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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편뉴스] "퇴근지각을 아시나요?" 직장맘의 독박육아

천금주 기자 입력 2016. 07. 11. 00:43 수정 2016. 07. 1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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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 외식업체의 지하철 광고 사진

여자 선배 중 독박육아이자 육아 독립군인 분들이 꽤 있습니다. 그 선배들의 일상은 대략 이렇습니다. 아침 5~6시 사이에 기상해 바글바글 된장찌개와 눌은밥를 끓입니다. 초등학생인 큰 딸의 가방을 보며 숙제와 준비물을 챙깁니다. 둘째의 어린이집 준비물도 꼼꼼히 챙기죠. 하나라도 빠지면 ‘엄마가 일해서 그런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니 신경이 곤두섭니다. 월요일에는 이불가방도 점검해야 합니다.

철야로 새벽에 귀가한 남편은 오전 6시에 맞춰둔 휴대전화 알람 소리에 오뚜기처럼 벌떡 일어납니다. 눈도 뜨지 못한 채 화장실로 향하는 남편이 측은해 커피를 준비합니다. 10분여 만에 출근준비를 마친 남편은 커피가 든 텀블러를 들고 조용히 집을 나섭니다.

이제 막 출근준비를 하려는 찰나, 아이들이 잠에서 깹니다. 칫솔을 입에 물고 밥상을 차립니다. 아이들이 아침을 먹는 사이 머리를 감으며 빨리 먹으라고 재촉합니다. 아이들이 씻는 동안엔 머리만 대충 말리고 오전 8시를 기점으로 집을 나섭니다.

일찍 문을 여는 어린이집을 먼저 들러 둘째를 맡깁니다. 항상 1등으로 등원하는 아이가 안쓰럽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첫째를 학교에 바래다주곤 전력 질주합니다. 출근시간을 30분이나 늦췄지만 항상 빠듯합니다.

헐레벌떡 회사에 도착하면 숨을 고르기도 전에 업무가 쏟아집니다. 간단한 것부터 복잡한 것까지 하나하나 처리하다보면 점심시간입니다. 밥을 대충 우겨넣고 학교 또는 어린이집 커뮤니티에 들어가 준비물과 숙제 등을 챙깁니다. 근처 문방구에서 준비물을 사거나, 근처 쇼핑몰에서 생필품을 구매합니다.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떨어진 물건들을 주문하기도 하죠.

오후 6시 땡. 칼 퇴근을 하고 싶지만 항상 10~20분 늦어집니다. 차 안에서 어린이집에, 또는 학원에 전화를 해 오늘도 ‘미안합니다’를 연발합니다. 직장맘들은 출근에만 지각이 있는 게 아니라 퇴근에도 지각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직장맘들은 퇴근지각을 자주합니다. 아무리 빨리 가도 7시 전에 집에 도착하긴 힘들기 때문이죠.

사진=tvN 드라마 '미생' 중 일부

퇴근 후 아이들을 데려와 저녁을 먹이고 씻기고, 숙제와 준비물을 챙기면 어느새 밤 9~10시가 됩니다. 아이들과 함께 잠자리에 눕지만 엄마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었던 아이들은 쉽게 자려 하지 않습니다. 조금 더 놀아 달라 조르죠. 전날 철야를 했던 남편은 접대로 오늘도 늦는답니다.

사진=tvN 드라마 '미생' 중.

“일찍 자지 않으면 키가 안 커! 언니가 못 돼!” 등등의 엄포를 놓아 간신히 재우고 나면 자정. 야근을 하지 않으려고 싸온 회사 일을 끄적이다 보면 새벽 1~2시가 훌쩍 넘습니다. 만취한 남편이 들어와 변기를 붙들고 요란한 소리를 내는 순간 아이들이 깰까 불안해하면서 고된 하루를 마칩니다.

선배는 말합니다.
독박육아, 육아 독립군, 육아 빼박이…
이 단어들이 전업맘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직장맘들도 아침‧저녁‧주말에 독박육아를 한다고 말이죠. 독박육아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 육아를 도맡아 하는 것을 말하는 신조어다. 육아 독립군도 비슷합니다.

직장맘들은 남편과 똑같이 출근하지만 육아와 가사에 대한 부담은 훨씬 높습니다. 통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죠. 맞벌이 부부의 가사 노동시간은 여성의 경우 하루 평균 3시간, 남성은 40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일‧가정 양립지표’에 따른 것으로 2014년 10월 기준으로 조사된 겁니다.

심리적인 부담도 그렇죠. 다음소프트가 지난 2011년 1월1일부터 지난달 21일까지 블로그와 트위터 등을 통해 ‘워킹맘’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워킹맘&스트레스’의 연관어 1위가 ‘아이’로 꼽혔습니다. 가정과 부부, 남편, 시간, 육아, 직장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맘카페에도 직장맘에 독박육아에 대한 하소연이 시시때때로 올라옵니다. “똑같이 출근하는 데 나만 왜 육아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회사에서 퇴근해서 집으로 출근하는 기분이다” 등의 내용이 많죠. 댓글에는 비슷한 처지의 직장맘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있습니다. 회사 업무만으로도 힘든데 그와 똑같은 비중의, 어쩌면 그보다 더한 크기의 업무를 해야 하는 직장맘들은 숨 쉴 구멍이 필요합니다.

◇맘(Mom)편 뉴스는 엄마의 Mom과 마음의 ‘맘’의 의미를 담은 연재 코너입니다. 맘들의 편에선 공감 뉴스를 표방합니다. 매주 월요일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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