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반 애들 낮잠 깨워 보내느라.. 종일 혼란"
"'맞춤형 보육' 시작하긴 한 건가요?"
맞춤형 보육 제도가 시행된 첫날인 1일, 본지 취재진이 찾은 어린이집들은 혼란에 빠진 모습이었다. 서울 동대문구의 S 어린이집 원장은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공식 공문을 받은 적 없다"며 "제도가 시작되긴 했느냐"며 되물을 정도였다. 맞춤형 보육은 어린이집 0~2세반 영아를 하루 12시간 이용하는 '종일반'과 하루 6시간 이용하는 '맞춤반'으로 이원화해 필요에 맞게 이용토록 하는 제도다. 보건복지부는 "1일부터 전국 4만2000여 어린이집에서 맞춤형 보육 제도가 일제히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행 하루 전에야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는 다자녀 기준 완화 방침을 담은 최종 발표가 나오는 등 급작스러운 제도 시행으로 보육 현장 곳곳에서 "혼란스럽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울음 터진 맞춤반 어린이
특히 맞춤반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6시간 돌봄(월 15시간 보육바우처 별도로 사용 가능)을 기본으로 하는데 귀가 시간을 둘러싸고 혼란이 컸다. 어린이집에선 대개 오후 1~3시 아이들 낮잠을 재우고 오후 3시 30분 전후해 오후 간식을 먹인다. 그런데 오후 3시에 맞춤반 아이를 귀가시키려면 낮잠 자던 아이를 중간에 깨우고 간식도 못 먹인 채 집에 돌려보내야 한다는 게 어린이집 설명이다. 실제로 시행 첫날 '칼같이' 오후 3시 아이들을 귀가시킨 어린이집에선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서울 관악구 G어린이집 보육 교사들은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분홍반'(1세 반)에서 유일한 맞춤반 아이인 김민지(가명·27개월)양을 깨우기 시작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종일반 아이들도 하나둘 눈을 떴다. 어머니 최모(36)씨가 "오늘부터는 집에 일찍 가야 한다"며 아이를 친구들로부터 떼놓자 민지는 결국 '앙' 울음을 터뜨렸다.
부모들에게 "맞춤반 아이들은 일찍 귀가시켜달라"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해 당분간은 추가 보육바우처를 안 쓰더라도 오후 4~5시까지 종일반 아이들과 함께 돌보겠다는 어린이집도 많았다. 서울의 M 어린이집 원장은 "아이들 생활 습관이 오후 3시까지 낮잠 잤다가 오후 간식까지 먹는 걸로 길들었는데, 어떻게 하루아침에 바꾸겠느냐"며 "더구나 맞춤반이라고 간식 안 주고 내보낼 수도 없지 않으냐"고 했다. 어린이집 문 앞에 '오늘부터 맞춤반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한다'고 공지한 서울 J 어린이집 원장은 "당분간은 오후 3시 넘어도 아이를 봐줄 것"이라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어린이집 맞춤반 돌봄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4시 등처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면서 "어린이집에 밉보일까 걱정하지 말고 부모들이 적극 나서 어린이집과 협의해야 한다"고 했다.
◇종일반 아이는 되레 일찍 하원
정부는 "맞춤반은 일찍 귀가해 부모와 애착 관계 시간을 늘리고, 종일반은 눈치 보지 않고 어린이집에 늦게까지 남아 맞벌이 가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맞춤형 보육을 설명해왔다. 하지만 시행 첫날부터 제도가 취지대로 잘 이행될지 의심되는 사례가 나타났다. 0~2세반 영아 20명이 다니는 서울의 S 어린이집엔 원래 오전 9시부터 와야 할 '맞춤반'(오전 9시~오후 3시) 아이가 오전 8시 30분에 가장 일찍 왔다가 오후 5시에야 귀가했다. 반면 오후 7시 30분까지 어린이집에 남을 수 있던 '종일반'(오전 7시 30분~오후 7시 30분) 아이들은 예전 그대로 오후 3시 25분부터 도우미, 할머니 손을 잡고 우르르 빠져나갔다. 오후 6시쯤에 어린이집이 텅 비는 현상은 '맞춤형 보육' 시행 이전이나 시행 첫날이나 크게 바뀐 게 없었다.
복지부는 "맞춤형 보육 제도가 시행 첫날 현장에서 큰 불만 없이 잘 운영된 것으로 파악했고, 초기 혼선은 금세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린이집들은 "정부가 현장을 너무 모른다. 맞춤형 보육은 허점이 너무 많은 상태로 시행됐다"고 했다.
☞맞춤형 보육
어린이집 0~2세반 영아를 하루 12시간 이용하는 '종일반'과 하루 6시간 이용하는 '맞춤반'으로 이원화해 필요에 맞게 이용토록 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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