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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차 KBS 기자들 "이정현 보도 0건, 비웃음만 샀다"

김도연 기자 입력 2016. 07. 08.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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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보도본부 34기, 42기 기자들도 잇딴 이정현 녹취록 무 보도 비판 "기계적 균형 지킬 의지도 없다"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의 정부 비판 보도에 개입한 것이 드러난 가운데, KBS 기자들이 ‘이정현 녹취록’ 무(無)보도에 항의하는 성명을 연이어 내고 있다.

KBS 보도본부 34기 기자(입사 9년차) 26명은 8일 오후 KBS 사내 게시판에 “청와대 보도 통제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온 국민이 알고 있지만 KBS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국민들의 비웃음만 사고 있다. 최소한의 기계적 균형을 지키려는 의지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비겁한 침묵이 길어질수록 국민의 분노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지금 KBS는 비난의 화살을 다른 쪽으로 돌리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것도 모자라 내부의 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데만 집중하는 행태는 더욱 처참하다”며 “KBS 기자로서 우리가 언제까지, 얼마나 더 부끄러워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이는 KBS 보도본부 33기 기자들이 지난 7일 오전 “박통각하 우국충정, 몰라주니 서운하네”라며 시조 형식으로 게재한 성명을 사측이 삭제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 ‘이정현 녹취 폭로’ 주인공인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길환영 전 KBS 사장(왼쪽)과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오른쪽)이 KBS 보도와 인사에 개입해왔다고 폭로했다. (사진=미디어오늘, 연합뉴스)
입사 2년차인 42기 기자들 14명도 8일 성명을 통해 침묵하는 KBS를 비판했다. 이들은 ‘KBS방송제작가이드라인’, ‘실무자를 위한 KBS공정성가이드라인’에 나와 있는 문장만으로 성명을 작성했다.

이들은 “사실을 의도적으로 누락하는 일은 사실성을 훼손하는 교묘한 방법이면서 동시에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초래하는 길이 된다”(실무자를 위한 KBS 공정성가이드라인), “KBS는 방송의 자유와 방송에 대한 시청자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제작자들이 권력에 맞설 때나 개인적인 용기를 필요로 할 때 그들을 지지하고 보호해야 한다”(KBS 방송제작가이드라인)고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시민단체들이 공개한 ‘이정현 녹취록’에는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4월 21일과 30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KBS 해경 비판 리포트에 개입한 정황이 담겨 있다.

이 수석은 “뉴스 편집에서 빼달라”는 요구뿐 아니라 “다시 녹음해서 만들어 달라”며 김 국장을 압박해 보도 편집·편성에 개입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KBS보도본부 27기(2000년) 기자 18명이 5일 비판 성명을 냈고, 7일에는 33기 기자들이 시조 형식의 성명을 발표했다. 같은 날 오후 31기 기자들 47명도 기명 성명을 통해 청와대의 보도개입 사태 전말의 취재와 보도 제작을 간부들에 요구한 바 있다.

아래는 34기, 42기 기자들의 성명 전문이다.

34기 성명서

청와대 보도 개입, 언제까지 침묵 할 건가

청와대 보도 통제의 민낯이 드러났다.
온 국민이 알고 있지만 KBS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국민들의 비웃음만 사고 있다. 최소한의 기계적 균형을 지키려는 의지도 없다.
비겁한 침묵이 길어질수록 국민의 분노는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런데 지금 KBS는 비난의 화살을 다른 쪽으로 돌리기에 급급하다.
그것도 모자라 내부의 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데만 집중하는 행태는 더욱 처참하다. KBS 기자로서 우리가 언제까지, 얼마나 더 부끄러워야 하는가.

KBS 34기 기자 일동

강규엽 고순정 고은희 김경진 김도영 김민경 김재노 김진희 백미선 손원혁 신방실 양성모 유동엽 유승용 이정훈 장성길 정환욱 조세준 조정인 조지현 지형철 최경원 최만용 최재혁 한승연 허솔지 (이상 26명)

42기 성명서

‘가이드라인’ - 청와대 보도 개입 논란에 부쳐

KBS는 방송제작과 표현의 자유, 편성의 독립성을 국민과 시청자로부터 위임 받고 있다.

방송의 자유는 누구에게도 양보하거나 양도할 수 없으며 방송제작자는 이 방송의 자유라는 권리를 사려 깊게 사용하고 이를 침해하려는 모든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지켜내야 할 책임을 지니고 있다.

KBS의 제작자들은 편성의 독립, 제작의 자율성을 위해 내외부의 모든 부당한 간섭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며, 동시에 제작의 자율권만을 내세워 이를 오용하거나 남용하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KBS에 관한 논쟁적인 주제를 다룰 때는 정확하고 공정할 뿐만 아니라 적절한 균형성을 갖춘다.

사실을 의도적으로 누락하는 일은 사실성을 훼손하는 교묘한 방법이면서 동시에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초래하는 길이 된다.

KBS는 방송의 자유와 방송에 대한 시청자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제작자들이 권력에 맞설 때나 개인적인 용기를 필요로 할 때 그들을 지지하고 보호해야 한다.

시청자의 신뢰는 한번 훼손되면 좀처럼 회복하기 힘들다는 점을 방송제작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또한 시청자의 신뢰는 KBS 프로그램이 정확, 공정, 진실을 추구하고 실현할 때 쌓이는 것이다. 방송 제작자들은 이러한 가치를 끊임없이 추구해야 한다.

첫 문장 - KBS한국방송, <KBS 방송제작가이드라인>(2010), 제1장 KBS 방송의 규범, p.13. 두 번째 문장 - KBS한국방송, <KBS 방송제작가이드라인>(2010), 제1장 KBS 방송의 규범, p.13. 세 번째 문장 - KBS한국방송, <KBS 방송제작가이드라인>(2010), 제1장 KBS 방송의 규범, p.13. 네 번째 문장 - KBS한국방송, <실무자를 위한 KBS 공정성가이드라인>(2015), 제2장 일반준칙, p.43. 다섯 번째 문장 - KBS한국방송, <실무자를 위한 KBS 공정성가이드라인>(2015), 제2장 일반준칙, p.31. 여섯 번째 문장 - KBS한국방송, <KBS 방송제작가이드라인>(2010), 제1장 KBS 방송의 규범, p.14. 일곱 번째 문장 - KBS한국방송, <KBS 방송제작가이드라인>(2010), 제1장 KBS 방송의 규범, p.15.

2016년 7월 8일

42기 기자

권준용 김민정 김범주 김수연 김수영 김채린 문영규 박상욱 윤봄이 이제우 이지윤 이지은 정유진 하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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