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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참사로 현대차 싼타페 '고압펌프 불량' 논란 재점화

박성의 기자 입력 2016. 08. 0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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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원 "안전 문제 직결돼야만 리콜" 모르쇠..전문가들 "엔진 이상 수반되면 안전에 중대 위협"
2일 오후 부산 남구 한 주유소 앞에서 다대포로 휴가 가던 일가족이 탑승한 싼타페 차량과 트레일러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운전자 1명이 다치고 4명이 숨졌다. / 사진=뉴스1

 

“차량 불량에 일가족이 다 죽었습니다. 몇 명이 죽어야 리콜 대상이 되는 겁니까.”

‘국민 SUV’ 현대차 싼타페가 품질 문제에 휩싸였다. 2일 부산 감만동에서 발생한 교통사고가 도화선이 됐다. 싼타페를 타고 가족과 피서를 가던 운전자 한모(64)씨가 갑자기 치솟은 차량 속도 탓에 주차돼 있던 트레일러 차량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일가족 5명 가운데 생후 2개월 된 갓난아기 등 4명이 숨졌고 운전자 한씨는 중상을 입었​다. 사고 차량은 2000년 출시된 1세대 싼타페로 출시 후 고압펌프 이상으로 인한 조향불량 및 연료누출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가족 사망사고 이후 싼타페 동호회원들은 “같은 증상이 한 두 차량에서 일어난 것이 아닌데 리콜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나 사측과 한국소비자원이 “과거 무상수리가 진행된 차량으로 안전과 결부된 문제가 아니다”며 리콜을 거부, 싼타페 안전문제가 재점화하고 있다.

2일 부산지방경찰청이 공개한 자료와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2일 오후 12시26분께 부산 남구 감만동의 물류센터 앞 도로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가 주차돼 있던 트레일러 차량을 갑자기 들이받았다.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사고 14초전 한씨는 “아이고 이거 차가 와이라노”라며 조향 불량을 말한다. 그 후 차 속도가 급상승하고 아내와 딸은 다급하게 ‘아기, 아기, 아기’를 외치며 불안에 떤다. 당황한 운전자가 신호를 어기고 정차를 시도하지만 도로변에 주차돼 있던 트레일러 차량을 들이받고 영상은 끝난다.

싼타페 사고로 사망한 아이들의 친할머니는 <부산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돈 어른은 오랫동안 택시 운전을 해왔는데 그런 분이 이토록 황당한 교통사고를 냈을 리 없다. 화목했던 가정을 송두리째 망가뜨린 사건인 만큼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고영상을 본 누리꾼은 급발진 가능성을 언급하며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고 한씨와 같은 차종을 모는 차주들은 ‘예고된 참사’라며 분노하고 있다. 조향 및 속도제어 불량 문제가 1세대 싼타페 출시 이후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현대차가 리콜이 아닌 무상수리로 대처해 이번 사고를 불렀다는 주장이다. 차주들은 이번 사고의 근본원인이 ‘고압 펌프 불량’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소비자원이 현대차에 싼타페 고압펌프 무상수리를 권고한 이유와 대상 차량 기준. / 사진=현대차 블루멤버스

 


현대차는 2007년 고압펌프 연료 비침 현상을 이유로 싼타페 디젤 차량 무상점검을 실시했다. 2000년 11월 15일에서 2004년 12월 30일까지 생산된 차량이 대상이 됐다. 당시 무상수리는 한국소비자원 권고에 의해 이뤄졌다. 소비자원은 “고압펌프 문제가 안전성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으나 품질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 돼 무상점검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즉, 구형 싼타페에서 발생한 문제가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는 탓에 리콜을 명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무상수리 대상대수가 20만대에 이르렀지만 강제성이 없어 이 중 몇 대가 부품교체를 받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수리 되지 않은 싼타페를 중고로 구매했거나, 무상수리 대상차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차주들은 ‘달리는 폭탄’을 몰고 다닌 셈이다.

2004년 이후 생산된 싼타페에서도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는 제보도 이어지고 있다. 2005년 11월식 싼타페 오너인 노모씨는 2014년 고속도로에서 아찔한 경험을 했다. 주행 중 RPM이 치솟으며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은 것이다. 다행히 도로에 차가 많지 않았고 중립 기어(N) 변경 뒤 시동을 끄는 조처로, 가까스로 차를 세울 수 있었다.

노모씨는 그 후 현대차에 무상수리를 요구했지만 2004년식 이전 모델이 아니라는 이유로 돈을 지불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노씨는 “인젝터와 고압펌프 교체하는데 200만원 가까이 들었다. 펌프불량으로 인한 고장은 맞는데 보증기한이 지났으니 무상수리도 안 된다고 하더라”라며 “인명과 직결된 문제인데 리콜 대상이 아니라니 황당할 지경”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고압펌프가 차량 외부로 터지지 않고 내부로 터질 시 엔진이상을 일으켜 차량 속도가 치솟고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한다. 즉, 고압펌프 이상문제가 차량 품질이 아닌 안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자원과 현대차가 안전을 근거로 한 리콜 기준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자동차에는 수 만개의 부품이 들어가고 그 중 고압펌프와 같은 중요 부품에서 이상이 발생하면 차량 제어가 어려워진다”며 “안전벨트나 에어백 같은 경우만 안전과 관련된 부품이 아니다. 완성차사와 정부가 안전과 관련된 부품을 보다 폭 넓게 볼 필요가 있다. 강제적 조처인 리콜 기준을 지나치게 좁게 설정하면 소비자 안전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journa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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