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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정권교체 분위기 무르익어.. 野 단일화 해야 대선 승리"

허민 기자 입력 2016. 06. 2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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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7일과 20일 두 차례에 걸쳐 시장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박 시장은 그만큼 신중했다. 하지만 한번 판단이 서면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박 시장이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에 대한 대권 도전 요구가 있지만 그건 그때 일이고 일단은 서울시를 잘 챙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차기 리더 직격 인터뷰 - 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은 입지전적인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서울대 사회계열에 입학했다가 학생운동으로 제적되고 단국대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해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1980년 중후반에는 “인생의 무게를 바꿔놓았다”고 고백한 고 조영래 변호사 등과 교류했고 이어 참여연대, 부패방지입법시민연대,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를 거치면서 30년 가까이 시민운동 현장을 누볐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되고 2014년 재선에 성공한 박 시장은 야권의 주요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힌다. 탄탄대로를 달리던 박 시장은 지난 5월 28일 19세 청년의 목숨을 앗아간 구의역 사고로 위기를 맞았다. ‘사람 중심’을 강조해온 서울시 한복판에서 그런 일이 발생한 데 대한 분노와 항의, 실망이 순식간에 시민들 사이에 번져갔다. 시민운동가 시절 박 시장은 늘 권력과 행정의 책임을 물었다. 이번 사고는 박 시장이 책임질 줄 아는 온전한 행정가이자 정치가가 될 수 있는지를 판별하는 시금석이다. 그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 박 시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20일과 이에 앞선 7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실에서 진행됐다.

―시간이 다소 흘렀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구의역 사고와 관련해 사과도 했고 대책도 내놨는데, 꼭 하고 싶은 말이 남아 있나.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 늘 사람 중심 도시를 강조했는데 바닥에서는 잘 안 이뤄졌던 거다. 인간 중심의 새로운 서울시를 만들겠다고 결심에 결심을 거듭했다.”

―요즘 개헌론이 많이 일고 있다. 정리된 생각이 있나.

“오래전부터 개헌에 대해 생각해 왔다. 책을 쓸까 준비했던 적도 있다. 민주화에 따른 사회적 타협의 산물로서의 ‘87년 체제’는 바뀌어야 한다. 말하자면 몸은 고등학생이 됐는데 초등학교 책걸상을 갖고 지내는 격이다. 개헌은 우리 사회에 닥친 큰 위기를 탈출하는 모멘텀이다. 분권과 자치, 협치와 상생, 혁신과 변화의 정신을 개헌에 담아내야 한다.”

―권력구조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돼야 하나.

“분권과 자치는 국회와 대통령 간의 권력배분을 담아내는 것이다.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제왕적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지방정부에도 넘겨주고, 국회에도 넘겨주고, 일반 사회에도 넘겨주고, 민간에도 넘겨주고 그러자는 것이다.”

―그럼 권력구조로만 보면 내각제나 이원정부제를 선호하는 건가.

“여러 가지 디테일한 논의가 있을 수 있다. 우리 국민은 정치 안정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그런 가치로 볼 때 과연 의원내각제로 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 국가의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볼 때는 대통령 5년 단임제라는 것이 가져오는 한계가 있다.”

―영남권 신공항 발표가 났다. 뭐가 필요한가.

“앞으로가 중요하다.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말 깊이 있는 토론과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정부의 조선·해양 산업 구조조정 내용은 어떻게 평가하나.

“문제가 심각하다. 가장 중요한 건 transparency(투명성)와 accountability(책무성)이다. 구조조정이라는 게 기업 경영진이 국민과 정부 다 속이고 부실경영했는데 그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 공감받기 어렵다. 소수의 경영자 잘못으로 거대한 세금이 투입되고 거기에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은 말하자면 해고되는 운명에 처한 건데.”

―산업구조 전반의 개편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위기가 기회일 수 있다. 핵심은 원천기술 개발에 있다. 우리 사회 모든 분야가 탈바꿈할 시기다. 거대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술투자와 최고인력 양성 이런 것들이 이뤄져야 한다. ‘실패’까지도 축적함으로써 일어나는 새로운 어떤 설계, 특정 산업을 넘어 사회 전체의 변화가 필요하다.”

―구조조정 사태까지 온 것에 대해 경영진, 종업원, 채권자가 공동으로 고통분담 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나.

“정의와 관련된 명언 중에 ‘각자의 몫은 각자에게’라는 게 있다. 경영진이 분식회계 이런 걸 통해 경영을 잘못해 발생한 것인데 잘못 없는 많은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건 안 된다.”

―내년에 정권교체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하나.

“그렇게 본다.”

―현 3당 체제 대권 후보 경쟁으로 가도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보나.

