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중앙일보

청와대국회 이전 VS 기본소득제, 여론과 민심이 맞닿다.

최정묵 입력 2016. 07. 04. 08:47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행정부는 국민의 재산과 소득을 감안하고, 불균형적인 분배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재분배 정책을 추진한다. 재분배 정책은 형태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진보 정부이던 보수 정부이던 관계없이 추진된다. 이제는 이러한 이념적 차이마저도 큰 의미가 없다. 재분배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정책능력의 차이만 존재할 뿐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수도권 과밀과 지역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1977년 행정수도 이전계획을 세웠지만, 실천하지 못했다. 사반세기가 지난 2002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신행정수도건설 공약은 2012년 7월 법적 공방과 정치적 우여곡절 끝에 세종특별자치시로 정식 출범한다. 그리고 같은 해인 2012년 12월 대선에서 야권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복지확대에 대한 인식이 깨진다. 문재인 후보뿐만이 아니라 당시 여권의 박근혜 후보도 무상보육과 4대 중증질환 100% 국가부담 및 65세 이상 전 국민에 대한 기초연금 지급실시를 전면에 내세웠다. 재분배정책 추진의 전제조건에 정책적 효과와 더불어 정치적 성과라는 이슈가 하나 더 붙는다.

국민이 신행정수도건설과 같은 지역적 근대적 재분배 정책을 더 선호하는지 아니면, 특정집단 또는 모두를 대상으로 한 계층적 탈근대적 재분배 정책을 더 선호하는지는 정책추진여부에 보다 현실적인 영향을 미친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두 가지 방식의 재분배 정책은 다시 한 번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 너무나도 분명해 보인다.

2016년 6월 전국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핸드폰과 집 전화를 이용하여 여론조사(ARS)를 실시하였다. 두 가지를 질문했다. 첫째,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하는지’를 물었다. 공감한다는 여론(49%)과 공감하지 않는다는 여론(48%)이 팽팽히 맞섰다. 이번에는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생계비의 일부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기본득제 정책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하는지’를 물었다. 오차범위 안에서 공감하지 않는다는 여론(51%)이 공감한다는 여론(47%)보다 조금 앞섰다.

특히 기본소득제와 관련된 조사결과는 흥미로웠다. 기본소득제를 좌파정책, 이념정책이라고 비판할법도 한 ‘60세 이상’에서 기본소득제에 공감한다는 여론(48%)과 공감하지 않는다는 여론(49%)이 거의 같게 나타났다. 반면에 공감여론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진보층 중에서도 자유주의적 진보성향을 띄는 ‘소극 진보’층에서 여론(공감 49%, 비공감 49%)이 팽팽하게 나타났다. 필자의 기억에 아직까지 국내선거는 경제투표가 정치투표를 넘어선 적이 없다. 하지만 또 하나 분명해 보이는 사실은 경제투표에 대한 요구는 계속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세종시에 청와대와 국회를 이전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고, 이해찬 의원이 국회분원을 세종시에 설치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이 청년배당 정책을 시작으로 기본소득제 이슈를 국내에 상륙시킬 태세다.

두 질문 모두에서 무응답층은 불과 2~3%였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구조화되고 누적되어 국민적 허탈감과 분노는 일상화되어 있다. 여론조사결과로 보았을 때, 지금은 여론과 민심이 맞닿아 있는 시기다. 심해의 찬 물과 수면 위의 더운 물이 만나고 북서풍과 남동풍이 만나, 큰 조류를 만들고 강한 바람과 비가 내리게 하는 시기다. 때문에 2017년 대통령 선거는 이전보다 더 크고 더 센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시기가 될지도 모른다. 어떤 재분배정책이 더 효과적이고 국민들이 더 선호하는지 지금부터 충분한 공론과정이 필요하다.

최정묵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Copyrightⓒ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