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처 나향욱 징계수위 고민.."사석 발언 이유 파면 쉽지 않아"

이지현 2016. 7. 13.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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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유지 의무 위반 고위공직자 파면 사례 전무품위손상 작년 38명 파면..음주운전·성추행 사유법조계 "양정규정 넘어선 징계는 소송시 파기대상"

[이데일리 이지현 전재욱 기자] ‘민중은 개·돼지’ 등의 망언으로 국민적 공분을 산 나향욱(47)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국장)의 운명이 교육부에서 인사혁신처로 넘어갔다. 교육부는 13일 나 전 국장을 파면 조치하기로 하고 인사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했다.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 인사처는 처벌 수위를 두고 고민 중이다. 나 전 국장의 발언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어 교육부의 파면 결정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지만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최고수위 징계인 파면 결정을 내리는 것은 징계제도의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어서다. 품위손상을 이유로 파면당한 고위 공무원은 아직 전무하다.

◇고위 공직자 품위손상 이유 파면 전무

나향욱 교육부 전 정책기획관이 물을 마시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공무원징계령에 따르면 중앙징계위원회는 징계의결 요구서를 접수한 날부터 60일 내에 파면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나 전 정책관 징계가 최장 9월 13일까지 미뤄질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인사처는 이른 시일 내에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징계위는 오는 15일로 예정돼 있지만 나 전 정책기획관 징계안건을 상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관련규정상 징계 당사자에게 출석을 명할 때는 징계위 개최 3일 전까지는 출석 통지서를 보내야 한다. 피징계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인사처는 다음달 열릴 징계위를 앞당겨 개최하기로 했다.

인사처 관계자는 “사안이 중대한 만큼 오는 19일 징계위를 다시 열어 나 전 정책기획관의 징계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징계 사유다. 교육부는 공무원으로서 품위를 손상했다는 이유로 인사처에 나 전 국장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다.

인사처에 따르면 지난해 행정부 국가공무원 전체 징계자(2518명) 중 공무원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사람은 1397명(55.4%)이다. 절반이 넘는 수치다. 이 중 73%(1025명)는 감봉(28%)이나 견책(46%) 등 경징계를, 27%(정직(16%)·해임(6%)·강등(3%))의 중징계를 받았다. 품위손상을 이유로 파면당한 공무원은 38명으로 전체의 3%를 차지했지만 모두 일반 공무원이다. 이들은 모두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와 성추행 건으로 파면당했다.

파면처분을 받으면 우선 공무원 신분이 박탈된다. 퇴직급여와 퇴직수당이 줄고 파면을 받은 후 5년 동안은 공무원 임용에도 제한을 받는다. 연금 수령이 불가능해 그동안 본인이 낸 만큼의 공무원 연금만 돌려받을 수 있다.

◇ 법조계 “사석 발언 이유 파면 쉽지 않아”

인사처 안팎에서는 징계위가 파면 외에 다른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징계수위를 낮출 경우 분노의 화살이 인사처를 향할 게 뻔하다.

그러나 사석에서의 발언을 이유로 한 파면결정은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향후 나 전 국장이 행정소송에 나설 경우 징계수위가 낮춰질 가능성이 있다. 행정소송에 앞서 소청심사위원회에 징계수위가 적정한지 재검토를 요구할 수도 있다. 공무원은 잘못된 징계나 불리한 처분을 받았을 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징계가 내려진 지 30일 이내에 소청을 제기하면 소청위는 접수일로부터 60일 이내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소청위는 공직자의 부당한 인사상 불이익 처분에 대한 구제라는 사법보완적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에 해당기관이 요청한 양정보다 완화된 징계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 만약 여기서도 기각되면 행정소송을 통해 시비를 가리게 된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파면은 공무원 신분 박탈뿐만 아니라 다시 공직에 복귀하는 데도 제약이 따르는 중징계”라며 “공무원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은 명백하고 나 전 국장의 발언은 국민 정서상 용납하지 못할 비난받을 일이지만 파면까지 할 사안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A씨는 “징계는 징계양정규정에 따라서 내려지는 건데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파면까지 할 수 있는 지 살펴봐야 한다”며 “규정을 초월한 징계는 결국 파기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지현 (ljh4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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