“그렇게 보지 않는다. 총선에서는 국민이 분명 야권에 힘을 실어줬지만 분열된 상황에서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 대권 후보를 단일화해야 한다.”

―시장은 언젠가 ‘유엔 결의문의 정신이 지켜져야 한다’고 얘기한 일이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 행보를 겨냥한 말인 것 같은데.

“꼭 그렇지는 않다.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다 뭐….”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와 각별한 인연이 있지 않나. 자주 보나.

“(공적 행사에서) 자주 뵙는데 개별적으로는 자주 못 봤다.”

―안 대표가 2011년 서울시장 보선 당시 야당 후보직을 양보했다. 그에 대한 부채의식은 없나.

“그건 뭐, 이미 전에 다…하하하.”

―국무회의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서 뭘 느꼈나.

“역시 협치가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예를 들어 지난번 서울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오픈하는데 서울시장을 안 부르더라. 다른 지역 17군데에서는 광역단체장 다 불렀는데 나만 안 부른 거다. 대한민국의 핵심은 서울시 아닌가. 서울시를 빼고 어떻게 서울에서 창조혁신이 일어나나. 이것이 오늘날 이 정부와 청와대의 생각이다. (대통령은) 서울시장이 잘되는 것을 못 보는 거다. 나는 탄압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고도 어떻게 나라가….”

―국무회의장이 아니고 대통령 볼 기회는 있나. 만날 용의는.

“나는 정말 뵙고 싶다. 국무회의에 가서 형식적으로 메모만 적는 것이 아니고. (시청서 청와대까지) 10분이면 가는데 대통령이 한 번 불러주시면 안 되나. 여러 차례 요청했다. 상의할 것도 많다. 그런데 아직 한 번도….”

―경제가 위기다. 저성장과 위기의 원인이 뭔가.

“추수형 경제, 추격형 경제로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 될 정도로 성공했지만 거기서 멈춰 있다. 정부가 기술혁신형, 창조경제형, 혁신기반형 경제와 정책을 이끌만한 부분을 굉장히 소홀히 했다.”

―결국 정치권이 할 일이다. 정치권의 가장 큰 문제가 뭔가.

“당파적 입장을 넘어서서 국민의 입장, 국가의 입장, 민족의 입장에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뀌고. 이렇게 지속가능성 없이는 국가의 미래가 없다. 보수와 진보, 여야가 서로 다르지만 합의할 수 있는 게 정말 많다고 생각한다. ”

―그러기 위해 뭐가 필요한가.

“시스템과 의지다.”

―시스템과 의지의 문제, 비단 서울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정에도 대입되는 얘긴가.

“제가 시민운동을 오래 했고 시민과의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 부분은 지방정부, 중앙정부, 기업, 민간단체 모두에 해당한다.”

―1000만 서울 시정을 이끌고 있다. 기회가 주어지면 5000만 대한민국을 이끌 국정운영 구상을 하고 있나.

“서울시가 하면 전국의 도시들이, 심지어 중앙정부까지 따라온다. 서울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모델도시가 돼 왔다. 그런 측면에서 서울시 정책을 잘하는 것, 일단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확장하면 전국화하는 건데….”

―직접적으로 묻겠다. 내년 대권에 도전할 기회가 온다면.

“하겠다는 분들이 워낙 많아서. 가만히 앉아있으면 기회가 주어지겠나. 서울시장으로서 임기 동안 열심히 서울시를 챙기는 게 중요하다고 다짐했다.”

―서울시장 임기가 내년 대선 이후인 2018년 6월까지다. 임기를 끝까지 마치겠다는 뜻인가.

“시장으로서의 책무가 없다면 자유롭게 상상하고 행동하겠지만…지금은 내 앞에 떨어진 일을 열심히 할 거다. 대권 도전 요구도 있지만 그건 그때 일이고.”

―정치가의 덕목은 뭘까.

“첫째 시대를 읽는 통찰력, 둘째 강력한 추진력, 셋째 갈등 조정 능력이다.”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뭐니뭐니해도 ‘민생과 경제’가 중요하다. 그 핵심은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돼야 한다.”

―2019년까지 협동조합을 8000개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협동조합에 왜 그렇게 열심인지 궁금하다.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게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경제 조직이다. 미국도 유럽도 그렇게 하고 있다. 안 할 이유가 없다.”

―협동조합 조직이 ‘박원순 대권조직’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렇지 않다. 정치평론가들 얘기다.”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천막은 계속 허용할 생각인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게 있다. 수습되지 않은 분이 계시고. 조금 더 위로받게….”

―시장에 취임한 지 4년 9개월이 됐다. 시정을 자평한다면.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물량 중심, 하드웨어 중심, 물질 중심의 시대였다면 인간 중심, 소프트웨어로의 전환, 지식 고도화 중심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인터뷰 = 허민 정치부 선임기자

정리=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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