 빠듯해 노동 진정을 넣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점 등을 업주가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문제제기를 당한 적이 없으니 ‘관습적으로 이래도 된다’고 여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이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이윤이 많이 남는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도 안 지키는 경우가 꽤 있다. 결국 근로 감독과 단속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대변인은 “시급이 얼마인지 증거가 남지 않아 보상 못 받는 경우가 많으니 근로계약서를 처음에 잘 써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노동자가 조심해야된다기보다 정부가 사업장을 선제적으로 관리·감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알바 입장에서는 고용관계에 문제제기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이 미비해 알바의 시름이 깊어진 측면도 있다. 부당해고가 대표적이다. 현행법상 ‘5인 미만 사업자’의 경우, 한 달 이전에 예고 없이 일시적으로 해고해도 노동자는 구제 신청 자체를 할 수 없다. 부당해고의 위험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이다. 알바노조 관계자는 “근로기준법 개정 노력은 있지만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며 “5인 미만 사업장은 알바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일하는 경우인만큼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알바생 “악덕업체 공고 더 엄격히 감독해야”

알바생들은 구인구직 업체를 향해 “노동청 진정이 들어온 회사나 임금체불 업체가 올린 공고를 정지시키는 등 엄격히 관리해 달라”거나 “구인공고에 댓글란을 만들어 구직자들끼리 내용 공유가 되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 업계 관계자는 “(구직자가) 업체에 점수를 매기거나 댓글을 달 경우, 감정적이고 악의적으로 작성될 수 있는 위험이 있어 섣불리 적용이 힘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구인공고 관리 문제에 대해 알바몬 관계자는 “노동청에서 신고 들어온 업체 리스트를 공유하거나 전달받지 않아 바로 반영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대신 구직자가 직접 알바몬 측에 업체의 부당행위 전적 등을 신고해 주면 해당 업체 확인 후 자체적으로 이용제한을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계기관으로부터 민원 제기된 업체 공고를 올리지 마라는 등의 협조나 공문이 오는 것이 아니기에 모든 공고를 모니터하라는 것은 지킬 수 없는 요구”라고 덧붙였다.
한편 알바천국 측은 “업계 최초로 실시간 공고 검수 인력을 도입해 24시간 불법 업체 채용 공고를 삭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신용평가기관과 연계해 휴폐업 사업장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도용을 막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허위정보 신고 포상금제, 사전 등록 심사제, 24시간 공고 필터링 시스템 등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인 공고 내용과 실제 면접 내용이 다를 경우, 면접 시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경우 소정의 면접비를 주는 ‘면접비 보상제’도 실시 중이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사진=알바천국·알바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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