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한다더니 영양주사"..세월호 폄훼 글 '무한 리트윗'

김원진 기자 입력 2016. 7. 25.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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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보수단체 대표, 트위터로 여론 조작 정황

보수단체 대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세월호 참사에 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도적으로 퍼뜨린 정황이 포착됐다. 1~2개의 ‘조장’ 계정이 세월호 참사를 부정적으로 다룬 글을 트위터에 올리면 곧이어 수십개의 ‘조원’ 계정이 ‘조장’ 계정의 글을 퍼나르는(리트윗) 방식을 사용했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한국인사이트연구소에 연구용역을 맡긴 결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세월호 참사에 관한 트윗을 작성해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한 것으로 의심 가는 보수단체 간부의 트위터 계정을 발견했다고 25일 밝혔다.

특조위는 시기를 셋으로 나눈 뒤 ‘세월호’를 키워드로 작성된 모든 글을 분석했다.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인 1기(2014년 4월16~26일)와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놓고 갈등이 불거진 2기(2014년 8월19~29일), 세월호 참사 1주기(2015년 4월11~21일) 등으로 나눠 총 33일간의 트위터를 분석해 여론 조작 혐의가 있는 ‘의심그룹’을 찾아냈다고 특조위는 밝혔다.

특조위의 분석 결과를 보면 부정적인 여론 전파는 2기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조장 계정 ‘ks*****’이 글을 올리면 ‘cre*******’ 등 조원계정 70개가 조장 계정의 글을 즉각 리트윗했다. 예를 들어 조장 계정이 “세월호 유가족 단식한다더만 닝겔(링겔) 맞고, 영양제 주사 맞는다고 페이스북에 떴군요~” “세월호 김영오 1. 금속노조원 2. 이혼했다” “세월호 유가족은 금테 둘렀나? 모든 사고에 특별법 만들까?” 등의 글을 작성하면, 조원 계정들은 20분 이내에 연달아 조장 계정의 글을 리트윗했다. 인터넷 여론 조작할 때 전형적으로 등장하는 ‘조장-조원’ 패턴이다.

조장 계정이 올린 글은 2기 때 총 3247개가 리트윗됐는데, 이 중 67.7%(2100건)를 조원 계정 70개가 각각 30건씩 공유했다. 2기에서 조장 계정의 트윗글은 최대 6만5880개 계정까지 전파됐다.

조장 계정의 평균 전파 범위는 3만8491개 계정이었다. 이에 따라 2기에서 조장 계정의 평균 전파 범위와 조원 계정이 리트윗한 글 48개를 곱하면 11일 동안 180만개 계정에 세월호 비하글이 노출된 것으로 환산된다.

또한 조원 계정 70개는 최근까지도 동일한 패턴으로 움직였다. 특히 조장 계정을 제외한 조원 계정 70개의 트위터 가입 날짜는 2011년 12월로 모두 일치했다. 조원 계정 70개는 지난 4월5일 마지막으로 글을 남겼는데, 이는 조장 계정에서 작성한 글을 리트윗한 것이다. 특조위의 보고서에 따르면 조원 계정이 꾸준히 조장 계정의 글을 공유하면서 조장 계정은 SNS상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처럼 보이는 착시효과도 나타났다.

특조위 분석 결과, 1~3기에서 대다수 조원 계정이 ‘트윗덱’ 프로그램을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다수의 계정에서 특정 게시물을 동시에 공유할 수 있는 ‘트윗덱’은 2012년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이 트위터 여론 조작을 위해 사용한 프로그램이다. ‘트윗덱’을 사용하면 다수의 조원 계정이 조장 계정이 올린 글을 손쉽게 트윗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여론 전파가 훨씬 수월해진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이날 “가족협의회에서는 전부터 세월호 유가족을 모욕하거나 비방한 누리꾼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해왔다”며 “특조위 조사에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SNS 여론조작이 드러난다면 검경 고발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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