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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거듭 세월호 선내로 돌아가 시신 수습한 까닭은.."

권영미 기자 입력 2016. 07. 31. 16:26 수정 2016. 08. 01.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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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설 '거짓말이다' 쓴 김탁환 소설가
소설 '거짓말이다'의 저자 김탁환 작가가 29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지난 5월 진도 옆 동거차도를 지금은 고인이 된 김관홍 잠수사와 갔을 때 배(침몰한 세월호)에서 섬까지가 너무 가까운 것을 보고 화가 났어요. 침몰 당시 TV 화면에서는 배가 망망대해에서 가라앉은 것처럼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실제로는 섬과 상당히 가까웠습니다."

소설가 김탁환(48)이 지난 1~4월 팟캐스트 ‘4·16의 목소리’를 진행하면서 잠수사들과 유가족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는 "그건 거짓말"이었다. 세월호 참사는 '전원 구조되었다'는 오보부터 시작해 사실과 진실의 눈을 가리려는 크고 작은 거짓말이 뒤엉킨 역사적 사건이었다.

김탁환이 새로 낸 장편소설 '거짓말이다'(북스피어)는 꼬이고 뒤엉킨 세월호 참사의 그물망을 잘 풀어 '참'으로 기억해야 할 것과 '거짓'으로 기억해야 할 것을 가려 건져 올렸다. '민간잠수사가 일당뿐 아니라 시신 한 구당 500만원씩을 받는다' '몸값 흥정에 유리하게 시신을 찾아놓고도 선실에 숨겨놓는다' '유족들이 의사상자 지정이나 특례입학을 주장하면서 시체 장사를 한다'는 말에 대해 '그것은 거짓말'이라고 일갈한다.

어린 학생들 수백 명을 죽게한 사건을 둘러싸고 이뤄진 거짓말은 독자들을 분노로 이끈다. 작가가 마지막에 독자를 향해 쓴 '뜨겁게 읽고 차갑게 분노하라'는 말처럼 이 작품은 세월호 참사의 슬픔과 함께 '국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질문, 그리고 '분노'라는 강력한 감정을 전해준다.

◇"'세월호 잊지 않겠다'면서 '슬퍼서 볼 수가 없다'는 것은 모순"

지난 29일 합정동의 한 북카페에서 만난 김탁환은 "사람들은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새로운 내용들이 나오면 '나는 슬퍼서 안볼래' 라고 한다"며 "그러면 진짜 기억해야 할 것을 못 얻게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거짓말이다'를 독자들이 읽고 나서 '너무 슬프다' '연민' '동정' 이런 게 아니고 '이런 일이 있다는 게 말이 되냐' '너무 화가 나서 뭐라도 하고 싶다'고 생각하도록 하고 싶었다"고 작품을 쓴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조선시대 조운선 침몰사고를 세월호에 빗댄 역사소설 '목격자들'을 쓴 작가는 올해 다시 세월호 참사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을 내놨다. '세월호'라는 화두를 가슴에 품고 한발 한발 전진한 것이다.

"'목격자들'을 쓴 후로 문학에 대한 자괴감이 많이 들었다"는 작가는 "'작품 속에서는 사건이 다 해결되고 왕도 반성하고 나쁜 놈도 벌주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하나도 해결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왜 그러냐면 역사소설은 '비유'이기 때문에 완성도가 높다고 해도 현실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실 속으로 직접 들어가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지만 방법을 몰라 헤매던 작가에게 4·16참사에 대한 팟캐스트의 사회자 제안이 들어온다. 그리고 3월 경에 김관홍 잠수사가 출연, 그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순간 김탁환의 머릿속에 장편 한 편이 떠올랐다.

김탁환은 "이 작품을 쓰기 전에 팟캐스트 내용 그대로 책으로 내자는 말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인터뷰 형식은 절절한 감정을 잘 보여주지만 객관적으로 그 세계가 뭔지 총체적으로 담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을 모으고 부족한 부분은 상상력으로 메우면서 하나의 사실적이면서도 정서적 세계를 만드는 것은 소설가만이 할 수 있다"며 논픽션이 아닌 장편소설의 형태로 글을 쓴 이유를 밝혔다.

◇"우리가 거듭 선내로 돌아가 시신을 수습한 까닭은…"

작가는 김관홍 잠수사의 도움을 받아 눈앞의 손도 잘 보이지 않는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손을 눈 삼아 잠수사들이 파악한 바다 아래 진흙 뻘에 옆으로 누워 박힌 세월호를 담은 '사실 100%'의 소설을 4개월에 걸쳐 써나갔다.

하지만 찬 바닷물의 어둠과 함께 잠수사들의 고통도 전해졌다. 그래서 김탁환은 "하루 정한 분량을 다 쓰고도 소설 속 주인공인 잠수사가 물 속에 들어가 있는 대목에선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당시 잠수사의 수면 사이클대로 6시간마다 한 번씩 쪽잠을 잤다"고 했다.

이번 작품에는 '국가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도 담겼다. "시신을 한 명이라도 빨리 수습해 가족에게 돌려주려는 생각에 정신없이 일했지만 당시의 일들이 잠수사들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았고 죽음 충동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다"고 김탁환은 설명했다. 바지선에는 트라우마를 치료할 의사조차 없어 그들의 충격은 고스란히 내상이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국가는 일방적으로 작업 중단을 통고했고 사고로 사망한 한 잠수사의 죽음의 책임을 동고동락한 고참 잠수사에게 물었다. 잠수사들의 치료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던 와중에 이 작품의 모태가 된 김관홍 잠수사는 지난달 17일 사망한 채로 발견된다. 김탁환은 그가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거둔 것으로 추정했다.

작품은 한번도 시신수습을 해본 적이 없은 민간잠수사들이 '배가 한 척 넘어갔다' '손이 필요하다'는 문자에 왜 열일 제쳐놓고 달려왔는지 묻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것을 설명하는 말은 아마도 '포옹'일 것으로 작가는 보았다. 김탁환은 "잠수사들은 아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시신을 찾지도, 미로처럼 복잡하고 위험한 이물들이 길을 막는 배를 빠져나오지도 못했을 거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포옹'이라는 낭만적인 단어가 가장 어울리지 않는 공간에서 잠수사들은 어린 시신들을 찾아 꼭 껴안고 빛을 향해 솟아올랐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가장 뜨거운 포옹이 가장 차가운 공간인 바닷속에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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