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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통제' 이정현이 이제라도 책임? 여긴 한국이야

최이삭 입력 2016. 07. 16. 20:20 수정 2016. 07. 1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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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빼도 박도 못할' 보도 개입 의혹 폭로, 그리고 벌어진 상상도 못한 일

[오마이뉴스 글:최이삭, 편집:손지은]

▲ 세월호참사, 청와대의 KBS 보도통제 증거 공개 지난 6월 30일 오후 서울 중구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청와대의 세월호 보도 통제 증거 공개 언론단체 기자회견'이 자유언론실천재단, 동아투위,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노조 주최로 열렸다.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참사 직후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내용에 항의하고, 편집에 개입하는 내용의 육성 녹음파일이 공개되었다.
ⓒ 권우성
'이정현 녹취록 파문' '청와대 KBS 세월호 보도 통제 증거'가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7개 언론단체에 의해 세상에 알려진 2016년 6월 30일, '내일이면 세상이 바뀌겠구나' 생각하며 잠들었다.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노골적으로 보도 내용에 '의견 개진'을 하고, 편성에까지 개입한 '빼도 박도 못할' 정황이 드러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 요거 하나만 살려주시오. 국방부 그거",
"아니 내가 진짜 내가 얘기를 했는데도 계속 그렇게 하십니까?"
"아주 아예 그냥 다른 걸로 대체를 좀 해 주든지 아니면 한다면은 말만 바꾸면 되니까 한번만 더 녹음 좀 한번만 더 해주시오."

내가 상상했던 것은, 이정현 의원의 국민 정서를 고려한 적절한 거취 결정, 청와대의 공식 입장 발표, '보도 개입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및 관련자 엄벌, 이 사건을 신호탄으로 한 현재 언론의 자율성과 독립성 훼손 사례에 대한 대대적 수사였다.

한데 아무래도 상상력이 지나쳤던 것 같다. 이정현 의원은 녹취록 공개 당일부터 적극적으로 '보도 개입 의혹'을 부인했고, 그것이 아무것도 아님을 강조하려는 듯 당대표 경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주일 후 당대표 출마, 얼굴 참 두껍다

▲ 이정현, 배낭 메고 민생현장으로 지난 7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한 이정현 의원이 양복을 벗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뒤 배낭을 메고 민생현장을 둘러보겠다며 떠나고 있다.
ⓒ 권우성
사건 발생에서 약 2주가 지난 7월 15일 현재, 달라진 것은 이정현 의원이 새누리당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는 것과 대한민국의 윤리와 언론의 위상이 한 단계 더 떨어졌다는 것뿐이다.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인 7월 1일 이정현 의원은 채널A <쾌도난마>에 출연해 "모든 걸 떠나서 어쨌든 국민들의 먹고사는 게 힘들 때에 물의가 된 것 자체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는 사과를 시작으로 "보도 통제, 언론 장악은 요즘 시대에 맞지 않다, 언론이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 위기 탈출을 위해 언론 협조를 구한 것은 홍보수석의 기본적이고 아주 당연한 역할"이라며 '보도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이어 "기자들과 평상시에 격의 없게 지내고, (김시곤 전 국장과) 친분이 있다 보니 거칠게 나갔던 것, 표현 방식의 문제 인정한다"며 사건을 표현방식의 문제, 홍보수석으로서의 과한 역할 몰입으로 정리했다. 이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이 의원은 당대표 출마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해당 방송 바로보기)

같은 날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정현 녹취록 파문'에 대해 "홍보수석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서 아마 협조를 요청했던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라고 발언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도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두 사람 사이에 나눈 대화로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정현 의원의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이 의원도 본인 입장을 이야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청와대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 발표 없이 '보도 개입 의혹'을 이정현 의원의 '개인적 일탈'로 규정했다.

그리고 7월 7일, 이정현 의원은 당대표 출마 선언문을 발표하며 "국민의 눈으로 우리 정치에 특권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모든 기득권을 철저히 때려 부수겠습니다!", "대한민국 정치의 고질병, 권력에 줄서기 하는 수직적 질서를 수평적 질서의 정치시스템으로 바꾸겠습니다!" 등을 약속했다.

기득권을 때려 부수고, 권력 줄서기 정치시스템을 바꾸겠다? 이것을 읽고 맨 처음 든 생각은 솔직히 말하자면, '이분 참 얼굴이 두껍다'였다.

정무수석 시절에도 그랬다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지난 7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마치며 회견문을 주머니에 집어 넣고 있다.
ⓒ 권우성
언뜻 생각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졌음에도 호남에서 당선되는 기적을 보여준 이정현 의원의 창창한 앞날을 위해, '세월호 참사라는 절체절명의 국가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청와대 홍보수석으로서 언론에 협조를 구한 예외적 일' 정도는 묻고 넘어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지역구도 타파, 대한민국 정치의 새로운 물결을 온 국민이 너무나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데, '이정현 녹취록 파문'은 세월호 참사라는 예외적 상황에서의 청와대 홍보수석의 태도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6월 30일, 사건을 최초 고발한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7개 언론단체가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이정현 녹취록' 외에도 이른바 '김시곤 비망록'으로 불리는, '2013년 청와대, 길환영 사장의 보도개입 행위' 34건을 담은 자료가 첨부되어 있다. (보도자료 전문 다운로드)

'김시곤 비망록'은 길환영 전 KBS 사장과 청와대의 보도 개입 정황에 대해 김시곤 전 국장이 재임 시절 작성한 기록으로, 2014년 길환영 전 사장의 보도 개입 의혹을 폭로해 정직 4개월 징계를 받은 데 대한 무효소송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한 참고자료이다.

'김시곤 비망록'에는 이정현 의원의 이름이 두 번 언급된다.

