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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주무른 청와대.. 분노한 광화문 촛불들

유성애 입력 2016. 07. 02. 22:44 수정 2016. 07. 02.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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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정부서울청사 앞 '세월호 가족협의회 국민촛불'.. "투쟁은 계속"

[오마이뉴스 글·사진:유성애, 편집:김지현]

 2일 오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416 가족협의회 농성보고 국민촛불'이 열렸다.
ⓒ 유성애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416 가족협의회 농성보고 국민촛불'이 열렸다. 사진은 광화문 세월호 분향소에 휘날리는 세월호 미수습자들 얼굴 그림.
ⓒ 유성애
'장막을 걷어라 / 나의 좁은 눈으로 / 이 세상을 떠보자
창문을 열어라 / 춤추는 산들바람을 / 한 번 또 느껴보자
울고 웃고 싶소 / 내 마음을 만져 주오 / 나는 행복의 나라로 갈테야….'

가수 한대수 원곡 <행복의 나라로>가 하늘에 울려 퍼졌다. 노란 옷을 입은 세월호 유족 70여 명은 노래 박자에 맞춰 손을 흔들었다. 이후 청중 앞에 선 한 유족 아버지는 "제게 '행복의 나라'는 세월호 인양이 제대로 되고, 특조위가 끝까지 진상 규명하는 나라"라면서 "언젠가 죽는 날 아이를 만나 떳떳해지고 싶다, 진실 밝히는 날까지 여러분 꼭 함께해 달라"고 울먹였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모인 4·16가족협의회는 2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416 가족협의회 농성보고 국민촛불'을 진행했다.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이날 정부청사에는 유가족들을 포함해 약 300명이 모였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박주민·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도 함께했다.

 2일 오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416 가족협의회 농성보고 국민촛불'이 열렸다. 사진은 세월호 유가족들 모습.
ⓒ 유성애
4·16연대와 4·16가족협의회는 이날 '국민촛불'에서 지난 6월 25일 시작된 가족협의회 농성에 대해 보고하고, 향후 계획과 결의를 발표했다. "일단 정부청사 앞 농성은 종료하지만, 투쟁은 계속된다, 다음 주부터 시민·종교단체들과 협의해 세월호 특별법 개정 및 세월호 온전한 인양을 촉구, 특조위 강제 종료를 막는다"는 것이 이들 계획의 요지다.

세월호 유족 및 시민들은 앞서 정부가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법정 종료기한이라고 본 6월 30일 밤부터 '특조위 강제중단 저지'를 주장하며 정부청사 앞에서 국민촛불 대회를 시작했다. 다음 날인 1일 이른 오전에는 특조위 사무실 앞에 모여, 출근하는 특조위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관련기사: "진실규명 그날까지" 특조위 출근길에 유가족들 눈물).

"특위 해산? 이승만 정부 외에는 전례가 없다"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은 "정부가 억지라는 걸 알면서도 특조위를 막으려 한다"라면서 "과거 이승만 정부가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를 무력으로 해산시킨 것 외에는 특위를 해산시킨 전례가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 위원은 "그보다 중요한 건, 정부가 언론 보도를 통제하는 '반헌법 행위'를 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의 보도 통제는 대한민국 헌법 21조에 명시된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검열 금지 등 조항을 어긴 것이다, 명백한 위법 행위"라는 설명이다.

이는 지난 6월 30일 오후 공개된 '세월호 참사 직후 청와대-KBS 간 녹취록'을 가리킨다. 여기에는 "하필 (대통령이) KBS를 봤네, 한 번만 도와주시오"라며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현 새누리당 의원)이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정부 비판적 보도를 빼달라고 종용하고 읍소하는 육성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 청와대의 세월호 보도통제 폭로 6월 30일 오후 서울 중구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청와대의 세월호 보도 통제 증거 공개 언론단체 기자회견'이 열렸다(사진).
ⓒ 권우성
한 야당 의원은 이를 '제2의 보도지침 사건'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녹취록 공개 초기 "통화가 지나쳤다, 부덕한 나의 불찰"이라며 잘못을 인정하는 듯했던 이정현 의원은 1일 태도를 바꿔, 기자들에게 "언론에 협조를 구하는 게 홍보수석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이와 관련한 청문회까지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유경근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날 때까지 특조위 임무는 계속되는 것이다, 세월호 선체가 인양되면 특조위가 반드시 직접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법 개정은 국회에서 당연히 의결해야 할 일, 정부가 마치 선심 쓰는 양 연장해 주고 말고 할 일이 아니다"라는 그의 말에 청중은 박수로 화답했다.

촛불 문화제는 3시간 가까이 진행돼 10시께 끝났다. 마지막은 참가한 시민들과 유가족들이 함께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문화제 종료 이후 유가족들은 시민들과 악수하며 "고생하셨다",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인사했다. 유족 중 일부 어머니는 참여한 시민들을 껴안고 "와주셔서 고맙다"며 다독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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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지망생 일침 "KBS조차 통제당하면 뭘 믿어야 하나"
 촛불대회 전인 오후 5시께 광화문 세월호 분향소 앞에서는 즉흥 공연도 펼쳐졌다. 극단 체로의 모습.
ⓒ 유성애
 언론인 지망생이라는 민선홍(사진)씨는 최근 청와대-KBS 보도통제 논란을 보며 "앞으로 기성 뉴스를 통해 제가 알고 싶은 뉴스를 그대로 알 수는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유성애
'촛불대회' 직전인 오후 5시께 광화문 세월호 분향소 앞에서는 즉흥 공연도 펼쳐졌다. 극단 '체로'가 진행한 플레이백씨어터(playback theatre) '별별 사람의 별별 이야기'다. 관객이 이야기꾼(teller)으로 참여해 세월호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였고 자신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말하면, 연기자들이 이를 듣고 2~3분의 짧은 즉흥극으로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시작 초기 10여 명에 불과했던 참가 시민들은 즉흥극이 진행되는 동안 점점 늘어나 40여 명에 이르렀다. 광화문 분수대에서 놀다가 궁금해서 들어왔다는 10살 초등학생들, 손녀 유모차를 끌고 함께 온 흰머리 할아버지, 촛불대회를 위해 대구에서 왔다는 젊은 남녀 커플 등 다양한 시민들이 함께했다.

이날 자리에는 노란 리본을 가방에 단 민선홍(20, 경희대 사회학과 1학년)씨도 참여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중 다수인 단원고등학교 학생들과 같은 나이다. "그때(4월 16일) 며칠 뒤 우리 학교도 수학여행을 갈 예정이었다, 그게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돼 남 일 같지가 않았다"라고 말했다.

언론인 지망생이라는 민씨는 최근 청와대-KBS 보도통제 논란에 대해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KBS는 국민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다, 국민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데 그런 녹취록 내용이 나오는 걸 보고 크게 실망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정부 정책을 견제·감시해야 할 방송이 정부와 긴밀히 연결돼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민씨의 말이다.

"언론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이며, 최후의 최후까지 시민들 의견을 반영해 민주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종합편성 채널도 아니고, 공영방송 KBS 정도면 한국 방송국 중 거의 최상위급 아닌가요? 그런 KBS 방송국조차 통제당하는 걸 보면서, 앞으로 기성 뉴스를 통해 제가 알고 싶은 뉴스를 그대로 알 수는 없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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