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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인구절벽' 코앞에 닥쳤는데.. 출산장려 지원책은 오락가락

입력 2016. 07. 10.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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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미래 달린 중대사 / 육아 환경부터 만들어야
“다들 손 소독하시고요, 가운 챙겨 입으세요.” 지난달 29일 10여명의 임신부들이 하얀색 위생 가운과 마스크로 ‘무장’한 채 서울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 내 산후조리원에 줄지어 들어섰다. 임신부들은 직원의 안내에 따라 신생아를 돌보는 간호사들의 모습은 물론 식당, 좌욕실 등의 청결 상태를 꼼꼼히 둘러보았다. 이미 아이를 낳고 입실한 산모들은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각 방에서 모유 수유를 하거나 회복을 위해 황토방에서 찜질을 하고 있었다. 

이곳은 서울 송파구가 2년여 전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공공산후조리원이다. 사용료는 서울지역 산후조리원 평균가격(2주 기준, 293만원)보다 100만원 이상 저렴하지만 시설이나 관리상태는 민간업체에 못지않다. 특히 산후조리뿐만이 아니라 태교미술치료와 임산부 운동교실, 이유식 교실 등을 운영하는 등 임신부터 육아 모든 과정을 돌보는 종합시설로, 지역 내 임신부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날 센터를 찾은 임신부 김정미씨는 “공공산후조리원으로 출산 비용이 예상보다 훨씬 줄게 돼 안심”이라며 “센터로부터 여러 교육과 지원을 받으면서 출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매년 7월 11일을 ‘인구의 날’로 지정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출산율은 좀처럼 상승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도 당장 내년부터 ‘인구절벽’이 현실화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은 저마다 출산장려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에서 임신부들이 산후조리원 시설을 둘러보고있다.
송파구 제공
◆지자체, 출산장려정책 놓고 ‘골머리’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달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수준인 3만4900명에 불과했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출산가능한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자녀수)이 1.24명을 기록하면서 정부가 2020년 목표로 세운 합계출산율 1.5명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설령 2030년까지 출산율 2.1명을 달성한다 하더라도 ‘인구절벽’은 돌이킬 수 없는 현상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지방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고용정보원의 ‘한국의 지방소멸에 관한 7가지 분석’ 보고서는 전국 지자체 중 80곳을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했다. 이들 지역은 아이를 낳을 젊은 여성(20∼39세)들이 많지 않아 30년 내로 다른 지역과 통폐합되는 등 지도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이 때문에 각 지자체는 출산율을 올리기 위한 방안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중앙부처 공모사업을 할 때 출산율이 높은 지자체에 가산점을 주기로 한 정부와 새누리당이 올 초 합의한 방안이 실제로 추진된다면 지자체 간 ‘출산율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세종시는 올해 핵심과제로 ‘아이와 여성이 살기 좋은 대표도시’ 사업을 선정해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출산가정에 건강관리사를 지원하는 ‘맘 편한 우리 집 산후조리 제도’를 전국 최초로 도입해 시행 중이다.

2012년부터 3년째 합계출산율 전국 1위를 차지한 전남 해남군은 지난달 보건복지부 분만 취약지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분만 산부인과를 유치하는 성과까지 이뤘다. 그동안 이 지역 임신부들은 출산이 임박하면 광주광역시나 인근 목포의 분만 산부인과를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또 군은 산모에게 쇠고기와 육아용품, 태교음악 CD 등도 지급한다.

전남 완도군은 올해부터 셋째아의 출산장려양육비를 1000만원에서 1300만원으로 높이고, 셋째 이상 출생 때는 돌맞이 축하금 50만원을 주는 조례를 제정했다.

◆‘오락가락’ 경제적 지원 정책 대다수

그러나 대부분 지자체의 정책이 출산장려금과 같은 경제적 지원에 집중돼 있는 데다 이마저도 지급 조건 등이 일관성이 없어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천시 계양구는 이달부터 셋째아이를 낳은 가정에 이전보다 200만원 오른 30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넷째∼다섯째 아이를 낳은 가정에 대한 지원금도 각각 200만원과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크게 올렸다. 이 때문에 7월 전에 아이를 낳은 다자녀 가정 부모들은 갑작스러운 장려금 확대에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6월 30일에 셋째아이를 낳으면 100만원을 받고 7월1일에 셋째아이를 출산하면 300만원을 받게 된다며 ‘소급적용’을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재정 부담 탓에 관련 예산을 아예 없애거나 줄여 문제가 되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광역시 중 최초로 출산장려금 정책을 도입한 인천시는 재정난을 이유로 올해 지원을 중단했다. 인천시는 2014년 출산장려금 지급액이 149억원을 기록하자 지난해 둘째 출산 가정에 대한 지원을 없애고, 셋째 이상 출산 가정에만 100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지원 대상을 축소했다가 올해부터는 아예 제도를 없앴다.

이에 따라 인천 중구와 동구, 연수구, 계양구, 강화·옹진군만 자체적으로 예산을 확보해 장려금을 주고 있다.

이 같은 오락가락 정책에 인천 남동구에 사는 주부 정모(38)씨는 “셋째를 계획할 때는 시에서 100만원을 지원받는 줄 알았는데 정작 낳아보니 한 푼도 받지 못했다”며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으면서 ‘아이만 낳으라’고 외쳐대는 이 나라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경기도내 31개 시·군의 출산장려 예산은 2014년 376억6000만원에서 지난해 9월 기준 356억8000만원으로 19억8000만원이 줄었다. 수원과 성남, 용인, 안양, 평택 등 재정 상태가 비교적 좋은 16개 지자체는 출산장려 예산을 늘리거나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김포 등 15곳은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

◆“보육 및 일·가정 양립정책 등 중장기 지원 필요”

한성대 최분희 박사(행정학)는 “이러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감이 경제적 지원에 대한 정책 효과성을 낮춘다”며 “경제적 지원 정책은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발표한 ‘출산장려 정책수단의 효과성에 관한 실증적 연구’ 논문에서 “경제적 지원이 일시적인 기간의 혜택이라 미래를 바라보는 지원이 아니라는 점이 가임여성들에게 출산의지에 대한 긍정적 영향을 주지 못한다”며 “보육·교육서비스 지원과 일·가정 양립여건 조성 지원 등 장기적으로 계획할 수 있고, 출산 후 양육하면서 사회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3월 경기도 인구정책TF팀이 발표한 ‘경기도 인구변화-출생’ 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31개 시·군의 출산율과 셋째아이 양육수당·출산장려금의 상관계수(0.4 이상이면 상관관계가 있다고 봄)는 0.23으로, 경제적 지원정책이 출산율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여성의 고용률 등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보다 수십년 전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먼저 경험한 국가들도 보편적 보육서비스 지원과 여성 고용의 안정성을 높이는 정책들을 꾸준히 시행한 끝에 인구 증가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1990년대까지 대표적 저출산 국가였던 프랑스는 지난해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 12명을 기록하면서 아일랜드에 이어 유럽연합(EU)에서 두번째로 높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는 3세 이상 아동에게 무상으로 공보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전업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정 내 보육이나 시간제 보육 등이 제도화돼 있다.

EU 내 출산율 4위를 기록한 스웨덴에서는 육아휴직을 480일까지 쓸 수 있으며, 390일 동안 임금의 80%를 보장받는다. 특히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을 의무화해 남성의 육아 참여를 높여 여성의 부담을 크게 줄였다. 아울러 1990년대 이후 매년 국내총생산의 2% 이상을 보육 인프라에 투자하는 등 영유아 공보육서비스도 확대하면서 출산장려정책에 성공을 거뒀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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