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보라 스미스 "'K-문학' 표현은 쓰지말자"

박다해 기자 2016. 6. 1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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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스, 19일 '한국문학 세계화 포럼'에서 "원작이 '한국'이라는 이유만으로 관심 보이지는 않을 것"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스미스, 19일 '한국문학 세계화 포럼'에서 "원작이 '한국'이라는 이유만으로 관심 보이지는 않을 것"]

소설 '채식주의자'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는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22회 서울국제도서전의 '한국문학 세계화 포럼'에 참석해 \

"제발 'K-문학'이란 표현은 쓰지 말자"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번역, 맨부커상을 공동 수상한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는 1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2회 서울국제도서전의 '한국문학 세계화 포럼'에서 '한국스러움'만을 앞세운 정부 주도 번역사업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스미스는 "성공 처세술을 다루는 경영서들처럼 '한국문학 세계 정복에 필요한 10가지 단계' 같은 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은 언제나 위험한 발상"이라며 "국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부 주도의 시도나 세계 주요작품 대열에 합류해야 한다는 맹목적인 주문은 출판인들의 정신과 상충된다"고 꼬집었다.

문학에 대해 열정이 있는 출판인들은 운영목적이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출판을 계속 해 나가는 것'에 있기 때문에 섣부른 접근을 경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스미스는 대신 "작가와 번역가, 출판사 관계자 등이 각자의 위치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고 (한국문학번역원, 대산문화재단, 문화예술위원회 등) 지원기관이나 기타 기관이 이들의 작업을 도와주면 된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주고 있어요. 이 공통된 목표를 마음에 새기고 협업해나가면 분명 매우 밝은 한국문학의 미래를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 '채식주의자'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는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22회 서울국제도서전의 '한국문학 세계화 포럼'에 서 한국문학의 세계화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사진=홍봉진 기자

스미스는 한국문학의 세계진출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채식주의자'의 성공으로 해외 출판사가 내 볼만하다고 여길 듯한 한국작품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며 "한국 고유의 다채로운 문화와 다난한 역사의 일면을 보여주는 한국적인 작품부터 한국이 아닌 다른 곳을 배경으로 한국인이 아닌 주인공을 내세우는 작품까지 다양한 한국 작품이 해외에 진출할 여지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떤 출판사도 원작이 한국이라는 이유만으로 관심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별작품은 '한국스러움' 때문이 아니라 작품이 가진 독특한 스타일, 주제, 장르 때문에 특별해 보일 수 있다는 것.

그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일본문학' 작가로 인식되지 않는 것처럼 한강 역시 '한국문학' 작가로 인식되지는 않는다"며 "무라카미의 팬들은 그의 작품을 읽으며 다른 일본작품을 읽어보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더 많은 무라카미 작품을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채식주의자'의 홍보과정에서 가장 효과적이었던 부분을 "완전히 가려지지는 않았지만 드러나지도 않았던 작가의 국적"으로 꼽았다.

'한국'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음으로써 '다른 문화로의 창'이란 진부한 방식으로 홍보하지 않았고, 홍보 대상을 '한국에 관심 있는 독자'보다 훨씬 광범위한 '문학 혹은 번역문학에 관심 있는 독자'로 설정해 매출 효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아직 한국문학의 서사 방식이나 문체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고정관념이 생겨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독보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어요. 몇 년 안에 한국문학은 독창성, 예술성, 형식과 문체의 다양성을 대체하는 새로운 고유명사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박다해 기자 doal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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