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 전 '방관자 효과', 모티브 사건은 '뉴욕타임스' 왜곡보도

2016. 6. 30. 16:5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38명이 목격하고 신고 안한 살인 사건
남동생 12년 추적 결과 NYT 왜곡보도
미국서 3일 다큐멘터리 <목격자> 개봉

1964년 3월14일치 <뉴욕타임스> 기사. 28살 여성 키티 제노비스가 살해되는 걸 목격한 37명(이후 38명으로 수정)이 신고도, 돕지도 않았다는 보도로, 심리학에서 ‘방관자 효과’ 혹은 ‘구경꾼 효과’의 대표적 사례로 언급되지만 남동생 빌 제노비스가 12년간 추적한 결과 왜곡 보도로 드러났다. 이를 다룬 다큐멘터리 <목격자>가 미국에서 지난 3일(현지시각) 개봉됐다. <뉴욕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살인을 본 37명이 경찰에 전화하지 않았다.”(이후 37명을 38명으로 업데이트)

1964년 3월14일 미국 <뉴욕 타임스> 1면 하단에 실린 기사 한 편이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전날 새벽 3시30분께 약 30여분간 뉴욕 퀸스의 한 아파트에서 28살의 키티 제노비스가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려 숨졌는데, 이웃 38명이 이를 목격하고도 경찰에 신고하거나 돕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키티가 처음 공격을 받은 뒤 누군가 ‘그녀를 혼자 내버려두라’고 소리쳐 범인 윈스턴 모슬리가 도주했었는데, 그 뒤 아무도 키티를 도우러 나오지 않는 바람에 범인이 다시 나타나 키티를 흉기로 난자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이 기사는 심리학에서 ‘방관자 효과’ 혹은 ‘구경꾼 효과’로 불리는 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된다. 목격자가 많을수록 책임감이 분산돼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게 된다는 얘기다.

29일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현대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살인 사건 중 하나의 진실을 파헤친 키티의 남동생 빌 제노비스의 인터뷰를 토대로 “모두가 그 사건을 잘못 알고 있다”고 보도했다. 911 긴급전화가 창설되는 데 큰 영향을 미쳤고, 미국에서만 100여개 교재에 소개될 정도로 수많은 심리·사회학자들이 연구해 온 ‘방관자 효과’의 모티브가 52년 전 <뉴욕 타임스>의 ‘왜곡 보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빌은 2004년부터 키티 제노비스 사건의 진실을 추적했고, 그 결과는 ‘반전’이었다. 사람들이 잠든 새벽 3시30분께, 애초 38명이나 되는 목격자는 없었다. 범인이 처음 키티를 흉기로 공격하는 걸 본 주민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피해자의 비명 소리를 들은 몇몇 주민들은 가정폭력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최소 2명의 이웃은 경찰에 신고 전화를 했다. 특히, 소피아 파라르라는 여성은 키티를 도우러 뛰어 내려왔고, 키티가 숨질 때 그녀를 안고 있었다. ‘도시의 무관심’을 주제로 쓰여진 <뉴욕 타임스>의 보도에는 이런 내용이 한 줄도 언급되지 않았다.

빌은 2004년 다큐멘터리 감독 제임스 솔로몬과 함께 사건 당시 <뉴욕 타임스>의 시티 에디터이자, 마틴 갱스버그 기자가 사건의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에이 엠 로젠탈을 인터뷰했다.

로젠탈은 ‘도대체 38명이 어디서 나온 숫자’냐는 빌의 질문에, 조소하듯 답했다. “나는 거기에 38명이 있었다고 신에게 맹세할 수 없다. 어떤 사람은 그곳에 (목격자가) 더 많았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더 적었다고 말한다”며 “무엇이 진실이냐, 전세계 사람들이 그 사건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고 (중략) 나는 그것(보도)이 한 일이 기쁘다.”

미국에서는 지난 3일 이 사건의 진실과 <뉴욕 타임스>의 왜곡 보도를 파헤친 솔로몬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목격자>가 개봉됐다. 키티가 숨진 지 52년, 빌이 진실을 좇은 지 12년, 사건을 왜곡한 로젠탈이 사망한 지 10년, 범인마저 세상을 떠난 지 두달 만이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이정현, 세월호 보도 KBS국장에 “대통령이 봤다” 압박
[영상] 조응천 “예우받은 전관 있는데 예우해준 현관 어딨냐”
“‘교육부가 EBS 통제’ 한선교 발언, 기념비적 망언”
[화보] 로이터가 기록한 세상의 모든 드라마
[화보] ‘나는 누구일까요?’ 정치인들의 어린 시절

▶ 발랄한 전복을 꿈꾸는 정치 놀이터 [정치BAR]
▶ 콕콕 짚어주는 [한겨레 카드뉴스][사진으로 뉴스 따라잡기]
▶ 지금 여기 [환자 만들어내는 실손보험][한겨레 그림판][2030 플랜Z]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