(1) "(길환영) 사장이 "내일부터는 '윤창중 사건 속보'를 1번째로 다루지 말라"고 지시하고 이정현 정무수석도 전화를 걸어와 '대통령 방미 성과'를 잘 다뤄달라고 주문." (2013.5.13.)

(2) 편집 원안대로 '박대통령, 코리아 시리즈 깜짝 시구' 1건을 5번째로 '청와대 안뜰서 아리랑 공연' 1건을 맨 마지막 순서(빽톱) 16번째로 방송함. 그런데 저녁 무렵 이정현 홍보수석이 전화를 걸어와 '청와대 안뜰서 아리랑 공연'을 맨 마지막에 편집한 것은 문제 있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하길래 내가 맨 뒤에 편집하는 것은 이른바 빽톱으로 오히려 시청자들의 주목도가 높아서 홀대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함. (2013.10.27.)

이 기록은, 이정현 의원이 정무수석 시절에도 '보도 개입 의혹'이 있다는 것,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 위기 상황이 아닌, 단순히 청와대의 성과 강조를 위해서도 뉴스 편성 순서에 '의견 개진'을 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일상적으로 보도에 개입해 왔다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게 한다. (2013.03.~2013.06.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 2013.06.~2014.06.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

물론 '비망록'은 공식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개인의 기록이며, 이를 제출하고도 김시곤 전 국장이 지난 4월 29일 KBS를 상대로 제기한 징계무효확인소송에서 패소했으므로 신뢰도의 한계가 있다.

그러나 사건을 담당한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김도현 부장판사)는 "KBS는 국가기간방송으로서 방송의 목적과 공적 책임,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하여야 하는 등 공적 책임을 지고 있고 (중략) KBS의 사장이라 하더라도 방송의 공정성과 제작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어떠한 시도나 행위도 용납할 수 없다"고 판결하며, KBS에 대한 '언론 개입 외압' 사실을 분명히 인정했다.

또한 지난 5월 16일 언론노조 KBS본부(KBS새노조)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방송법 위반 혐의로 길환영 전 사장과 이정현 의원을 함께 고발하며, "길 전 사장은 취임 이후 줄곧 KBS의 보도편성에 개입했고, 이 의원 역시 청와대 홍보수석 재직 당시 뉴스 편성에 직접 개입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히는 등 이정현 의원의 보도 개입 의혹이 예외 상황에서 발생한 일회적인 행동이 아님을 설명했다.

그러나 법원이 공영방송인 KBS의 보도 개입 의혹을 인정한 정황이 있음에도, 이정현 녹취록 파문은 국민들에게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6월 30일부터 7월 14일까지 대형검색포털의 종합랭킹뉴스 50위권에 이정현 의원의 보도 개입 의혹 관련 뉴스는 네이버가 단 1건, 다음은 7건이 전부이며, 7월 1일~ 12일까지(방송 11일까지) 주요 언론사 12곳의 보도를 정리한 <미디어오늘>의 "이정현 녹취록 보도 KBS·MBC 1건, 경향 36건"(2016.06.13.) 기사에 따르면, <경향신문>이 36건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한겨레> 31건,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가 각각 6건, KBS와 MBC가 각각 1건으로 가장 적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해당뉴스 바로가기)

그리고 이러한 '전개'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게 느껴진다.

익숙해지면 안 되는 것들

 '워터게이트사건' 진상규명의 주역인 '워싱턴포스트'가 제공하는 특별 페이지
ⓒ 최이삭
공권력에 의한 개인 및 언론의 자율성 침해 '의혹'과 관련된 뉴스를 볼 때마다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이 떠오른다.

워터게이트 사건(Watergate Affair)은 1972년 6월 17일, 공화당 리처드 닉슨 당시 미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전직 CIA 요원 등으로 구성된 비밀공작반이 민주당 선거본부가 있는 워터게이트 빌딩에 잠입해 도청장치를 재설하려다 발각된 사건이다.

이로 인해 리처드 닉슨은 현재까지 미 역사에서 유일한 임기 중 사퇴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고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미국의 선거 제도의 투명성 강화와 민감한 정치적 주제에 대한 언론의 자율성 확대 등에 기여하며, 살아있는 민주주의의 역사로 현재까지 많은 미국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5년 미국에서 발간된 워터게이트사건 및 닉슨 대통령에 대한 도서들
ⓒ 최이삭
워터게이트 사건이 유의미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한 나 자신의 수준 낮은 인식을 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는 워터게이트 사건의 진정한 교훈을 이해하지 못한다. '대통령이 상대 당에 도청기 좀 단 게 뭐가 문제인지'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왜 그런 '사소한 일'로 대통령이 사임까지 했는지, 왜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국인들에게 끊임없이 인용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싶지만 이해할 수 없다.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라며 너무나 많은 정치적 부정과 기득권의 횡포, '국가안보 및 경제 발전을 위한' 국민의 무조건적인 희생 강요에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국가적 사태에 대한 '개인의 일탈' 꼬리자르기, 고위공무원의 막말, 기득권의 로스쿨 '부정입학' 등 대한민국은 익숙해선 안 되는 것들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나중엔 얼마나 대단한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게 될까 겁이 날 정도다.

이정현 의원이 이제라도 보도 개입 의혹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기를 '상상'해 본다. 당대표 출마선언문에서 밝힌 것처럼, 우리 국민이 무엇에 분노하고 있는지를 안다면, 화려한 말잔치로 끝나지 않는 대한민국 정치의 진짜 혁신, 쇄신, 개혁을 진심으로 열망한다면, 먼저 익숙해선 안 되는 부정에 익숙해진 대한민국을 바꿔나가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이 사건이 어떻게 마침표를 찍게 될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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