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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세월호 참사로 '감봉 1개월' 경징계 받은 고위 공무원, 징계 취소 소송냈지만 패소

송원형 기자 입력 2016. 07. 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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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감봉 1개월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징계를 받은 국토교통부 고위 공무원이 징계 취소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최근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막말로 파면된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로 징계받은 고위 공무원이 최소한의 책임마저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여 공무원 기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유진현)는 김수곤(56) 서울지방항공청장이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낸 감봉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행정고시 출신인 김 청장은 2012년 6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인천지방해양항만청장을 지냈다.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은 2011년 7월 인천항만청에 ‘총톤수 5000~6000t급, 여객 정원 750명의 카페리형 선박 증선’ 사업계획변경 인가를 신청했고, 인천항만청은 1년 내 증선 선박과 계류 시설을 확보하는 조건으로 인가했다. 청해진해운은 기한이 끝날 때인 2012년 8월 세월호를 인도하려는 일본 선사에 사정이 생겼다며 기한 연장을 요구했다.

청해진해운은 당시 세월호 납품 기한이 2012년 7월로 적힌 매매 합의 각서 사본을 제출했는데, 원본에는 2012년 10월로 적혀 있었다. 일본 선사 사정을 떠나 처음부터 항만청이 정한 기한인 2012년 8월까지 배를 인수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김 청장은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2013년 8월까지 기한 연장을 허가해줬다.

청해진해운은 2013년 2월 세월호를 확보했다며 최종 인가를 신청했다. 세월호는 6825t, 여객 정원 921명으로 조건부 인가 당시 선박 제원과 달랐는데도 한달 뒤 김 청장은 적합하다며 최종 인가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인 2014년 10월 감사원은 기한 연장 처분 및 최종 인가를 부당하게 처리했다며 국토부에 김 청장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고, 국토부는 작년 4월 감봉 3개월 처분했다. 김 청장은 소청 심사를 통해 감봉 1개월로 징계를 낮췄지만, “징계가 가혹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청해진해운이 조건부 인가 연장 신청할 때 낸 자료는 선박 확보가 지연된 사유를 판단하기 부족한 자료”라며 “매매 합의 각서 사본에 합의 날짜가 공란으로 돼 있는 점 등을 지적해 사본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김 청장은 관련 서류를 직접 확인하거나 보완을 지적하지 않고 직원들로부터 구두 보고만 받은 후 결제했다”고 판단했다. 또 “내부 방침 문서에 조건부 인가 당시 선박 제원과 세월호 제원이 다르게 적혀 있는데도 이를 알지 못했다는 김 청장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최종 인가 과정에서 세월호가 수송수요기준에 적합한지도 전혀 검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직원들에 대한 지휘·감독을 소홀히 해 청해진해운의 선박 확보 지연에 불가피한 사유가 없는데도 조건부 인가 기한을 연장해 세월호가 도입되도록 했다”며 “세월호가 조건부 인가 당시 선박에 맞는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최종 인가를 해 비위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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